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Mail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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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아. 안녕?

아이구, 일주일이 넘어버렸네? 소식이 너무 뜸했지? 편지를 기다렸다면 미안하구나. 안기다렸다면? 그래도 미안하다. 억지로 하거나 의무적으로 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일이란 건 때가 있고 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 서둘러 이야기를 시작해볼께. 지난 편지에서는 주로 문자 계산 뭐하러 하나? 라는 문제에 대해서 말한 것 같아. 편지 쓰기 시작할 때는 그 생각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리가더라. 처음부터 그 생각을 한 것은 아니라, 그 이야기조차 제대로 못한 것도 같구나. 그때 혹시 의심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지 않던?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아예 이해가 안갔다거나. 사실 그런 말도 있잖아.

"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만 정확히 알면, 이미 반은 안 것이다. "

들어봤니? 내 생각에도 그 말이 맞은 것 같아. 아니 반 이상일 것 같아. 우리가 '안다' 라고 하는 것도 사실 제대로 아는게 아닌 경우가 잦거든. 무엇을 외우고 있으면 '안다'고 하는 수가 있지. 또는 무엇을 쭉 읽어가다가 '썩 그럴 듯 하군, 이해 됬어' 라고 하면 안다고 하지. 심한 경우엔 '들어 봤어'라거나, '언젠가 한번 본적이 있다' 라거나, 또는 ' 누가 그러더라, TV 에서 봤어' 라고 하면서, 그것을 '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거든. 좀 심한 경우지. 더 심한 경우는 그걸로 우기는 사람들이야. 우겨서 기어이 '내 주장이 옳아!' 라고 이겨버리려고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끔 오만이 또아리를 틀고 꿈틀거리곤 해. 그래서 무서워. 그런 태도는 내가 원치 안하도 생기곤 해서,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자꾸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질문이란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호기심 없인 안될 거야. 그런데 호기심은 마음 속에 오만이 있어선 잘 안 생겨.

이야기가 뱅뱅 도는구나. 그런 그렇다치고 수학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사실, 지난 편지는 좀 갓길로 새어 나갔어. 미리 잘 생각해서 제대로 써야 했는데 못그랬다. 하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안했기 때문에 그냥 편지를 마저 써서 보낸 거야. 오늘은 이어서 해볼께. 뭐냐면,

어떻게 하면 문자 계산을 잘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야.

문자 계산이 얼마나 좋은지, 왜 좋은지 미리 밝히기는 어려워. 그걸 제대로 느끼려면 수학 내공이 상당히 쌓여야 하거든. 왜 문자 계산하나? 에 대해 말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유를 충분히 말하지 못한거야. 충분은 커녕 턱도 없이 부족해. 지난 편지에서도 말했지만, 수만 주로 쓰던 사람들이 수 대신 문자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 건 상대적으로 얼마 안되었어. 수의 역사가 몇 천년이라면 문자의 역사는 고작해야 한 몇 백년? 그런데 문자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처음엔 생각하지도 못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해나가게 돼. 꼭꼭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지. 그런 아름다움은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만 보여. 수학이라는 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놀라운 풍경이었지. 지금 당장은 일일이 설명하는 건 당치 않지만, 우리가 꾸준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면 명훈이도 그것을 느낄 수 있게 될지 모르겠구나.

이 이야기는 다시 하게 될거야.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과연, 어떻게 문자 계산을 잘할 수 있을까?

먼저 문자 나타내기에 익숙해져야해. 이를 위해서 '약속'을 이해해야지. 우리가 말하고 쓸 때도 그렇게 하잖아. ㄱ, ㄴ, ㄷ, ㄹ, ...., ㅏ, ㅓ, ㅜ , ... 그리고 이것을 붙이고 떼고 하면서 글자를 이루잖아. 그리고 글자는 '뜻'을 갖게 되고. 거기엔 분명 '약속' 있지. 누군가, ㄱㅡㅗㅇㅅ 이라고 썼다면, "어? 이게 다 뭐야?" 하게 되잖아. 기호를 잘 알아도 그것들을 붙이고 떼는 것을 잘 못했으니까. 수학의 언어도 마찬가지야. 편리하게 나타내기 위해 몇가지 약속을 한단다. 꼭 그렇게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약속을 하면 더 편해져. 하지만 이건 암묵적인 약속일 뿐이야. 수학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느날 회의장에서 토론으로 정하고 "자, 이것으로 의결했습니다." 방망이로 꽝, 꽝, 꽝... 했느냐 그런 건 결코 아니야. 우리가 쓰는 언어도 그렇지.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그렇게 되어 가고 있잖아.


