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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황금 보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979년 소련의 침공과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 정권, 그리고 2001년 미국의 무차별 폭격에 이르기까지 27년 동안 포연이 그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의 폐허에서 박트리아(서기전 23~19세기)와 쿠산 왕조(1~3세기) 시절 황금빛 유산의 행방을 묻는 건 순진한 질문일 수 있다. 사람들은 소련군이 아프간의 보물들을 탈취했거나 지하 시장으로 빼돌렸을 거라고 추측했다. ‘우상 타파’를 명분으로 바미안 석굴을 폭파한 바 있는 탈레반 정권이 문화유산을 용광로에 던져넣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명백한 건 카불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2만2000여점의 아프간 문화유산이 80년대 이후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프간의 보물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었다. 프랑스 기메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www.museeguimet.fr)은 ‘아프가니스탄, 다시 찾은 보물들-카불 국립박물관 소장품전’을 연다고 6일 밝혔다. 박물관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에 전시된 220점의 유물은 풀롤, 아이하눔, 틸리아테페, 베그람 등 아프간의 주요 유적지 네곳에서 나온 2만여점 가운데 엄선한 것들이다. 고대 그리스 유리제품, 인도 상아조각, 중국 거울 등 이국적 보물로 채워진 전시 목록은 비단길의 요충이던 아프간이 그리스·인도·중국 등 세 문명권의 ‘다리’ 구실을 했음을 잘 보여준다.

인류 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유물보다도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암시장에서 족보도 없이 팔려다닐 줄 알았던 이 보물들이 어떻게 파리의 박물관 진열대에 나타났는지다.


» 위 왼쪽 첫째부터 넷째까지는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틸리아테페의 귀족 무덤군에서 출토된 황금 왕관, ‘쿠샨의 아프로디테’, 장신구, ‘박트리아의 아프로디테’ 등이다. 다섯째와 여섯째는 쿠샨 왕조의 왕궁 터로 추정되는 베그람에서 출토된 여성 얼굴이 새겨진 청동 자기와 상아로 조각한 풍만한 몸매의 여인상이다. 왼쪽은 맹수가 새겨진 서기전 1세기께의 황금 칼자루다. 기메박물관 제공


카불 박물관의 유물은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어떤 집단이 20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열쇠지기’라고 불리는 이들은 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직후 카불 박물관의 유물들을 대통령궁의 지하 원형창고에 감춘 뒤 그 열쇠를 목숨 걸고 지켰다. 이들은 굶주림의 시대에도 보물에 손대지 않을 정도로 청렴했고, 탈레반의 광기 속에서도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용감했다. 탈레반 정권은 대통령궁 보안요원들을 고문하고 바닥을 다이아몬드 드릴로 뚫어보았으나 지하창고의 존재를 캐내지 못했다.

이 모든 비밀은 2003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대통령궁 지하창고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조금씩 드러났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은행 금괴와 함께 카불 박물관의 상자들이 지하창고에 보관돼 있다며 고고학자인 프레드릭 히버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전문위원에게 소장품 목록 확인을 부탁했다. 2000년 이상을 땅속에서, 그리고 20여년의 전란 기간 다시 지하창고에서 숨죽이고 있던 보물들은 이렇게 파리의 진열장에서 다시 인간과 마주보게 됐다.

기메 박물관은 내년 4월 말 전시를 마친 뒤 미국 등 세계 순회전도 준비하고 있다. 아프간의 보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아직 긴 순례의 길이 남아 있다. 카불은 여전히 이들에게 안전한 장소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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