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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24. 위상수학(Topology) 맛보기


일시 : 1981년 3월 7일(토요일). 10시 35분-11시 10분(35분).
참석 : 지마, 뻬쨔, 줴냐.


과제 1.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조건이 있는 이행성(transitiveness)에 관한 질문

지마에게:

옛날 옛날에 줴냐라는 어린 소녀와 지마라는 어린 소년 그리고 아빠가 있었어. 줴냐는 지마보다 컸어.(<<에고!>>), 그런데 지마는 아빠보다 커. 그럼 누가 더 크다고 생각하니: 줴냐일까 아빠일까?

(웃음.) 옳게 대답한다:

줴냐가 더 크죠, 줴냐가 제일 크잖아요. 줴냐는 지마보다 더 크고요, 지마는 아빠보다 더 커요.


줴냐에게:

어느 날, 벌레 한마리랑, 자전거, 그리고 비행기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을 했어. 근데 벌레가 자전거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자전거는 비행기보다 더 빠른거야. 그럼 뭐가 더 빠르다고 생각하니: 벌레일까 비행기일까?


줴냐는 답은 옳게 했는데, 말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앞 뒤로 몸을 흔들고, 소파에서 뛰어내리고, 낄낄거린다). 내가 아이를 재촉하고, 나타샤도 거들었지만, 소용이 없다. 비행기가 날지않고 달린다고 한 것이 아이를 헷갈리게 한 것이었다.


뻬짜에게:

지마, 뻬짜, 안드류샤라는 세 소년이 살았어. 지마는 뻬짜보다 형이고, 뻬짜는 안드류샤보다 형이야. 그럼 누가 제일 형일까: 지마일까 안드류샤일까?

뻬짜는 옳게 대답할 뿐더러 설명까지 한다.

[주의. 이런 질문들이 얀 스메드슬런트가 말한 인지 갈등의 예라고 조금 억지부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두 개의 대립하는 설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개미가 개보다 무겁고, 개는 코끼리보다 무겁다고 한다면, 그 중에 제일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낼 수 있다: (a) 현실적 상황에 기초해서 내리는 결론(코끼리는 아주 크고, 개미는 작으니까 코끼리가 물론 더 무겁다.) ; (b) 논리적 이행성에 기초하여 내리는 결론, 즉 문제의 조건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내리는 결론.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유머가 일종의 인지갈등 같은 것을 일으키는 지적 발달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욱이 여기에서는 다분히 심하게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 <<모두 반대로>> 얘기해야 하는 것을 아이들이 바로 알아채지 않는가.]


과제 2. 위상수학적 규칙성

8장의 카드를 4장 : 4장으로 분류하는 것에 기초하여 위상수학적 규칙성 찾아보기


<<다른 그림 찾아내기 [1]>> 놀이를 말해 상기해준다. 여기선 하나만 다른 것이 아니라, 카드를 비슷한 것끼리 두 묶음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이참에 8을 2로 나누면 얼마가 되는지도 물어본다).

묶음들은 다음과 같다. (대비되는 것들)

(1) 볼록인 것 : 오목인 것들 (이것은 위상수학적적 특성이 아니라, 기하학적인 특성이다) ; 모든 도형은 원과 이체동형[2]이다.
(2) 도형이 한 개 : 도형이 두 개.
(3) 항상 도형이 두 개씩인데, 네 번은 하나가 다른 것 안에 있고, 또 네 번은 하나가 다른 것 바깥에 있다.
(4) 위상수학적인 여덟 개의 원, 그 중 네 개에는 <<수염>>이 삐져 나와있다.
(5) 여덟 개의 원, 그 중 4 개에는 수염이 2개씩 삐져 나와있고, 나머지 4개에서는 3개씩 나있다;
(6) 카드마다 비슷하게 생긴 도형이 두 개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 안에 들어있는데, 이것들은 다리로 이어져있다. 어떤 건 다리가 2개고 어떤 건 다리가 3개다.


(3)번과 (6)번 과제가 많이 어려웠고, (5)번 과제는 중간 정도, 나머지 것들은 순식간에 풀었다.