수학 하는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길게 쓰는 걸 무척 싫어 하게 된 것 같아. 문자로 짧고 분명하게 뜻을 전달 할 수 있어서 그런건지, 수학이란 본래 자질구레한 것을 싫어하고 더 명징하게 자기를 드러내길 바래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된 것인지 알수는 없어. 어쨌든 수학이란 본디 마음의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전개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생각의 흐름이란 상상도 하기 어려울만큼 빠르니까, 짧게 짧게 쓰는게 좋긴 해. 게다가 법칙을 따르고 있으니 실수도 가능성도 줄어들게 되지.

자, 그렇다면 문자로 나타내 표현해서 가지고 놀 때, 보통 어떻게 쓸까?

  • 문자로는 대부분 로마자 표기를 써. 영어글자랑 닮았어.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게 그리스어 글자야.
  • 숫자와 문자를 곱할 때는 숫자 부분을 먼저 쓴다.
  • 문자와 문자를 곱할 때나, 숫자와 문자를 곱할 때는 곱셈 기호를 안붙일 수 있다.
  • 괄호를 붙여 분명하게 나눠 표시할 수도 있다. 이때 여는 괄호 앞에는 곱셈 기호를 안붙여 써도 된다.
  • 같은 숫자나 문자를 n 번 곱한 것은 모아서 지수로 나타낼 수 있다.  :
  • 같은 숫자나 문자를 n 번 더한 것은 모아서 수와 곱한 것으로 나타낸다. :

물론 꼭 그렇게 해야하는 건 아니야. 그렇게 쓰는데 익숙해 있다는 것이지. 언젠가 생각을 하기 위해 더 좋은 방법이 나오면 그 방법을 따르게 되겠지. 자, 그럼 조금씩 설명을 붙여 볼께.

왜 로마자 표기를 주로 할까?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로마자를 쓰는 건 몇 백년 전 수학에 기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던 시기에 문명의 중심이 유럽으로 옮겨 갈 때였고, 유럽 사람들이 주로 발전시켰지. 그때는 로마어가 학문의 '공용어' 였거든. 지금 영어가 아주 많이 쓰이듯, 그때는 학자들이라면 모두 어려운 로마어로 썼어. 그때 유럽 사람들의 생활은 종교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카톨릭이었지. 미사를 할 때, 로마말로 했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로마글자를 많이 쓰게 된거야. 만약 그때 학문의 중심이 다른 곳이었다면 지금과 사정이 많이 달랐을거야. 그리고 그리스어 글자들이 종종 쓰이는 이유는 '수학의 시작'이라고 일컫는 고대 그리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인 것 같아. 유럽 문화의 뿌리를 그리스로 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가 지금도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 모두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잖아. 삼촌도 종종 쓸께. 글자들이 이쁘거든. 몇개만 써볼까?[1]

이런 글자들이야. 이쁘지 않니? 차례대로 비슷한 우리나라 말 발음을 붙여보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쎄타, 카파, 람다, 피이 (또는 파이 영어로 p 발음), 시그마, 피이(또는 파이, 영어로 f 발음), 프시(영어로 f 발음), 오메가 ... 괜히 썼나? 소문자만 쓴거야. 이쁘지 않니? 지금 우리 생활에서도 가끔 만나. 수학에서 가장 유명한 건 뭐니뭐니 해도, 신비의 숫자,  ! 원의 지름에 이 수를 곱하면 원둘레가 나온다는 바로 그 수! 하지만 사람들이 이 숫자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별로 안 돼. 자기의 비밀을 좀처럼 알려주지 않은 신비의 수야.

숫자와 문자를 곱할 때 숫자 부분을 보통은 숫자를 먼저 써. 이건 이해가 되지? 보기에도 그게 보이는데 어떠니? 한번 비교해볼래?

