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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것처럼 되고 있습니다. 이는 해가 거듭될수록 심각해지고 마침내 학교가 학원처럼 되어간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수학교육도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어서 문제풀이식 수학 수업은 단지 학교에서만 아니라 학원에서까지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데 실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학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나중에 배워야 마땅한 것을 미리 만나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익힙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질문할 시간도 답할 여건도 마련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러 고난도의 문제들을 푸는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올림피아드가 '수학적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기엔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 근래의 경향입니다. 그런 와중에 교육과정이 거듭될수록 수학을 점점 쉽게하여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인문계 영역에서는 수학을 시험보지 말자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 현상들은 미국이 60년대 수학교육 개혁을 하고 난 후 일본에서 그 후 따라 했고 그리고 지금 한국에 퍼지는 현상입니다. 이게 과연 무엇을 뜻할까요? 이대로 가면 무엇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수학을 '시험준비'나 기껏해야 '빠른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정확히' 푸는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생긴 병적 현상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근래 수학을 재미있게 하려는 책들이 나오지만, '수학에 대하여' 말할 뿐 정작 '수학'을 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학의 세계가 수천년 내려오면서 집적한 웅장한 건축적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흥미거리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학적 논리의 전개 대신 '천재(성)에 대한 환상'을 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수학을 하는 것이 수학 본연의 모습을 왜곡해서 수학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수학 교육 정책과 방향과 반대로 더 많은 것을 공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지식을 탐하는 것이 더 좋은 수학공부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수학을 배울 기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학은 '수학의 태동기'에서 부터 '추상적 세계 또는 진리의 탐구' 한 방편이었습니다. 수학적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고도의 추상적 논리적 사고 과정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떤 수학적 개념을 배울 때는 지적 나이에 맞는 정도의 완결성을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해야 합니다. 정리를 유도하고 증명하면서 논리적 사유를 전개하게 되고 그에 따라 팽팽한 지적 긴장감과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어야겠지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정리로 확장해보고 증명의 숨은 뜻을 밝히기 위해 집중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수학은 본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쉬울 수가 없는 이유는 많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추상화' 때문입니다. 그 이유 때문에 '수학이 실생활에 도움이 안된다' '아이들의 지적 발달에 과연 도움이 되는가?' 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고하는데 고도의 추상화와 논리적 연결이 빠지면 합리적으로 사유하는데 걸림이 많습니다. 근육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할 때 땀을 흘리듯 추상화와 논리적 사고는, 그에 맞는 정도의 힘을 기울일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학은 그런 지적 훈련을 하는데 인류가 남긴 위대한 자산이고 힘입니다. 바야흐로 현대 자연과학과 공학 뿐만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수학은 더 폭넓게 응용되고 따라서 수학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응용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많이 더 널리 응용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수 전문가가 잘 알아서 하겠지 하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그나마 부실하게 준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학은 처음 만날 때 어떻게 만나는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음악을 만날 때와 같이 어떻게 소리르 듣고 어떤 자세로 연주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한 나라의 수학의 발전은 '문화가 낳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 Math에서는 뭘 바라나?

모든 것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됩니다. 하나하나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수학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나, 수학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만이라도 수학을 제대로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 해야할 일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에 대안적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지금 한꺼번에 바꾸자가 아니라, 함께 가되 다르게, 다른 리듬으로 가는 방법을 찾자는 것입니다. 예술처럼 수학은 아름답고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놀라운 지적 재능을 드러냈던 많은 사람들이 예술 뿐만 아니라 수학을 좋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수학에 지적 긴장감과 쾌감 그리고 창조성, 미학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맛과 멋을 어렴풋이 느꼈고 더 느끼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풍부할 수록 좋습니다.

이 일을 어느 누군가 완결적으로 그것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힘을 모야야 합니다. 지금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새 길을 내기 위해 함께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정성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다음을 지향합니다.

  • 수학에 대한 것이건 수학이건 수학교육에 관한 것이건 수학적 상상이건 허구건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풀어쓰고 자유롭게 토론합니다.
  • 교육의 대안을 위해 교사, 학생, 연구자들이 어울려 대안적 수학교재를 만들어 내도록 합니다.
  • 외국의 좋은 읽을거리들을 우리도 읽기 쉽게 하고 결국에는 우리 것으로 재창조합니다.
  • 엄청난 읽을거리가 축적되고 있는 다른나라들처럼 우리도 우리 스스로 읽을거리를 만들어냅니다.
  • 지위, 직업, 나이를 떠나 수학의 어떤 주제나 문제에 골몰한 사람들은 그 성과를 내고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