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 Math:Psychology

DoMath

심리학 분야 책읽기가 어떤 도움이 되는가

p.30

심리학 책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수학자들을 믿게 하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책의 모든 게 그들에게는 혼란스럽다: 전문용어들도 그렇고, 증명하는 것도 그렇고, 제기하는 문제 자체도 그렇다. 처음부터 대화 자체가 안됐던 경우도 있었다. 이어지는 실험들에 대해 젊은 학생에게 얘기해준 적이 있다.

-예를 들면, 두달된 아기에게 학습 능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어-라고 내가 말했다.

나와 얘기를 나누던 학생이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이거 뭐, 당연한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더라면 바로 얘기해줬을텐데요.


여기에 뭐라고 반박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할 수는 있지. 사실 누가 봐도 뻔한 것 아닌가? 다가오는 노벨 경제학상이 어떤 공헌에 대해 수여되었는가 하는 뉴스를 듣고는 내가 아는 한 프랑스인도 그런 식으로 반응했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다라는 것을 그 수상자가 입증한 것이다.


-우리 수위한테 물어봤으면 됐을걸,- 어깨를 으쓱하며 그가 말했다.


나는 우리 학생이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반박할 거리는 한참 뒤에야 생각이 났다.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질문을 해보자 : 서로 다른 시간과 서로 다른 공간에서 물리학적 법칙은 같을까? 대답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만큼 빤하다. 어떤 철학자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죠, 동일하죠, 그렇지않다면 그런 걸 물리학 법칙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라고. 물론, 그렇게 말하는 건 정당하다. 그런데 물리학자라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물리학자의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하다: 물리학자라면 뭉뚱그려 다루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맥스웰의 방정식 같은 구체적인 법칙을 써서 이 문제를 다루기 마련이다. 한 좌표계에서 다른 좌표계로 옮길 때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밝히면서 서로 다른 시간과 서로 다른 공간이라는 이 애매한 구절을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마무리 지어 보시라. 먼저 로렌츠 변환을, 그 다음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열어 봐야 한다. 이것은 그저 첫 발을 뗀 것일 뿐이다: 맥스웰 방정식이란 전자기(電磁氣)의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그 외에 약력, 강력, 중력이라는 것도 있다. 갈릴레이로부터 시작해서 수백년 동안, 시-공간에서 물리학적 법칙이 동일하다는 그 <<뻔해 보이는>> 철학적 원칙에 물리학자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덧입히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길은 아직 한참 멀었다. 저기 지평선 어디에선가 <<통일장이론>>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다. 철학적인 용어에 대해 질문을 던지려는게 애당초 문제의 뿌리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눈으로 보이고 검증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에 있었다. 물론, 심리학의 공식과 방정식까지 가기엔 너무 멀다. 어쨌든 <<아기에게 학습능력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 대신에,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보자. 음, 예를 들어보자.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4비트로 된 수열을 기억할 수 있을까? 라고 묻자. 0011과 같은 연속된 숫자 말이다. 처음의 포괄적인 질문과 비교한다면 좀 직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단순한 질문에 실험적인 답을 내리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첫 번째 어려움 : 아이에게 주어진 <<0011>>이라는 정보를 실제로 아이가 익혔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래도 이건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할 수 있을 만한 행동으로 검토해볼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아이는 뭔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머리를 왼쪽으로 두 번 돌리고 오른쪽으로 두 번 돌릴 수 있나 시험해볼 수 있다.


P.31

두 번째 어려움은 아이에게 어떤 목적을 제시하고, 어떻게하면 아이가 그 목적을 이루고 싶도록 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훨씬 본질적인 문제다. 어떻게해서 아이가 흥미를 갖도록 할 수 있을까? 동물 실험에서는 간단하다 :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것들을 굶긴다. 실험용 동물의 몸무게를 정상몸무게의 80%로 감소시키면, 먹이를 찾는 지적 능력이 엄청나게 컨진다. 다행히 아이들에게는 아무도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


심리학 분야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발견이 질문에서 답으로 가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데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 바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는 눈을 뜨도록 해준다. 연구자들은 흥미를 끌한만 다양한 물건들을 이용해 실험보았다. 알록달록한 딸랑이나, 예쁜 소리내는 장난감, 폭죽 같은 것들이 그 예다. 결국엔 일반 전구 하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아이에게 있어 유일한 진짜 동기는 학습할 수 있는 가능성 ,바로 그 자체다 !


