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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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독설> 저자 김진호씨 대담

- [천호영의 책과 사람] <예수의 독설> 저자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전직 목사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지난달 <예수의 독설>(삼인)이란 책을 펴냈다. 2000년 전 갈릴레아 예수의 눈으로 2000년대 오늘의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그를 통해 다시 '역사의 예수'에 대한 읽기와 이해를 시도한 책이다.


예컨대 당시의 안식일법과 오늘의 국가보안법 모두가 그 시대의 편집증적 광기에서 비롯함을 드러내고, 성서에 기록된 나병환자와 창녀의 고통이 우리사회의 노숙자와 기지촌 매춘여성의 아픔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한 책 속의 로마제국, 헤롯 정권, 율법학자, 유대교회당의 모습은 오늘날 미국, 이명박 정부, 관변 지식인, 대형교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 그에게 예수는 권력에 맞선 독설가였다. 이때 권력이란 "군대나 경찰과 같은 외적 규제를 통해 실현되는 것만이 아니라" "관습의 형태로 실재하는 권력의 힘"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예수의 독설>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도 예수가 동시대의 거시적·미시적 권력들과 벌인 싸움들이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권력과 동맹을 맺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존재"로서 "권력에 대한 독설을 통해 민중을 규제하는 규범을 희화화하거나 무력하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비판을 잃은 사회, 그것은 역사 속에서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파시즘이 그것이다. 비판을 해체하는 그릇된 담론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이러한 담론의 유포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다. "이 모든 죄에 대한 형벌이 이 세대에 내리고야 말 것이다. (238쪽)"


그 역시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권력에 맞서 독설을 쏟아 내왔다. <진보평론> 편집위원과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지내며, 또 <반신학의 미소>와 <우리 안의 파시즘> <무례한 복음>(공저) 등의 책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교조적·패권적 행태와 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야만적 근대성'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그 때문에 '교회의 해체를 부르짖는 급진파 목사'로 찍혀 테러 협박을 받기까지 했다. 서울 서대문 4거리 부근에 있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독설가답지 않게(?) 푸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 최근 들어 기독교 안팎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서가 많이 출판되는 듯싶습니다.

"기독교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잖아요. 당연한 거죠. 오히려 너무 적은 편이죠.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봅니다."


- 더 나빠지다니요?

"예전엔 그래도 한국 기독교 교단 안에서 사회를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분들의 공간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럴 제도적 공간이 거의 없어졌어요."


- 어쩌다 그렇게 된 거죠?


그는 먼저 현재 한국 교회의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고도성장 시절 사회와 동반 성장했던 교회가 나름으로 선망하던 공간으로서 기능했던 데 비해 현재는 교회가 생각하는 합리성을 사회가 낯설어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상황을 "사회가 교회에 대한 존경을 철회했다"고 표현했다. 기독교의 냉담 신자 비율도 점점 높아졌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천주교로 옮겨갔다. 교회에 대한 충성도,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 신자들의 결속력 등 모든 것이 떨어졌다. 그것은 교회의 위기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계속 고도성장하던 시기의 감각에 맞춰서 신학교 규모를 늘렸거든요. 그런데 신학생들은 늘어났는데 신학생들이 나와서 갈 곳이 없어요. 또 대형교회 몇 곳을 빼고는 대부분 교회가 현상 유지도 어려워요."


그는 "이런 교회의 내적 위기가 겹쳐지는 과정에서 한국 교회에도 일종의 공안 시대가 온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 학장(1927-1995)의 파문 사건을 들었다. 토착화 신학의 대표학자였던 변선환 학장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며 종교다원주의를 내세웠으나 그 때문에 이단으로 몰려 1992년 종교재판을 받았다. 재판 결과 그는 교수와 목사 직위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단에서도 출교(黜敎) 당했다. 재판을 주도한 인물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 대형교회 목사들이었다.


"그렇게 보수적인 분들이 교권을 장악하면서 각 교단마다 교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들어설 자리가 점점 협소해졌습니다. 교회나 신학교나 기독교권 내부에선 자기 성찰의 목소리가 작아졌는데, 기독교권 밖이나 변두리에선 냉담자나 교회를 떠난 분들을 겨냥한 자성서나 비판서가 활발해진 거죠.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인데, 그런 게 이런 책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개신교 신자들이 천주교로 이탈하는 이유를 묻자 "설명이 좀 길다"며 한국 교회를 '선발대형교회'와 '후발대형교회' 두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선발대형교회란 60년대부터 80년대 전반기까지 한국의 고도성장, 독재정권 시기에 급성장한 교회를 가리킨다.