묶음 중 앞의 것이 '관습'을 따르는 거야.

잘 보면 곱셈이 유난히 특별 대접을 받는 것 같지 않니? 다른 셈들은 그렇게 안하는데, 곱셈이 있는 경우는 '곱셈 기호 생략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어볼께.

대신

쓴다, 그렇지? 문자와 문자를 곱할 때는 굳이 곱셈기호를 안써. 특별한 말이 없으면 숫자와 문자들을 연달아 썼거나 문자들만 썼을 때는 '아, 그것들의 곱이구나' 라고 생각해도 돼. 그리고 같은 문자를 여러번 반복해서 쓸 경우는 지수로 쓰면 숫자나 문자 쓰기가 훨씬 편해지잖아. 숫자나 문자가 많아 질수록 더 그러겠지? 을 지수로 안쓴다고 해봐. 얼마나 길어지겠니?

그런데, 숫자와 숫자를 곱할 때 곱셈 기호를 생략하면 무척 헷갈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 그건 우리가 '10진법 자리수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럴 불편함(?) 감수해야만 해. 예를들어 23 이라고 써있다면, 이건 인지 인지 헷갈릴 수 있으니까, 숫자가 연달아 있을 때는 반드시 '아, 이건 자리숫법으로 표현한 것이구나.' 라고 여기면 된다는 거야.

먼저 이렇게 표시하는 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아래 다른 예를 적어볼께. 공책에, 만약에 위의 약속을 지켜서 간단하게 나타낸다면 어떻게 할까 적어보길 바래.


좋았어 ! 이제 수학 언어를 쓰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니? 그럼 조금 더 가보자. 이제 식(formula)으로 가볼거야. 우선 '전문 용어'를 써야겠는데 말하려니 미안하구나. 사실, 유럽어에서는 이런 용어들을 쓸 때 그게 생활에서 쓰는 말이랑 그렇게 낯선 용어들은 아닌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우린 이상하게도 일상에서 잘 안쓰는 말로 그 단어를 쓰고 있어. 한자를 쓰려고 해서 그런지 짧게 쓰려다보니 그런건지 그건 삼촌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가끔 더 쉬운 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 말은 무슨 말이냐면, 항, 다항, 식, 등식, 방정식, 부등식 같은 말이야. 이것들을 영어에선 , 차례대로, term, polynomial , formula, equation, equation, inequality. 이야. 보다시피 영어식 표현으로는 대체로 생활에서 쓰는 것이랑 많이 낯설지는 않지만, 우리말에서는 완전히 생활에서 안쓰는 말들이야. 게다가 잘 봐. 우리말로는 등식과 방정식이 영어로는 모두 equation 이지?

그런 문제는 하루 이틀에 풀릴 문제도 아니라 여기서 다루지는 않기로 하고, 그 용어를 설명할께. 문자 계산을 위해서는 그 용어들이 아주 잘 나오니까, 정확히 그 뜻을 알고 있어야 해. 이를 위해서는 변수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변수도 영어로는 variable 이야. '변할 수 있는 어떤 것' 이라고 풀어볼 수 있을까? 삼촌 생각에는 '정해지지 않은 것' 이라고 하는게 조금 더 나은 것 같아. 변수(變數) 라고 우리가 흔히 쓰는 건 자칫 오해를 일으키기 쉽거든. 변수 에서 수(數)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 같은 수만 뜻한다고 말하는 것 같잖아? 사실은 꼭 안그래도 되는 것이거든. 물론 학교에서는 대체로 수일 때만 다루니까, 당연히 '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겠지 생각하지만, 아니야. 그것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개념이야. 어떤 수학적 대상을 대신해서 쓰는 어떤 것 것이야. 무척 모호하지? '어떤' 이라니...

