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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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담은 물건 만드는 게 인간의 운명”

일본의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페라리와 포르셰와 같은 세계적 명차보다 더 높이 쳐주는 스포츠카가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인터넷업체 소넷이 주최한 ‘당신이 선택한 올해의 차’ 스포츠카 부문에서 일본차 ‘오로치’(아래)가 페라리599와 포르셰 911티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신화 속에 나오는 거대한 뱀의 이름을 딴 오로치는 말 그대로 뱀이 땅을 기어다니는 듯한 독특한 차체와 보디라인 때문에 “교차로에 서 있으면 누군가 돌아보는 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2001년 도쿄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뒤 6년 만인 올해 시판에 들어간 오로치의 모체는 이름도 생소한 ‘미쓰오카’라는 작은 자동차업체다. 1994년 일본에서 열번째로 자동차생산업체로 인정받은 맨 마지막 주자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오로치의 생산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다. 동해를 마주한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시에 있는 미쓰오카의 500평 남짓한 공장은 조금 규모가 큰 가내수공업 현장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 안에는 일본의 장인정신 전통이 오롯이 살아 있었다. 불과 80여명 직원들의 꼼꼼한 수작업을 거쳐 오로치를 비롯해 미쓰오카 차종 10여대가 태어났다.

공고 졸업 뒤 18살 때 자동차판매원으로 차의 세계에 뛰어든 미쓰오카 스스무(68·왼쪽) 대표이사 회장은 “독창성이 있는 디자인과 자기 생각을 담은 물건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라는 일념으로 50년간 외길을 걸어왔다. 2년제 자동차디자인 전문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32살의 디자이너 아오키 다카노리가 그의 꿈을 실현시켰다. 10년 전 채용 면접장에서 “공부는 못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꿈만은 포기하지 못합니다”라고 읍소한 아오키의 재능과 열정을 높이 산 것도 미쓰오카 회장이었다.


그는 “악마라고 해도, 최악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물건을 만들라”고 거듭 주문했다. 요상스러움과 괴상함을 차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오로치는 이렇게 학력과 세대와 신분을 뛰어넘은 열정으로 탄생했다.


미쓰오카 회장은 “애초 오로치의 생산목표는 2001년 도쿄모터쇼 출품이었으나, 반응이 너무 좋아 상품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6일 시작되는 도쿄 모터쇼에 재출품되는 것에 맞춰 5개국 바이어들과 판매대리점 계약을 상담 중이라고 한다.

가격은 1050만엔(약 8400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연간 4대밖에 생산할 수 없어 주문한 뒤 1년반이나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예약자가 60명에 이른단다. 상품·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로치는 400대 만 판매한다.

미쓰오카에는 비싼 차만 있는 게 아니다. 아오키가 디자인한 소형차 ‘뷰트’(1330㏄)는 230만엔이라는 적당한 가격에 산뜻한 디자인으로 판매 3년 만에 3천대가 팔렸다. 소유자 스스로 조립하는 재미가 있는 1인승 ‘키트카’(70만엔 전후) 생산업체로도 유명하다. 전체 80%의 부품을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지만 핵심인 엔진은 도요타, 닛산 등 대기업에 의존해, 미쓰오카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미쓰오카 회장은 “3~5년 안에 독자적인 엔진 개발은 약속하지 못하지만 그런 희망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야마/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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