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Young Bok

DoMath

성공회대학 '신영복 함께 읽기'마지막 강연

  • "죽순의 가장 큰 특징은 마디가 짧다는 것입니다. 30m 큰 키를 지탱하는 힘이 이 짧은 마디에서 나옵니다."
  • “대나무의 긴 뿌리는 캄캄한 곳에서 오랜 세월 키워온 것입니다. 역경을 겪지 않은 사람이 큰 키를 이룰 수 있을까요.”
  • “우리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뿌리보다는 바로 잎사귀를 바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 "동서고금의 수많은 담론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희망의 말이 바로 이 '석과불식'입니다. 이 말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고 더욱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해서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물결로 인해 야기된 지금의 위기상황이 석과를 연상시킵니다. (...) 하지만 마지막 과실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듯 진정한 희망 찾기에 나서야 합니다.”
  • "겨울의 입구에서 앙상한 가지로 서 있는 나무는 비극의 표상이며 절망의 상징이지만 그 앙상한 가지 끝에 달려있는 빨간 감 한 개는 글자 그대로 '희망'입니다 (...) 잎사귀를 뜯고 나무의 뼈대인 앙상한 줄기를 분명히 드러내 직시하듯, 거품을 떠내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 구조, 정치적 구조, 문화적 작용 등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 "잎이 떨어져 뿌리를 거름하는 이치가 바로 절망의 언어를 희망의 언어로 바꾸어내는 이치입니다."
2006년 새해 덕담으로 그리고 쓰다.
  • “박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겨울을 지나 씨앗을 뿌리고 새로운 싹과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사람을 키워내야 합니다. ” “씨 하나가 숲을 만들어내듯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 "우리 시대에 거의 수단화되어 잇고 물질적 가치의 하위에 배치되어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 삶이란 사람들과의 만남이며 사람의 가치를 가장 온전하게 읽어내고 키워내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대학"
  • "단순히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숲이 되는 방법, 사람이 개인이 아닌 숲의 사람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나무는 큰 나무, 작은 나무, 부러진 나무 등 많이 있으나 이 모든 결함을 모아 숲을 만들면 작은 나무나 큰 나무나 흠이 되지 않습니다 (...) 숲이 바로 나무의 완성인 것입니다."
  • "한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학교의 과제이자 사회의 과제입니다. (...) 어느 한 나무를 똑똑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결함에도 숲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학교의 과제이자 사회의 과제입니다."
  • "우리나라의 인재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어떤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각 대학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훈련된 인재들로 가득차 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숲을 가지지 못했다 (...) 각자 나무가 되려 하지 말고 숲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나무는 짧고, 숲은 깁니다. 숲은 전체로서의 완성을 뜻하며, 나무(개인)의 결함까지도 품는다는 점에서 나무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숲은 수많은 나무를 길러내는 시스템으로 한 사회의 리더나 구성원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 * "중요한 것은 대나무가 그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나무가 반드시 숲을 이루고야 마는 비결이 바로 이 뿌리의 공유에 있는 것이지요. 개인의 마디와 뿌리의 연대가 숲의 역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숲' 사이트에서 빌려온 신영복 선생님 글씨


  •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엘리트를 재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원정출산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구조는 지금 정부기관에까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우리는 죽순을, 감나무를 길러내는 진정한 의미의 숲을 갖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을 아름답게 길러내는 이 숲이야말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는 장(場)입니다. 우리 사회가 금방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과정이 아름다워야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이 진실하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 “현재 우리 시대의 대학은 취업과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인재 재생산 시스템에 있습니다. (...) 삶은 사람들과의 만남이고 사람의 가치를 온전하게 읽어내고 키워내는 것이 대학입니다. (...) 우리 대학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숲으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의 인식의 개선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 “‘차가운 머리(cool head)’에서 나온 이론과 각박한 언어로 비판적인 담론은 진정한 의미의 사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뜻한 가슴(warm heart)’에서 나온 자신의 양심이 인간적으로 융화될 때 진정한 담론이 되고 진정한 의미의 사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from Head to Heart)이고, 인간적인 애정 속에서 진정한 담론과 사상이 나옵니다.
  • “현재 우리나라는 과정과 수단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속도 중시’로 가고 있는데, 결과주의는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사회 발전 과정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삶은 사람들과의 만남인데, 이것을 격하시키는 것은 엄청난 비극입니다. (...) 사람의 가치를 온전하게 읽어내고 키워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학이자 숲이며, 이런 숲이 곳곳에 자리잡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 "절망의 상황을 희망으로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은 현 시대의 한복판에서 여러 선생들, 학생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 "우리는 사회를 불가역적으로 바꾸어내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 사회변화란 결코 쉽지 않지만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 그 자체가 삶을 아름답게 하고 보람되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근본에 있어 사회를 바꾸어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 "여러분 모두에게, 어디에 있든 사람이라는 씨앗을 묻는 과정을 계속 해가기를 당부합니다. (...) 나도 앞으로 함께 씨앗을 묻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跋文 에서

  • 배운다는 것은 생각을 높여 가는 일이다. 높여가기는 '경험'을 쌓아가는 일이다. 그러한 경험들로 삶의 풋풋한 실체를 키워가는 일이다. 초고속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속도와 넓이의 엄청난 위력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手段)'이며 '준비(準備)'라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진정한 만남을 위한 것이며, 뜨거운 공감을 위한 것이며 진정한 이해(理解)에 이르기 위한 작은 약속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작은 일 하나를 도모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만 자기 하나를 고독하게 간수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만남을 필요로 한다. 만남은 무엇보다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視覺)을 하나 더 갖게 해준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방황과 칩거는 대부분이 그러한 시각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이 새삼스런 모습으로 다가오듯이 자기를 자신의 바깥으로부터 바라보게 해주는 시각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한 시각은 무엇보다도 먼저 타인이라는 대상적 존재의 부당성을 깨우쳐준다. 나와 타인 사이에 놓여 있는 원천적인 비대칭성을 적발하게 한다. 자기도 누군가의 타인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줌으로써 '만남'의 참다운 의미를 터득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을 꾸준하게 쌓아가게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삶이 맺고 있는 관계망에 눈뜨게 한다. "사람은 만남의 역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서 '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