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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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 열하일기, '7월 8일 갑신일, 날이 맑았다.' 에서

... 눈앞이 아찔해지며 눈에 첫것이 보일만치 벌어진 광경은 어마어마했다. (...) 말을 멈추고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말했다.
"한바탕 울 만한 자리로구나!"
정 진사가
"천지간에 이런 넓은 시야가 펼쳐지는데 별안간 새삼스레 울 생각을 하다니요?"
하기에 나는 말했다.
"참 그렇겠나. 그러나 아니거든 ! 옛날부터 영웅은 잘 울고 미임은 눈물이 많다지마는 불과 두어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이 옷깃을 적실 뿐이요. 아직까지 그 울음소리가 쇠나 돌에서 짜나온 듯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찰 만한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거든 ! 사람들은 다만 안다는 것이 七情 가운데 '슬픈 감정'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만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르고 있다네. 까지껏 기쁘면 울 수 있고, 까지것 골이 나면 울 수 있고, 까지껏 즐거우면 울 수 있고, 까지껏 사랑하면 울 수 있고, 까지껏 미우면 울 수 있고, 까지것 하고 싶으면 울 수 있으니. 맺힌 감정을 한번 활짝 푸는 데는 소리쳐 우는 것처럼 더 빠른 방법이 없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에 비할 수도 있는 것일세. 북받쳐 오는 감정은 언제나 이치에 맞아 발적하는 것이니 웃음만 하더라도 그러한 감정의 발로라네. 사람들의 보통 감정은 이러한 지극한 감정을 겪어 보지 못하고 보니 공연히 까다롭게 칠정으로 나누어 '슬픈 감정' 에다가 울음을 짝맞추어 둔 것이네. 이러므로 사람이 죽어 초상이 나면 즉시 억지로라도 '아이고!' 하고 부르짓는 것이지.
(...)
' 그래 시방 울 만한 자리가 저토록 넓으니 나도 당신을 따라 한바탕 통곡을 해야 할 터인데, 칠정 가운데 어느 '정'을 골라 잡아야 하겠소?"
하여 나는 말했다.
" 이것은 갓난애에게 물을 일이네. 아이가 처음 배 밖에 나올 때에 느낄 정이란 무엇이겠는가?
처음에는 광명을 대할 것이요, 다음에는 부모, 친척들이 눈앞에 가득 차 있음을 보면 기쁘고 즐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요, 이 같은 기쁨은 늙을 때까지 두 번도 없을 일이에 슬프고 성이 날 까닭이 있을 것인가?

'정' 인즉 응당 즐겁고 웃을 일인데 도리어 분하고 서러운 생각에 벅차서 울부짓네 혹은 인생은 잘나나 못나나 죽기는 일반이요, 커서는 더구나 백 가지 근심 걱정에 성화를 받ㄷ을 터이니 갓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울어서 제 조문을 제가 하는 것이라고 하네. 이것은 갓난애의 본정과는 당토 않은 소리지. 아이가 어미 태 속에 자리잡고 있을 때 어둡고 갑갑하고 졸립고 비좁다가 하루아침에 어미 뱃속을 벗어나자 팔을 펴고 다리를 뻗고 정신이 툭 트이게 될 터이니 어찌 한번 있는 '정' 그대로 참된 소리를 쳐 보지 않겠나? 그러매 갓난애의 울음소리에는 거짓차람이 없다는 것을 마땅히 본받아야 할 것이네.
비로봉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요. 장연의 금모래톱에 가서 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요. 오늘 요동벌에 다다라 이로부터 산해관까지 1천 2백 리 어간은 사면에 한 점 산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 끝은 풀로 붙인 듯, 한 줄로 기운 듯 비바람 천만 년이 이 속에서 창망할 뿐이니, 또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야."


김종삼, 장편(掌篇)

장편(掌篇)

김 종 삼


버스로 오십분쯤 나가면
비탈진 주택단지 축대들의 층층대
언덕 너머 야산 밑으론 마음
고운 여자 친구가 살고 있었다
부근엔 오두막 구멍가게 하나
있어 그 친구랑 코카콜라랑 소주를
즐길 때도 있었다

한동안 일에 쫓기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 본즉
그 친군 어떤 사람과 동거 중이었다

야산과 축대들의 언저릴 경유하고 있었다
세자르 프랑크의 봐레이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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