"그 시대 한국사회의 근대성을 체화시킨 교회예요. 굉장히 목적지향적이고, 총동원 체제로 교회자원을 활용했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거든요. 인간관계를 중시하지 않고 몇 명을 선교하고 교회를 부흥시켰느냐를 중요시했죠. 순복음교회가 대표적인데, 많은 교회들이 그런 교회들을 모방하며 자기 교회를 구상했어요."


선발대형교회들의 '천박한 도구주의적 목적지향성'은 언론과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는 개신교에서 천주교로의 이동도 그 같은 교회들의 극성스러움에 실망한 신도들이 좀 더 점잖아 보이는 천주교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후발대형교회는 1980년대 후반, 특히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급성장해온 교회들을 가리킨다. 선발대형교회가 도시하층민을 끌여들여 성장했다면, 후발대형교회는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는 온누리교회(하용조 목사), 또 시기적으로는 안 맞지만 성격상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소망교회(곽선희 목사)도 이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 특성을 '귀족교회'와 '명품적 신앙'이란 표현으로 정리했다.


"주로 이런 교회들은 한국사회의 강남문화와 보조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신앙의 미학이랄까, 이런 걸 좀 더 추구하죠. 예컨대, 소망교회는 그야말로 귀족교회다운, 아주 고상하고 신사적이고 도덕적인 모습들이 있거든요."


선교의 위기에도 후발대형교회의 신자들은 오히려 계속 늘고 있다. 현재는 선발대형교회도 후발대형교회를 모방해가고 있다. 그가 올해 연구의 핵으로 삼고 있는 주제도 후발대형교회의 움직임이다. 특히 그는 "여기에서 한국 특유의 보수주의가 구성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지금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가져왔던 것과는 다른 보수주의가 한국 교회의 신앙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어요. 기독교인이나 성직자나 신학자나 뉴라이트 이데올로그와 교류하면서 상호학습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국의 보수주의가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은 한국 기독교의 재구조화 과정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 점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상임의장을 김진홍 목사(두레교회)가 맡고 있고, 한기총 신임 대표회장에 뉴라이트기독교연합의 수석 상임회장이던 엄신형 목사가 선출된 것도 상징적이다.


- 책을 보면 "더 도덕적이고 더 이타적인 듯한, 그러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월감으로 무장한 이른바 명품적 덕성, 명품적 신앙, 그것이 선전화의 내용이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정치의 등장을 의미할 것이다(232쪽)"고 했는데, 왜 그런가요?

"이명박 같은 기업CEO형 정치지도자와 박세일 같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그, 그리고 소망교회 같은 개신교가 하나의 코드로 엮였을 때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어요. '무너지지 않는 집'과 같이 너무 안정된 보수주의가 구현될 가능성이 있는 거죠. 사회적 배제가 굉장히 심각해짐에도 배제가 눈에는 안 보이는, 선진화가 그런 게 아닐까 싶고, 그게 우려스러운 거죠."



- 지난 대선 때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선 어떻게 생각했나요?

"저희 교회(한백교회)는 애초부터 비판적이었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저희 주변에 있는 분들 얘기를 듣고는, 교회의 영향력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꽤 날카로운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임에도 그런 문제에선 비판적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 왜 그랬을까요? 장로 대통령이 됐을 때 기독교 부흥을 기대했던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았구요,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믿음직하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자기하고 친숙한 사람이 더 잘하리라고 기대하는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대선 과정에서 대형교회 목사들 중심으로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들이 잇따랐습니다. 목회자들의 정치적 발언, 정치 참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독교가 정치 참여를 하거나 사회 속에서 적절한 이름을 얻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사회적 주체들도 자신의 생각을 제도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사회에서 인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힘을 과시해선 안 된다는 거죠. 예컨대, 사학법 재개정 과정이나 소수자 차별금지법 문제에 교회가 개입한 방식은 굉장히 부적절한 방식인 거죠. 그런 점은 비판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교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독교가 정치적 문제를 외면하고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그럼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문화제에 대해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한기총 목사들이 행한 발언은 적절하다고 보는지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터무니없는 노망든 행동이죠. 그런 것을 정치 참여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참… 그런 분들은 공적인 담론의 영역에서 퇴장해야 하는 분이고. 문제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서 우리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쇠고기 담론의 지평에서 보수주의의 논리를 구성해가는 쪽으로 자신의 언어들을 개발하고 교인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때 그것이 참 무서운 것이죠."


