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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맞장뜬 680㎞…“돈주고 하라면 못해”

그에게 도전은 삶이지 결코 돈이 아니다. 그 험난한 도전 속에 더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일까? 지리산 천왕봉부터 향로봉에 이르는 직선거리 680㎞의 백두대간을 단독으로, 하루도 내려오지 않고 36일 만에 종주한 조의행(58·개인사업)씨는 환갑을 눈앞에 둔 ‘청춘’이다. 왜 도전했냐고 묻자, “내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저거 하고 10억원 가져가라고 한다면 그걸 하는 사람은 죽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4월27일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그는 지난 1일 강원도에 있는 향로봉에 발을 딛기까지 숱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밤이면 멧돼지 등 들짐승들과 자신의 배낭 속에 있는 ‘먹이’들을 놓고 대치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그만의 멧돼지 퇴치방법도 터득했다. 헤드랜턴을 비추고, 코펠을 숫가락으로 두들기거나 호루라기를 불고, 심지어 괴성도 질러댄다. 낮에도, 인적이 드문 곳에선 일부러 콧노래를 부르며 가야 한다. 멧돼지들과 서로 부닥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나도, 멧돼지도 서로 놀라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가급적 그런 일이 없어야 좋지요”라고 했다.

물을 확보하는 것은 산행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과정이었다. 하산하지 않고 산에서 자야 하기에 일정량의 물을 늘 확보해 이동해야 한다. 그러던 중 25일째인 지난달 21일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강원도 금대봉 인근 검용소에서 솟구치는 물을 보곤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그 깨끗한 물을 마시고는 내 몸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그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며 산행을 거듭하던 중 가장 많이 사람을 만난 곳은 한계령이었다. 그때 그는 처음 인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꼈다고 했다. “화장품과 향수 냄새를 맡고는 그 주위를 도저히 갈 수 없었죠. 오히려 똥냄새나 자연비료 냄새가 더 친근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얼마나 자연친화적으로 바뀌었는지 자신도 놀란 것이다.

체격은 1m58, 57㎏이다. 그런데 배낭은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30~40㎏이나 된다. 이 무게의 3분의 1 이상이 쌀과 물 무게다. 그래서 그는 36일간의 산행 중 5차례 식량을 보급받아야 했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죠. 산행 시작 전 몸에 기름끼를 채웠는데, 그건 3일만 지나면 다 없어집니다. 하루 15시간 걸으면, 1만5천칼로리를 소모하는데 아무리 많이 먹어도 7~8천칼로리를 넘길 순 없죠. 그 다음은 나와의 싸움입니다.”



민통선 안 향로봉의 산행 허가일이 지난 1일이었기에, 마지막 구간에선 사투를 벌였다. 지난달 31일과 1일은 무박 36시간의 고행이었다. “그 거리가 90여㎞가 되는데, 지금도 그 수수께끼같은 산행을 어떻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돈이 많지 않아 남들에 비해 이런 산행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는 그는 구제금융한파 시절 개인사업으로 부도가 난 뒤 지금은 종업원 1명을 둔 작은 금형사업장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부인과 1남1녀와 함께 사는 그의 보금자리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반지하 전셋방이다.

기사 원문 : 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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