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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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서 좋은 평을 받았던 시다. 여러 꼬리표도 붙어있다. 송찬호 시인의
만년필
이라는 시다. 내 마음에도 썩 든다. 니 마음에도 드니?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두었다 이것으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장군의 수염을 그리거나 부유한 앵무새의 혓바닥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으로 공원묘지에 일을 얻어 비명을 읽어주거나, 비로소 가끔씩 때늦은 후회의 글을 쓰기도 한다

그리하여 볕 좋은 어느 가을날 오후 나는 눈썹 까만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해바라기 그 황금 원반에 새겨진 ‘파카’니 ‘크리스탈’이니 하는 빛나는 만년필시대의 이름들을 추억해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된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지난날 습작의 삶을 돌이켜본다-만년필은 백지의 벽에 머리를 짓찧는다 만년필은 캄캄한 백지 속으로 들어가 오랜 불면의 밤을 밝힌다-이런 수사는 모두 고통스런 지난 일들이다!

하지만 나는 책상 서랍을 여닫을 때마다 혼자 뒹굴어다니는 이 잊혀진 필기구를 보면서 가끔은 이런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이다-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




글이 넘치지 않아서 좋다.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라는 책에 나온 작가의 시작 노트까지 내침 김에 올려놓는다. 쓸데 없는 짓 다하고 있다. :(

'요즘 갖가지 다양하고 편리한 일회용 펜들이 등장하여 만년필을 찾는 이들이 거의 없을 듯하다. 어쩌다 저자 싸인회나 격식있는 문서의 서명에나 가끔 눈에 띌 뿐인 그것은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하고 만년을 쓸쓸히 보내는 어느 여배우의 운명과 닮아있다. 하지만 만년필은 여전히 매력적인 필기구다. 가끔씩 잉크를 보충해주어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그도 먼저 제단에 나아가 촛불을 밝히는 행위처럼 글을 쓰기 위한 경건한 의식일 수 있다. 또한 그 검푸른 잉크가 인간 내면의 깊고 어두운 습지에서 떠 온 것이라면, 만년필로 씌어진 글들은 비통한 사랑의 편지이거나 고백이나 참회의 기록이 아닐까. 어느 글에선가, 만년필로 뭔가를 종이 위에 사각사각 쓰는 느낌이 콩나물국을 먹는 것처럼 시원하다고 쓴 걸 읽은 적 있는데, 그 말이 참 상쾌하다. '



어디 붓에 대한 시는 없나? 요새 시인들 붓글씨 쓰나??

생각해보면 우린 시를 쓰는 것조차 직업이 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고 보니 어지러운 절벽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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