070302
씨네마 떼끄서 해운대 스펀지를 지나 중동역쪽으로 난 길로 걸었다. 닫힌 하늘로 비가 내일 모양이다. 허기가 졌지만 빨리 걸었다. 왠만하면 서고 싶지 않아 신호등도 차가 많지 않다면 무시하고 걸었다. 중동역으로 가는 길에 조그맣고 마른 할머니가 겨우 걷다 힘든지 보도블럭 위에 앉았다. 사람도 차도 적게 다니는 길이다. 오늘도 '인생'에 대하여 부질없는 생각들이 쉴새 없이 지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노파는 허리가 완전히 굽었고 훅 불면 날아갈 듯 했다. 지팡이를 짚고 앉아 멍하니 앞에 높이 솟은 건물을 보고 앉아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지나치려 할 때 할머니 엉덩이 아래로 물이 줄줄 나왔다. 오줌이었다. 옷을 입은 채 길에 앉아 줄줄줄 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지나치고 이 쪽을 향해 걸어오던 제법 살이 오른 아줌마는 한 손에 빵빵한 비닐 주머니를 들고 오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보고 인상을 찌뿌리다 스스로 언짢아했다. 그대로 스쳐지났는데 그 주름진 얼굴과 텅빈 눈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상한 일이다. 그 아래로 줄줄줄 흐르던 물은 곧 비에 씻겨갈 터이지만, 젖은 옷을 갈아입으러 돌아갈 것인가, 노파는 가던 길을 갈 것인가.
늙어 죽어야 하는 인생이란 이렇게 느닷없이 삶을 일깨우는 법이다.
지구는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것은 아닐까? '비다'의 개념이 문제이긴 하지만, 맨틀 층과 다른 두 개 이상의 구로 층을 이루어 되어 있고 최소한 가장 가운데 또는 그 중 하나의 층이 흙이나 돌도, 물도, 불도 아닌 우주처럼 텅 빈 듯한 바로 그런 어떤 공이 아닐까? 어쩌면 그 텅 빈 곳에 우리의 감각을 벗어난 수억 종류의 생명들이 저마다 나고 죽으며 사랑하고 저주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무심'의 지경이 바로 거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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