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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사람 38년 현직 사제생활 마감 ‘재야 원로’ 김병상 신부"]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 대표이자 인천지역 재야의 어른인 김병상(74) 몬시뇰(주교품을 받지 않은 명예 고위성직자의 명칭)이 은퇴한다. 그가 38년간 몸담아온 가톨릭의 ‘현직 신부’로서 삶을 마감하는 은퇴미사는 25일 오전 10시30분 인천시 중구 답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
"신부로서도, 민주화 운동에도 헌신적으로 투신하지 못했어요. 하느님 앞에 부끄럽지요.”
인천교구청이 있는 답동성당에서 만난 김 몬시뇰이 겸허하게 삶을 돌아본다. 그러나 그는 민주화의 산증인이다. 일체의 정권 비판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던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가 극에 달하던 1977년 인천교구 총대리 겸 부교구장이어던 그는 답동성당에서 ‘유신헌법 철폐’아 ‘언론자유 보장’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특별 기도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곧바로 경찰에 구속됐던 그는 수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이 석방 촉구 기도회를 열고, 동창신부들이 단식농성을 감행해 15일 만에 풀려났다. 그는 그 뒤에도 함세웅 신부, 김승훈 신부 등과 함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이끌었고, ‘굴업도 핵폐기장 철회를 위한 인천시민모임’ 상임대표 등으로 인천 재야의 대부 구실을 해왔다. 가톨릭 내에서 그처럼 사회정의에 기여한 인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가톨릭에서 보수성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에 대해 “가톨릭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보수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사회 정의’에 투신하며 앞장섰다고 후방에 있었던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뒤에서 욕해가면서도 지켜주고 후원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앞에 선 사람들이 민주화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회가 좀 더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 교회가 활기에 넘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교구청에서 나가 인근 아파트에 살게 될 그는 “앞으로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면서 평생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의 삶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산책길 나선 노사제의 뒤로 낙엽 빛깔이 더욱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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