하지만, 그 '모호함' 때문에 무척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앞으로 자주 나올 거야. 우선은 무엇이든 적을 수 있는 빈 종이나 어떤 영상도 맺힐 수 있는 영화관 스크린이나, 사진 인화지, 컴퓨터 메모리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거기에 무엇을 적는 순간 확정이 되지만, 그 전까지는 그저 그 무엇을 뜻하는 임시적인 것 으로 생각하면 돼. 그래서 이라고 하면, 그 무엇을 두번 곱했다. 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 이때, x 가 자연수 일수도 있고, 음의 정수일 수도 있고, 유리수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어. 더 나아가,

이라고 한다면, 어떤 x 를 두 번 곱한 것과 어떤 a 에 어떤 x 를 곱한 갑을 더한 다음, 거기서 1을 빼라. 또는 (-1) 을 더한 그 무엇 이 되는 거야. 그런 이라고 할 수 있지. 이때 a 와 x 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어. 이 정해지지 않은 것 variable 은 고정된 것(상수, constant) 아니라 숫자 기호를 쓰지 않고 문자 기호를 써서 나타내. 그렇다면 이제 준비가 되었다.

  •  : 고정된 수, 정해지지 않은 것 다시 말해 상수나, 변수, 그리고 그것들의 덧셈, 곱셈, 뺄셈, 나눗셈은 모두 항이다.

그렇다면 지금 아래에 적는 것들은 모두 항이 돼.

하지만 이런 건 항이 아니지. (여기서 특수 기호 들은 셈의 나타내는 기호도 아니고, 상수도 변수도 아니라고 하자.)

그럼 아래 적은 것들 중 항이 아닌 것들은 어떤 것들은 항일까 아닐까?

어때? 하면 할 수록 만만치 않다는게 느껴지니? 무엇을 엄격히 정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조심해야할 것이 있는데, 다항이라는 것이야. 우리가 그냥 다항이라고 하면 항과 항을 덧셈과 뺄셈으로 연결할 경우 '한 항이 여럿있다' 라는 뜻으로 '다항'이라고 부르는데, 다항(polynomial) 이라고 할 때는 변수가 나뉘는 연산은 하지 않는 것로 보통이야기 해. 그래서

들은 모두 다항이 되지만,

들은 다항이라고 하지 않아. 거기서 x ,y , w 같은 것들은 모두 변수라고 가정한 거야. 필요하면 그것들에는 따로 이름을 주지. '분수식' 이런 식으로 말이야. 나눗셈은 항상 그렇게 만만치 않아. (왜 그럴까 생각해보겠니? 삼촌도 생각중인데 아직 뚜렷한 이유를 잘 모르겠구나.)

그럼 이제 '식'을 보자.

  •  : 항 = 항, 항 > 항 처럼 항과 항을 비교하는 관계로 되어 있으면 그것을 식이라고 부른다. 같다는 나타내는 = 로 되어 있으면 등식, 크가 작다 또눈 순서가 앞선다 뒷선다를 말하는 > 로 되어 있으면 그것은 부등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런건 모두 식이지.

그렇지? 처음 걸 보면, 5 는 상수니까, 항이고 항 = 항 꼴이니까 식이지. 그것도 등호(equality)로 되어 있으니 등식. 다음, x 는 변수니까 항, 1 은 상수니까 항, 항과 항을 뺐으니까 등호의 왼쪽은 항, 등호 오른쪽 0 은 상수니까 항, 그래서 항 = 항 꼴이니까, 등식. 됐지? 마지막 것을 볼까? x 는 변수로 이것을 세번 곱한 것도 항, 두번 곱한 것도 항이고 이 둘을 비교했으니 식이지. 여기선 비교가 > 로 했으니 부등식이라고 부를 수 있어. 그럼 아래 쓴 것들은 식일까 아닐까?

이제 어느 정도는 된 것 같다. 이제 삼촌이 항, 식, 등식 이런 말을 쓰면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지?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이 정도는 정확히 해두면 앞으로 괜찮을 것 같아서 말했어. 안그렇게 대충 쓰다보면 한참 가는데, 마치 봄에 강이 녹을 때 얼음판 위를 걷는 것 처럼 불안해질 수 있거든. 쿵쿵 발 아래를 다지며서 가보고 있는거야. 느리긴 하지만, 안전한 쪽을 택했어.

자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문자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 항과 식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참으로 자주 나오는 것들에 익숙해져야만 해. 이것은 하다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지게 되어 있어. 여기에 빨리 익숙할 수록 수학하기가 편해지는 것들이 있는게 그 대표선수들 몇 개를 골라봤어. 볼까 ?

