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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고전연구는 한국학 세우는 길잡이” 06.09.18.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뽑음.

안재원 서울대 강사 인터뷰

“결국 저는 한국학을 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사회의 지식과 교양의 원천은 어찌됐건 한문이 아니라 영어고 그 근본은 라틴어와 희랍어입니다. 동양 고전의 가치가 훨씬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현재 한국인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서양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우리 것’으로 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전의 부활을 외치며 원전에 도전한 19세기 독일, 영국, 프랑스의 고전문헌학자들은 각각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그들만의 시각으로 고대 문화를 해석했습니다. 이를 거쳐 각각의 문화적·사상적·이념적 고유성과 독창성을 만들어낸거죠. 이제 우리도 정본 텍스트를 연구·분석해서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모색할 때가 됐습니다. 이게 바로 서양의 ‘한국화’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서양화’된 한국의 뿌리를 따라가는 노력을 통해 비로소 한국의 고전과 동양의 고전도 함께 살아날 것입니다. 언제까지 서양에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겠어요? 라틴어 고전에 대한 관심과 한문 고전에 대한 관심은 다르지 않습니다.”


“서양고전문헌학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미시진리를 좋아합니다. 단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지금부터가 시작”

“뜻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앉아서 차분히 이 작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전공학과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언급된 관련 자료

번역·주해한 <수사학-말하기의 규칙과 체계>(길 펴냄)는 라틴어로 한국학을 한다는 의미를 오롯이 웅변하는 결실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책을 번역했는데, 이게 평범한 번역이 아니다.

우선 한국어를 싣고 그 아래에 라틴어를 쓴 다음, 1471년부터 1994년 사이에 출간된 16개 <수사학> 라틴어 판본의 표현을 일일이 대조·비교한 뒤, 관련 해설을 썼다. 서양고전문헌학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랐다. 서양고전문헌학은 ‘진짜 원본은 무엇일까’를 따져묻는 학문이다. 역사상 존재한 모든 필사본과 편집본을 비교해간다. 이 학문이 서양 인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서양의 인문학이 이를 통해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언어학과 서양고전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그는 김헌·김기영·강대진(이상 서울대 강사) 등과 함께 한국 서양고전문헌학의 1세대 연구자로 평가된다. 이태수·김남두(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이들과 함께 서양고전문헌학의 정초를 닦고 있다. 안 강사를 비롯한 이들 연구집단은 앞으로 30권 정도의 서양 고전을 번역·주해할 예정이다. 도서출판 길이 후원자가 될 계획인데 <수사학>은 그 첫번째 결실이다.


이런 연구자들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틀이, 대학 말고 다른 틀도 있으면 좋겠다. 연구공간과 연구자의 연구 결실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고 연구자가 크게 어렵지 않게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해야할 것이 이것이고 대학이 유연성있게 껴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수유+너머' 도 이런 실험을 하고 있다. 더 유연하게 조직할 수 있는 든든한 fund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곳에 돈을 쓰고 싶은 분들은 그곳에 샘처럼 모아놓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것이 돌아가도록 쓰이면 좋겠는데... 거대한 저수지 보다는 마을의 '저수지'나 그보다도 '옹달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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