- 그런 발언이라도 교인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교회에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죠. 그러나 지금 영향을 미칠 뿐이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 반발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교회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거죠."


- 한편 책에서 "오늘날 거의 어디서나 민중교회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했는데 현재 민중교회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민중교회의 상당 부분은 민중교회로서의 자기지향을 포기했어요. 또 한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독교 기구들이 지금은 대부분 무력화됐습니다. 그 배경에는 기금 운용에서 공정하지 못하거나 이상한 형태의 기회구조를 만들어서 활동가들이 부패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NGO 전문가들이 성장할 기회가 없어요. 성장하려면 목사가 돼야 하고, 목사가 되면 그 다음부터 관심은 큰 교회와 네트워크를 맺어 기금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가는 거죠. 기독교 밖으로 빠져나가 다른 NGO에서 활약을 하는 전문가들은 많은데, 기독교 쪽은 거의 공동화돼가고 있죠. 개신교 쪽의 NGO들은 거의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교회들은 아직도 좋은 교회들이 많아요.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이주노동자 문제라든지 장애인 문제라든지, 다른 NGO들이 관심을 덜 기울이는 소수자 문제에 관해선 여전히 개신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한국사회의 변화의 동력으로 모이지 못하고 흩어져 작은 움직임으로만 남아 있어요."


- 책을 보면 예수의 베들레헴 탄생설이나 마리아의 동정 잉태설 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교단에서 볼 때 이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이를테면 교수라든가 큰 교회 목회자라든가, 이런 지위였으면 아마 파문당했겠죠. 제가 유명하지 않으니까, 기독교의 야인 같은 사람이니까, 제가 멋대로 떠들어대도, 저놈한테는 반응하는 게 좋지 않겠다고 생각하니까 반응하지 않는 거겠죠."


- 또 책에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담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가장 독내 나는 악마성이 자라고 있다"(59쪽)고 적혀있기도 합니다. 글 그대로 보면 교회 자체가 바로 사탄이란 의미로 읽히기도 하는데요?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제가 말한 것에 불과합니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만 모르는 거죠."


- 그렇다면 그렇듯 기독교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기독교를 떠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기독교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처럼 사는 게 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거든요.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하지만 자본주의 속에서 살잖아요. 결국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겐, 그 이율배반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실천과 삶의 윤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기독교인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삶의 가치를 가지고 출발했으면, 아마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자로 있었을 겁니다. 제 생각에 신앙의 중요한 점은 '미친 예언자' 같은 것이 아닌가 싶어 기독교 안에서 '미친 예언자'처럼 있는 거죠."


- '미친 예언자'란 어떤 의미인가요?

"성서에 보면 예레미아라는 예언자가 계세요. 이 분은 바빌론 제국이 자기 나라를 멸망시킬 거라고 예언했어요.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했죠. 건설적인 예언을 하는 분도 있겠죠. 그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대안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좀 미친 예언자 같아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극한까지 가고, 극한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래서 사회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까지 대중의 지지를 못 받더라도 얘기를 해야 하고, 이런 거 아닌가 싶어요."


- 책을 보니 자신에 대해 "신실한 구석이라곤 없는 엉터리 목사"라고 고백한 대목이 있더군요.

"엉터리 목사 맞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목사들의 목회 활동을 안 하거든요."


그는 민중신학의 태두라 할 수 있는 고 안병무 박사(1922-1996)가 세운 한백교회의 담임목사로 7년간 일했다. 현재도 한백교회에서 1달에 한 번꼴로 설교를 하고 있다. <예수의 독설> 가운데 대부분 글도 그동안 설교한 내용을 현재에 맞게 다듬어 실은 것이다. 그러나 목회 활동은 2000년대 초반에 그만뒀다.


- 목회 활동은 왜 그만뒀나요?

"저는 연구가 주 활동이고, 목회자로서 자질이…. 우리 교회(한백교회)에 신앙고백이 있거든요. 제가 만든 거예요. 매주 예배 때마다 끝날 때 함께 낭송하거든요. 그때마다 '이걸 사람들이 정말 믿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뭔가 고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목사는 뭔가를 고착시켜야 하는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그래서 목사보다는 '미친 예언자' 같은 비판자에 적합한 사람이고, 계속 그런 역할을 할 겁니다."