이미 응큼슬쩍 몇 번 썼던 것들이야. 이제 조금 유식한 말로 바꿔서 해보면, '항의 곱'. a 와 b 자리에 어떤 수를 넣어볼까? 그러면 더 느낌이 잘 올지 모르겠다.

이 항의 곱은 괄호로 묶어서 나타낸 것인데 이것을 풀어보면 어떻게 될까? 항을 나타내는 뜻을 잘 생각하고, 교환, 결합, 분배 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면 이렇게 풀어볼 수 있겠지? 중간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처음과 끝은 빨갛게 나타내 보았어. 오른쪽에는 그림으로 설명을 해두었어. 하지만, 이건 '양의 수'일 때만 되는 것이니, 이 그림이 '증명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에 조심하거라.

삼촌은 여기에 적을 때 그냥 후루룩 적어버렸는데, 명훈이가 노트에 적을 때는 아직은 그렇게 하지 말고 지난 편지 마지막 부분에서 삼촌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조근조근 써주면 더 좋아. 아니다. 여기다 다시 써보자.

- 분배 법칙
= - 분배법칙
= - 교환 법칙, 지수
= - 0 의 정의
= - 0 의 정의
=

물론 꼭 이런 길로 가야하는 건 아니겠지. 다른 길로 가도 돼. 결과는 같지 예를 들어 셋째로 했던 식을 보면 중간에 가는 길을 바꿔서 가더라도 결국 도착하는 지점은 같아.

처음과 끝이 같으니까, 우리는 계산할 때 아무거나 편한 걸로 골라 쓰면 돼. 이것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교환, 결합, 분배 법칙만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거침 없이 바꾸어 가면서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게 돼. 몇개 만 예를 더 들어볼까... 아니, 그 전에 숫자로 된 문제를 몇 개 풀어보는게 더 낫겠다. 자, 아래 몇개를 암산으로 계산해 보겠니? 연필 안써야지. 머리로만.

  •  ?
  •  ?
  •  ?
  •  ?
  •  ?
  •  ?

이 문제들을 있는 그래도 곱하면 계산이 훨씬 복잡하지. 하지만, 잘 묶고 풀어낸 다음 계산하면 계산이 훨씬 간단해질 수 있어.

또 하나 해보자. 이건 '식과 항'의 계산이 위력을 발휘하는 한 예가 될 수 있겠구나.

이다. 잘 보면, 로 왼쪽에 참여하는 항들을 더하면 오른쪽 항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잖아. 그렇다면, '암산으로 계산해 보겠니?'

 ?
 ?

계산해봤니? 실제로 그렇게 되지, 와우 ! 그런데 여기까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갑자기 이런 법칙(?)이 깨질 수도 있을까?

계산하기 전에 우리가 짐작하기로는 1999999999 가 될까? 아니고 갑자기 예상했던 199999999 가 아닌 다른 것일까? 계산해보면 이것도 돼. 와우 ! 그러하면 어떤 수에 대해서도 항상 될까? 예를들어

가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될까? 이것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무기는 이미 네 앞에 있단다. 어떤 것을 골라 내서 어떻게 쓸 것인지만 남았어. 한번 밝혀 보겠니?

어떤 수에 대해서도 앞의 법칙이 항상 될까? 아니면 언젠가 어디선가 그 법칙이 깨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을까?

아휴,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여기서 숨을 한번 돌리고 마치기로 하자. 앞에 문제로 냈던 것들에서 두어개만 골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볼께. 꼭 이렇게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이야.

어때? 하지만, 사실 조금 억지 같지? 억지처럼 보일 수 있는 예라는 것 인정할께. 그렇지만 계산에 1 이 등장할 때는 눈을 밝히라는 것을 담고 있기는 해. 1은 최소한 이런 성질이 있지.

처럼 어떤 수에 1 을 곱해도 그 결과는 어떤 수일 뿐이다.

1은 곱셈과 있을 때는 참으로 겸손한 수야. 그리고 그 덕분에

처럼, 1 은 아무리 자신을 곱해가도 결국 그 자신이야.

1이란 이런 신비한 수라는 걸 잊지 말아다오.

