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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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노촌 이구영 선생님께서 세상을 뜨셨구나. 몇 발짝 떨어져 휠체어에 앉아계신 그 분을 두 번 뵌 것말고는 나야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나 이문학회 소식, 그분이 쓰신 '찬겨울 매화향기에 마음을 씻고'로 한터럭이나마 그 분 알게 되었지. 그것으로 족하여 존경할 어른 한 분 마음에 더 두게 되었지.


그 분 한 시 두 어 편 옮겨 추모를 대신할까.


壬申正元 임신년 설날 아침에

이른 아침 단정히 앉아 잠시 돌이켜보니
품은 뜻 이룬 바 없이 어느덧 늙은이 되었네

집안 가득한 책이야 아이가 읽을 터이고
새봄 새아침에 좋은 바람 불어오네

높은 뜻 부쳤으니 시가 좋고 낮은들 어떠하며
깨끗한 즐거움이 어찌 장단을 논할손가

세간에 이름 얻음이 전원생활만 못할지니
일가친척 정담이 시골생활 위안이 되네.

五言律詩

세금 없으니 관리도 없고
달력 없으니 해도 모르네
산 너머 바깥손님 찾는 일 없어
외딴 산길엔 이끼 자라네.

가을 가고 겨울이 오다
나뭇잎 지고 산은 높고 기러기 혼자 울고

그리운 마음 간절한데 그대는 소식 없어

샘물 찾아 발길 따라 삼각산에 올라보니
약초 캐는 새 밭이 만경들보다 좋아

시 가운데  풍류를 너무 좋아하지는 마시게
세속에서 취생몽사 내 어찌 벗어나며

뉘라서 허망한 꿈 깨워줄 수 있을까만
잠시나마 고향에 왔으니 크게 취한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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