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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암투병 어머니 ‘아들 찾아 3만리’


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쇠약해진 몸을 끌고 20년 전 미국으로 떠나보낸 아들을 찾아 태평양을 건넜다.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16살이란 어린 나이에 낯선 땅으로 건너온 아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머니에게 “잘 살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를 썼다.

캘리포니아를 3개월간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노숙자가 된 아들과 다시 만난 어머니는 “미안하다(sorry)”를 되뇌었다. 영어를 모르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배운 단어였다.

미국으로 떠난 아들의 소식이 4년째 끊기자, 9월 아픈 몸을 끌고 홀로 타국으로 와 아들을 찾아낸 응우옌 하이(57)의 사연이 화제다.

19일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973년 남편이 공산당원들에 의해 죽은 뒤 응우옌은 행상을 하면서 삼남매를 어렵게 키웠다. 그는 굶주림에 뼈만 앙상한 아들 뚜언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986년 어느날 밤, 어머니는 아들에게 여분의 옷과 떡을 챙겨넣은 가방을 건넸다. 그리곤 한 보트 선장에게 보내 미국으로 밀항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아들을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표류하던 보트는 원양어선에 구조돼 말레이시아로 보내졌고, 다행히 뚜언은 그곳에서 미국으로 향했다.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뒤 어머니에게 보낸 사진 속 뚜언은 웃고 있었다.

2001년,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지금 암세포는 잠시 활동을 쉬고 있지만 심장병, 관절염 등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어머니는 아들을 타국에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뚜언의 연락은 4년째 끊긴 상태였다.

운전기사인 작은 아들과 옷장사를 하는 딸이 돈을 보탰다. 근근이 여비 1400달러를 마련한 어머니는 홀로 1만3000㎞의 여정에 나섰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편지에 쓰인 주소지인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애나로 향했지만 아들의 흔적은 없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웨스트민스터의 베트남타운 ‘리틀 사이공’에 응우옌의 딱한 사정이 알려졌고, 미국 내 베트남어 신문 <응우오이비엣>도 그의 사연과 아들 사진을 보도했다. 상상과는 달리 노숙자가 된 아들을 봤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노숙자 쉼터를 샅샅이 뒤졌다.

미국에 온 지 3개월 만인 11월19일, 응우옌은 새너제이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노숙자를 찾았다. 20년이 흘렀어도 아버지 눈을 빼다박은 아들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러나 아들은 ‘사람을 잘못 봤다’며 어머니의 손길을 거부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뚜언은 누군가 자신을 해치러 쫓아온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경찰에 따르면 뚜언은 1995년 무리와 함께 가정집에 침입해 부부를 묶고 금품을 훔치다 체포됐다. 10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5년 만에 가석방된 상태다.

어머니와 아들은 지금 새너제이의 까오다이 사원에서 함께 머물고 있다. 처음 그를 ‘아주머니’라 부르던 아들은 이제야 어머니를 알아본다. 응우옌은 자신의 비자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뚜언의 가석방 기간은 1월이 돼야 끝난다. 미국이 응우옌의 바람을 들어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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