그리고 이 문제에 구체적인 숫자대신 문자로 바꿔 보면 그 '틀' 또는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돼.

이런 꼴이잖아. 이것도 앞에서 했던

의 '틀'에서 a 자리에 어떤 수 n 또는 99 , 그리고 b 자리에 1 인 경우였어.

어디 여기까지 하니 문자 또는 항이나 식을 잘 다루면, 구체적인 숫자를 다루는 것보다 '다른 무엇인가'에 담긴 것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안드니? 문자로 나타내면 '틀' , '골격' ,' 구조' 를 드러내주는 힘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루면 점점 더 어떤 '구조'들의 법칙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다시, 그래서 그것만 알면 구체적인 숫자들 속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들 사이에 어떤 법칙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 혹시 안드니?

그리고 오늘 편지를 다시 보면 느끼겠지만, 분배 법칙, 이거 정말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분배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세계는 참으로 퍽퍽할거야. 흐르는 맛이 없지. 아니, 그렇다면 분배 법칙이 통하지 않을수도 있어요? 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어떠니? 수학의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가 아는 '수들의 세계' 말고 다른 어떤 세계에서는 혹시 분배 법칙이 안되는 그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떨까 과연?

자, 오늘 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볼께.

  • 문자를 쓰는 것도 관습이 있다. 곱셈 기호는 빼고 쓸 때가 많다. 그렇게 하면 더 편하니까 그렇게 발전해왔다.
  • 상수와 변수, 그리고 셈들로 연결 되서 항을 이루고 항과 항을 등호나 부등호로 연결 하면 식이 된다.
  • 숫자 대신 문자를 써서 나타내고 교환, 결합, 분배 법칙을 적용해서 변용하다보면 '골격'을 볼 수 있어서 숨은 법칙을 찾을 수 있다.
  • 아주 자주 나오는 항의 계산들은 익숙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좋다.
  • 공책에 적을 때는 = 부분을 줄 맞추어서 깔끔하게 쓰고, 그렇게 넘어갈 수 이유를 적는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문제 몇개를 내볼테니 이것을 공책에 정성스레 풀어 봐. 어려운 규칙이 쓰이고 있지는 않아. 꼼꼼하게 하면 모두 풀어 낼 수 있지. 하지만, 문자로만 되어 있으니 너무 막연해서 재미가 없거나,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답은 답장으로 부쳐 다오 ~.


이것들을 다 해보았니? 대단한 걸 !! 그렇다면, 다음 도전 ! 이것까지 실수 없이 해낸다면 문자 가지고 노는 데는 대단한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어.

  • 을 풀면 항에 곱해진 수는 얼마일까? 앞의 숫자는 ?

오늘 문자 계산이 너무 낯설고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아도 돼. 이 정도를 해낸다는 것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문자 계산에 대해서는 별로 어려움 없이 해낸다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 처음 만나서 어려웠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돼. 아직 시간은 충분하잖아.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처음 나올 때,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모두 이해해버리면 더없이 좋지. 이를 위해서는 공책에 쓸 때는 깔끔하게 쓰고, 어떤 게 나오면 그것만 풀고 끝내지 말고 잠시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것에 대해 '도대체 이 안에 무언가 숨어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자, 그럼 막현한 이야기들은 이제 잠시 접고 다음 편지에서는 자연수 세계로 돌아가보기로 하자. 수학의 드넓은 세계에서 가장 확실해보이는 바로 그 세계의 신비 속으로.


비구름 너머 보름을 보며, 청사포에서



수학 편지 대문으로.
  1. 알파벳을 모두 다 쓰면 이렇게 돼.
    이런 글자들이야. 이쁘지 않니? 차례대로 비슷한 우리나라 말 발음을 붙여보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제타, 에타, 떼타, 이오타, 카파, 람다, 뮤, 뉴, 히, 피(또는 파이 영어로 p 발음), 로, 시그마, 타우, 웁실론, 피(영어로 f 발음), 피, 파이, 키, 프시, 오메가 이래. 괜히 다 썼나? 소문자만 썼어. 그리고 약간 변형해서 쓰는 글자들도 있어. 그런건 나중에 나오면 따로 말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