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24-1
- 고대는 멀고, 중세는 뿌였다. 역사는 바로 지금 여기라지만, 그때 바로 거기가 그리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중세 기사들은 하느님께 경배, 의로움, 용맹, 충성,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맹세를 상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들이 문화의 한 축이었을 것이다. 중세 유럽 문학이라면 기사문학이 한 축일테지. 기사집단이 갖는 신권과 왕권 사이에서 갈등, 개인이 갖는 만남과 이별, 사랑을 주제로 문학을 이루어갔다. 하지만, 기사들 안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사와 성공하지 못한 기사들이 있었고, 문학적으로도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다 '문학'을 전문으로하는 사람들이 나왔겠지. 현대처럼 문학으로 밥을 먹고 살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짜피 부업은 가졌어야 했을테고. 마침내 상황을 정리할만한 리더들이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한 개인일 수 있고 위대한 작품일 수 있다.
- 위대한 작품이란 다수 대중에게 회자되면서 생명력을 가지거나 비밀리에 신성시되면서 경배되면서 이어져 온다. 어찌되었든 언젠가는 해 아래 드러나서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서야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연극은 교회가 금지했다. 왜냐하면 연극한다는 작자들이 대개 천박한 사람이어서 이들은 숨길줄 모르고 직설적인 성격을 갖는게 일반적이니까. 꿍꿍이 속이 있어봤자 뻔하기 마련이다. 야생적인거지. 교회는 권력을 가졌을 것이고 따라서 부패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마련이었을 것이고 이 배우라는 작자들이 술에 취해 이들을 비꼬았을 것이다. 교회는 연극을 금지했다지만, 천국이 도래하지 않았는데 풍자와 묘사 흉내내기가 사라졌을까? 그럴리 없다. 지하로 들어간 연극은 더 음탕해지고 더 풍자적이 되었을 것이다. 마침 교회에서 쓰던 언어는 대부분이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고대어였을 것이다. 교회랑 교조적이지 않을 수 없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 때가 되어 교회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사람들이 교회 내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이들은 내부적인 개혁을 주장하면서 그들로부터 등을 돌린 대중들을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태양은 때가 되면 음지를 비춘다. 음기가 가득찬 것들을 양기에 품어보려는 노력은 예나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정보원만 음지에서 양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 안으로 연극과 문학을 끄집어 들이려 했을 것이고 기사 문학이나 교회 문학도 그렇다. 연극을 교회 안에서 검열을 받고 하자는 정도에서 타협한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담기 마련이다. 음지에서 살던 배우들 중에는 연극만 할 수 있다면 그런 '전향'을 감수했거나 어떤 일들은 이보다 적극적으로 더 잘먹고 잘살기 위해 땅을 뚫고 나와 개구리처럼 튀어올랐을 것이다. 어떤 이는 소신껏 어떤 이는 능력이 안되서, 어떤 이는 인연이 안닿아서 음직에 남아 음지를 그려낸다. 이런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신을 경배하는 내용을 담은 연극이 교회에서 잘 되면 잘 될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려했을테고 그러면 자연히 사람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티켓'을 끊어야 했다. 이것은 권력이나 돈이나... 중세에서 상업 교역이 발전해갈수록 돈이 권력을 상징했을 수 있으니까 돈으로 티켓을 끊은 지금의 관습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그때로 거슬러갈 것이다.
- La Traviata 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르디의 오페라다. 비올렛따, 알프레드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첫 공연에서 대패했다. 주연 소프라노가 그 당시는 그렇듯 뚱뚱해서 폐병에 걸려 죽는다는게 '관객(!)'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그때까지 익숙했던 방식 - 오페라 하면 그 당시의 고전이어야 했던, 옷과 내용, 창법, 음악... - 과 달랐으니까. 안톤 체홉의 희곡 '챠이까(갈매기)'같은 운명이었겠지. 어디보자, 이 둘 사이에는 50년 정도 차이가 나네. 그렇다면 내가 젊어서 이탈리아에 가서 이 황당한 오페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죽기 전에 러시아 모스크바 가서 또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거군...
- 여기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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