그는 현재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의 연구실장으로 있다. 연구소는 70년대 안병무·서남동 선생 등이 탄생시킨 민중신학과 80년대 마르크스레닌주의적인 흐름에 "정신적 세례를 받은"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


'제3시대'란 하느님(그는 하나님이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표현했다)의 시대와 예수의 시대에 이은 '성령의 시대'라는 의미다. 애초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위해 '하느님' 대신 '성령'을 내세웠으나,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간격,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 남성과 여성의 간격, 인간과 비인간의 간격을 없애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제3시대란) 일종의 탈정체성의 시대이기도 하고, 탈정체성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모호한 함의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저희는 탈향(脫向)이란 용어를 많이 쓰죠."


'탈'은 교회 중심의 신앙과 신학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향'은 하느님 나라를 지금 이 시대에 더 많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지향을 나타낸다. 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학아카데미의 이름도 '탈/향'이다. 연구소에서 부정기적으로 내고 있는 <시대와 민중신학>은 국내 신학저널 중에선 유일하게 미국 하버드대와 버클리대 등에서 한국학 연구자료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 다소 엉뚱한 질문으로 들릴 수 있을 텐데, 한국 교회에 희망은 있다고 보시나요?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렇게 대답했었죠. 저는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저는 만약에 하느님 나라가 있다면 교회는 다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교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생각도 없어져야 하느님 나라가 올 거 같아요. 저는 교회 해체주의자예요. 제가 목회를 할 때 목사를 하면서 교회 해체를 부르짖는다고 저한테 위선자라고 했는데, 제가 목회를 하는 것은 교회적 정체성을 비판하기 위해서 하는 거고, 제가 지향하는 하느님 나라는 그런 나라인데, 그분들은 이해를 못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그것이 '역사의 예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예수의 가르침을 이해한 바인가요?

"한국에서 민중신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문제이기도 하고, 예수에 대해 연구하면서 느낀 문제이기도 하고, 상호관계가 있었던 거 같아요. 예수님은 교회를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교회는 예수님을 독점하고 있거든요. 너무 강력한 현실이죠. 제가 외친다고 바뀌지 않을 거고, 저는 비전은 없지만 외치다가 죽을 거고, 단지 그걸 꿈꾸며 사는 사람이고, 상대에게 그래야 한다고 외칠 뿐이죠."


- 너무 패배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요?

"저는 패배주의자라고 생각 안 하는데 주변에선 종종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제 생각엔 진보적인 생각을 갖는 분들이 더 낙담할 거 같아요, 세상이 안 그러니까. 저는 (세상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낙담할 게 없죠. 제가 가고 싶은 이 길이 하느님이 저한테 준 소명이 아닌가 싶어요. 하느님의 소명에 대답을 했고, 그 길을 갈 뿐이죠."


- 신의 존재를 믿기는 하시나요?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분이 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든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신의 본질이 따로 있고, 나의 본질이 따로 있고, 이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신과 나의 관계는 저가 그분으로 인해서 변화하는 만큼 그분도 저로 인해 변화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그것이 대화고, 그런 관계 속에서 하느님과 내가 끊임없이 서로를 지향하면서 만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기도는 하시나요?

"그럼요."


- 주로 어떤 기도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어쭙잖게도 목회 활동을 했다 보니까 가끔씩 제게 자기 어려움을 얘기하는 분들이 계세요. 사회적인 문제만 있는 게 아니고, 가족간의 문제, 거기에 교회가 부정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이런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분을 도와주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노력도 하고, 또 대부분 목사들이 비슷할 텐데, 그분들이 얘기하는 아픔을 가슴에 품잖아요. 가슴이 아프니까, 얘기를 들으면서 기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기도를 위해 따로 시간을 가지고 있진 않구요. 그런 어려움이 느껴지면 기도를 합니다."


그는 책에서 김수영의 시 '먼 곳에서부터'(먼 곳에서부터 / 먼 곳으로 / 다시 몸이 아프다 // 조용한 봄에서부터 / 조용한 봄으로 / 다시 내 몸이 아프다 // …… 나도 모르는 사이에 / 내 몸이 아프다)를 처음 접했을 때 '도대체 왜 시인은 몸이 아프다고 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깨달음을 다음과 같이 적어넣었다.


"하느님의 일은 세상의 죄와 세상의 고통을 하느님 자신이 함께 괴로워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몸이 필요했다. 그래서 몸에 그 고통을 체현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다. 즉 십자가는 '하느님의 몸의 언어'인 것이다. 그러면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제자의 길, 예수의 삶의 길을 따르는 우리의 신앙의 자세는 곧 시인이 시를 쓰는 바로 그 자세와 맞물릴 것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서 몸의 아픔을 체현하는 것, 바로 그것이 신앙이라는 것이다."(265쪽)

기사원문

2008년 봄부터 겨울까지 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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