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
- 팽이가 돈다
-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 손님으로 온 나는 이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 都會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 나의 일이며
- 어느 小説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生活이며
- 모두 다 내던지고
-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 정말 속임없는 눈으로
-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餘裕가 있고
- 바쁘지도 않으니
- 마치 別世界같이 보인다
- 팽이가 돈다
- 팽이가 돈다
-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같다
- 팽이가 돈다
-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 제트機 壁畫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運命과 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 나는 한사코 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
-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記憶이 멀고
-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 팽이는 지금 數千年前의 聖人과같이
- 내 앞에서 돈다
-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공통된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 팽이가 돈다
- 팽이가 돈다
-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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