문제는 엉뚱한 데 있었다 : 카드를 책상에 내놓자마자, 아이들은 무언가 생각해서 나눠보려고 하기는 커녕, 더 큰 카드를 빼내려고 바로 덤벼들었다. 저네들끼리 계속 싸우고, 카드는 다 구겨지고, 나는 화가 나버렸다.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엄격하게 순서를 정해야했다. 아직 해답을 고르지 못했고 내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카드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버렸다.


쉬운 문제들(1,2,4번)은 대개 뻬짜가 풀었다. 뻬짜와 지마가 가장 적극적이긴 했는데, 뻬짜가 더 빨리 감을 잡았다. 줴냐는 한 장도 못 짚었다. 지마는 뭐라 엄청 설명을 해댔다. 그런데 그것이 저가 만들어낸 것일 뿐더러, 과제의 조건도 잘 기억 못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4 : 4 개씩 쪼개라는 조건 대신, 2 : 6 개씩이라 하기도 했다.


그 보다는 어려운 5, 6번 과제는, 다들 한참을 풀지 못하다가 줴냐가 풀었다. 줴냐는 <<다른 그림 찾아내기>> 놀이 역시 매우 잘 풀어냈다. 줴냐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는 것과 (아이는 자신에게 주의가 집중되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줴냐의 카드를 지마와 뻬짜가 뺏지 못하도록 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지마는 6번 과제를,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풀었다: 모든 모양을 직선인 것과 곡선인 것으로 나누었다.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른 방식으로도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하는데 지마는 계속 딴지를 거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는 모두를 위한 것이지 지마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식의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오가야 했다.


3번 과제에서는 내가 생각해도 문제해결을 위해 귀뜸을 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특히 지마가) 짐작해 답한 규칙성들은 모두 매우 복잡한데, 두 단어만 말하면 나는 이 모든 것을 아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어떤 묶음으로 둬야 하는지 한 단어가 말해주고, 또 한 단어는 또 다른 묶음에 두는 것을 말해준다. 이 두 단어는 나중에 말해주었다 : <<안에>>와 <<밖에>>.


과제 3. 하노이의 탑 (다시 한번)

지마가 제일 먼저 끝냈다. 줴냐는 내가 한 다섯 번 정도 힌트를 주고서야 두번째로 해냈는데,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도 아니다. 뻬짜는 지마가 귀뜸해주는 대로 전부 다시 하나씩하나씩 했다. (무슨 일인지 뻬짜한테는 이 게임이 잘 안맞는 것 같다) 처음 대여섯 번 옮기는 것과 그 다음 두 번 옮기는 것만 저 혼자서 해냈다.


나중에 내가 다 했줬다고 할까봐 힌트 안 주려고 애썼어요. 지마 왈.


제시된 세 과제 말고도 집합과 부분집합에 대한 과제 하나를 더 하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어쩌면 이게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카드 문제가 너무 많았을 뻔 했다. [3]

유아와 수학 : 서론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 맺음말


Note

  1. четвёртый-лишний- 카드에 네 가지 종류의 그림이 그려져있다. 그 중 세 개의 그림은 공통점이 있고, 하나는 공통점이 없다. 공통점이 없는 그림 하나를 골라내는 놀이. 여러 명이 놀이를 할 때는 가장 먼저 다른 그림을 찾아낸 사람이 카드를 갖게되고, 카드를 가장 많이 갖는 사람이 이긴다.-- 역자주
  2. Homeomorphism. 하나의 도형 F 를 연속해서 늘이거나 구부려서 다른 모양의 도형 G 를 얻거나 그 반대이면 이 도형은 이체동형 이라고 부른다. 찢거나 구멍을 내거나 막힌 것을 덮을 수는 없다. 가장 기초적인 위상수학(토폴로지)적 성질이다. 예를들어 원과 사각형은 이체동형이고, 공과 사과모양도 그렇다. 머그컵과 도너츠 모양도 그렇다. 그러나 공 모양과 도너스 모양은 이체동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공에는 구멍이 없는데, 도너스에는 구멍이 하나 있다 -- 역자 주
  3. 집합과 그 부분집합도 카드로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 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