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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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서 온 ‘절망의 시’


수감자들이 몰래 쓴 22편 모아 시집 출간

외부와 단절돼 음습한 절망만이 가득한 관타나모에서 세상을 향해 편지가 날아들었다.


내 피를 가져가오
무덤에 외롭게 누운 내 주검, 사진을 찍어 세상을 향해 보내주오
재판관들에게
그리고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이 죄의식의 짐을 지도록
아이들과 역사 앞에서
‘평화의 수호자’의 손에 고통받는 이 영혼에 대해

바레인 청년 주마 알두사리(33)가 쓴 ‘죽음의 시’다. 그는 2003년부터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에 테러 용의자로 수감돼 있다. 그는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관타나모의 목적은 사람들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고 나는 파괴됐다”고 썼다. 그는 그동안 12번의 자살을 기도했다.

알두사리 등 관타나모 수감자 17명의 시 22편을 담은 시집 〈관타나모에서 온 시들: 수감자들이 말한다〉(아이오와대 출판부)가 8월 출간된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어 외부와 철저히 차단한 채 가둬온 관타나모의 수감자들이 처음으로 바깥을 향해 절규했다. ‘테러리스트’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인디펜던트〉와 〈로이터〉 통신 등은 21일 이들의 시를 싣고, 시가 햇볕을 보기까지의 ‘산고’를 전했다. 미군 당국은 시가 위험한 암호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 쓰기를 철저히 단속했다. 수감자들은 스티로폼 컵에 돌 조각으로 시를 새겨 돌려 읽었고, 치약을 잉크 삼아 적기도 했다. 시는 이들에게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뎌나가게 하는 도구였다. 2005년 풀려난 모아젬 벡은 “시가 없었다면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는 군 당국에 몰수됐지만, 한 변호사가 살아남은 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수감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여러번 방문했던 마크 팔코프 변호사는 우연히 얻은 시 속에서 수감자들의 절망과 분노,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발견했고, 다른 변호사들이 받은 시들도 모아 시집으로 묶었다.

〈알자지라〉 방송 카메라맨으로 2001년 미군의 아프간 침공을 취재하러 갔다가 붙잡힌 사미 알하지는 ‘수갑을 찬 채 모욕 당하며’에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나무에 앉아 비둘기가 울 때면
뜨거운 눈물이 내 얼굴에 흐른다
종달새가 지저귀면
나는 아들에게 해줄 말을 생각한다
모함마드야 아빠는 고통 당하고 있단다
나는 죄수가 되었지만, 죄를 지은 것은 나를 붙잡은 그들이다.

2002년 이후 미국은 800여명을 관타나모에 수감했고, 현재 380여명이 소송권도 뺏긴 채 기약 없이 갇혀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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