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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트럭 물리실험실 농촌학교로 ‘출발!’

‘물리실험 화물차를 운전하는 물리학자.’ 조영신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과학영재교육원장)는 3년 전부터 주로 폐품과 재활용품으로 만든 기기묘묘한 물리실험 장치들을 가득 실은 1t 화물차를 몰고 일선 중학교를 찾아다닌다. ‘우’리가 해보는 ‘물’리‘실’험이란 말에서 몇 글자를 딴 ‘우물실’ 트럭이다. 찾아간 중학교는 90여곳, 참여 중학생은 8천여명이다. 주로 탄광촌이나 농촌의 작은 학교들이다.

2005년 4월부터 이어진 ‘우물실’ 활동엔 조 교수 외에 현직 과학교사 10여명, 강원대생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운전석엔 조 교수가, 옆과 뒤 좌석엔 진행요원 대학생 서너명이 함께 탄다. 방학 땐 교사들도 참여한다. 농촌에 사는 조 교수는 “화물차는 내 텃밭 농삿일에도 쓰는 다목적용”이라며 “찾아간 학교에서 학생들이 물리실험 장치를 직접 만지며 이론으로만 배웠던 자연현상을 실제 체험하며 물리에 관심을 보일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물실의 물리실험 장치들은 모두 페트병, 전자부품, 나무막대처럼 버려지거나 안 쓰는 폐·재활용품을 이용해 직접 개발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70여점을 만들었다. 조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세련된 실험장치나 유리벽 안의 전시물이 아니라 생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직접 제작했기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의 근육을 움직여 자기 손으로 힘들여 만드는 활동이 과학에선 아주 중요하다”며 “여러 과학자들의 삶을 보더라도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들이 그 사람들을 과학과 깊게 연관지어 주었다”고 강조한다.

우물실 활동의 아이디어는 2002년 교환교수로서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 머물 때 얻었다고 한다. 그곳의 브라이언 존스 교수와 학생, 교사들이 ‘작은 물리상점’이라는 학교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걸 보면서 “교수가 초·중등 학생들 앞에서 직접 물건도 나르고 만들고 시연도 하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아” 귀국한 뒤 2년 가량 준비해 자신도 우물실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우물실의 원칙과 경험도 쌓였다. 폐품과 재활용품을 이용한 실험장치들은 나름의 제작 기준을 따라 개발됐다. 화물차에 신속하게 내리고 싣고 또 편리하게 즉석 실험공간을 만들고 오랫동안 쓰기 위해, 모든 실험장치들은 단순하고 안전해야 한다, 생활 주변에서 얻은 재료를 쓴다, 학생들의 손을 타 망가지지 않게 견고해야 한다, 같은 제작 기준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개선할 점도 있다고 했다. 우물실에 참여하는 원명숙 교사(춘천 대룡중)는 “한번 신기해하고 끝나는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물리실험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소수의 학생들한텐 심화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실험장치를 만드는 일은 우물실의 주요 활동이다. 색깔 있는 그림자, 손으로 형광등 켜기, 손가락 안테나, 정전기를 담는 페트병, 소리 파형을 나타내는 텔레비전 등 실험장치들이 조 교수와 교사들의 머리와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강원대생들은 졸업 때까진 실험장치를 한 점씩 새로 만들거나 개량한다.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학생 최순호(24·4년)씨는 “기본적인 실험장치들은 선배들이 개발해 요즘엔 기존 장치를 개량하는 일을 많이 한다”며 “교육 현장에 서기 전에 물리교육이 실제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 미리 체험할 수 있어 예비교사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물실’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현장의 물리교육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려는 이들과 모든 경험을 나누겠다는 뜻에서, 실험장치와 지난 경험의 자료들을 인터넷(club.paran.com/physics)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좀 더 많은 교수와 연구자들이 교육 현장에 실제 필요한 걸 제공하는, 찾아가는 교육활동에 참여한다면 그 결과는 기대보다 클 것이라고 믿는다”는 조 교수는 “학생들이 물리에 진정한 흥미를 갖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기사원문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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