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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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문학 장르 가운데 육아 일기라는 장르가 있다. 아이들은 자라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부모들은 이 모든 일들을 정성스레 공책에 옮겨 적는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이 공책들은 읽기만 해도 마음 넉넉해지는 독서가 된다. 부모 자신들에게 있어서 특별히 그렇다. 바로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니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더없이 예뻤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부모 자신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기도 하다.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남의 어린 자녀들의 사진들을 볼 기회가 종종 있는가. 손님으로 초대되어 가면 집 주인들은 두꺼운 앨범을 꺼내 들고 와서는 넘기기 시작한다. 열 장을 넘어 스무 장으로 갈 때 쯤이면 여러분들은 간신히 하품을 참기 시작하는데 아이들 부모들은 이 행동을 끝도 없이 계속할 요량이다. 그들의 자녀 또는 손자손녀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있어 한다. 그러나 '아니 어떻게 모든 아이들이 서로서로 닮았지' 라는 생각이 여러분들을 뒤쫓을 뿐이다.

사람들이 말하듯, “이 책을 독자들의 심판에 맡기면서”, 나는 지금 아주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고 싶었지만 나는 제 3 자라는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을 가질 수 없었다. 아내인 알라 야르호는 아주 엄격하고 잔소리가 많은 비평가이다. 그러나 매번 이 원고를 손에 들고 다시 읽을 때마다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아이러니는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완전히 다른 감정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책이다. 우리에겐 두 아이가 있는데 아들인 지마와 딸인 줴냐이다. 여기에서는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관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이들 친구들에 관해서도 말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기네 방속에서만 틀어박혀 살지는 않으니까. 남의 아이들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관련될 때 훨씬 더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음을 부정하지는 못하겠지만서도.

엄중한 질문에 저자인 나는 답해야 한다

제 3 자로서 독자는 이 책에서 어떤 흥미로운 것들을 찾을 수 있는가? 왜 이 책이 우리 가족에게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에게도 역시 흥미로와야만 하는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수학 동아리 일기 입니다” 라고. 지마가 생후 3년 10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지마의 동네 친구들 중 그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 넷을 모아서 수학 동아리를 시작했다. 이런 아주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 쓰여있다. 괜찮다면, 이 책을 일종의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수학 문제집 정도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문제 뿐만 아니라 이러한 특성과 함께 여기에는 아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 무엇을 이해하였고 못하였는지, 어떤 어려움과 오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보통의 기하학 또는 대수학 내용이 들어있는 문제집을 썼는데, 대신 그와 배우는 사람들이 문제들과 어떻게 ‘씨름하였는지’에 대해 생생한 역사로 바꾸었다면, 나는 독자로서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유아들과의 경험이라면 그런 건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하다. 사고가 발달해가는 모든 과정, 지적인 모든 움직임은 이러한 경우 더욱 잘 드러나고 더욱 분명하다. 수학 동아리를 시작하면서 이 일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완전히 나를 사로잡을 것인가에 대해 예견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여러 해 동안 나의 독서 범위는 교육학과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언어학, 정신의학, 동물 행동학, 행위 유전... 에 이르기까지 이후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갔다. 나 자신을 위해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다. 나는 더 풍성해졌다. 더 지혜로와졌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기르는 데 누구에겐들 지혜가 이르지 않을수 있단말인가 ?”

라고 했으니, 비록, 그리보예도프[1]는 벌써 주목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수학은 순수하게 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학교 수학보다 훨씬 간단하다. 그래서 전문가들 뿐 만 아니라 어느 독자에게도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잠정적인 독자 층을 아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보면, 핵심은 되었다. 이 책이 나 혼자에게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지금 나는 순수한 양심으로 이 책을 독자들에게 권할 수 있다. (실은, 아직 공책에 적어놓은 채 있던 이 일기를 읽었던 많은 친구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책으로 내라고 권유했었다. 많은 복사본들이 처음엔 모스크바에서 그리고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읽혀졌다. 이러한 흥미는 이미 20년 동안 식을 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있어 이 책의 유익함을 증거하는 또 하나의 논증이다.)


유아와 수학 : 서론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 맺음말


Note

  1. A.C. 그리보예도프의 "지혜로부터의 슬픔" 에서 주인공 챠쯔끼의 대사.
    А чем не муж? Ума в нем только мало,
    Но чтоб иметь детей,
    Кому ума не доставало? - (Чацки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