다음과 같이 대개 진행된다. 아기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전구에 불이 켜진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다. 몇 번 해보면서 관찰을 "확인" 해본다. 그리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한참 지나면 다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그게 아니다, 그대로 되지 않는다 ; 더 이상 전구에 불이 안들어온다. 아기는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한번 돌리고 왼쪽으로도 한번 돌려봐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수시로 확인해보고 그러고서 안심하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그러다 다시 전구가 <<명령>>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그리고 해답 찾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해나가다 마침내 0011에 이른다.[1] (이 실험에 관한 이야기는 T. 바우어의 <<유아의 정신발달>>, M.: Progress, 1985. 라는 책에서 차용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다. 배움의 동기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도 아니고, 학습 뒤에 내오는 <<눈깔사탕>>도 아닌 것이다. 배움 그 자체이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가능성 그 자체다. 우리는 단지 새로운 앎을 향한 이 마음을 짓밟거나 억눌러버리지 않기만 하면 된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아이들이 흥미을 잃어가지 않도록 충분히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심리학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않았던 단서들을 얻게 된다. 포텐베르그와 아르샤프스키의 책 <<탐색의 적극성과 적응>>(M.: Nauka, 1984)에서 인용하겠다.

<< 미국학자 존스, 네이슨, 맛사드는 4개의 피험자 그룹을 연구했다. 연구 첫 단계에서 첫 번째 그룹은 그 중 하나도 처리할 수 없는 문제들을 받았다. (성공률 0%). 두번째 그룹은 모두 완수해 낼 수 있는 문제를 받았다. (성공률 100%): 세번째 그룹의 피험자들은 주어진 과제들 중 두 번째 것들만 해결했다 (성공률 50%). 실험의 다음 단계로 이 세 그룹의 피험자들 모두와, 네번째 비교 그룹의 실험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 몇 개를 주었다. 즉, '학습된 무기력'을 일으키려 했던 것이다. 실험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피실험자 전원에게 중간 정도 난이도의, 그러나 풀릴 수 있는 문제를 내주고는 앞의 그 몇 문제의 효과를 알아보았다. 그러자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면역이 생긴 그룹은 세 번째 피험자 그룹으로 드러났다. 바로 그들이 마지막 단계의 문제들을 가장 잘 풀어냈던 것이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비교 그룹은 서로 비슷비슷했다. 이 실험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성공율 100%인 그룹과 실패율 100%인 그룹이 똑같이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P32.

아이들에 대한 실험이나, 강아지, 쥐에 대한 실험 결과도 매우 유사하다. 생각해 볼 만한 하지 않나 ? 이 모든 것에 대해 그 학생에게 얘기해 줄 기회가 내게 없었다는 게 지금까지도 실망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똑똑하게 잘 자라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렇지 않은가? 이것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

<<두 세계의 아동기. 미국과 소련방의 아이들>>(M.: Progress, 1976)라는 브론펜브레네르의 책에서 작가는 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프로젝트는 나중에 <<30년간의 실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특수 시설에 있는 정신지체아동들을 <<사회로 끌어내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다. 실험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졌다. 마음이 아프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그 중 제일 첫 실험이었다. 아이들 모두에게 얼마간 대리<<엄마>>를 붙여주었다 : 같은 시설에 있는 정신지체여성들이 그 엄마의 역할을 하였다. 2년 후 임시 측정을 해보니, 아이들의 지능이 평균 20-30포인트 나아졌다 ; 반면 비교 그룹의 아이들의 지능은 떨어졌다.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사실은 분명히 이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과 지능을 개발시키는 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었다 라는 것이다. 그 어떤 수학 동아리도, 그 어떤 퍼즐도, 그 어떤 지능개발 게임도 없었다. 아이를 안고, 뽀뽀하고, 포대기로 싸주면서, 항상 돌보았는데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결국은, 적어도 어느 특정한 연령대에서는 부모의 따뜻한 손길과 정서적인 유대가 아이의 발달에 있어, 특히 아이의 지능발달에 있어서 다른 어떤 형태의 활동이나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 여러분, 이 사실을 절대 잊지 마시라 !


이 책을 심리학 이야기를 마구 섞어놓은 책(게다가, 그다지 썩 훌륭하지도 않은) 여겨서는 안된다. 어쨌든 삐아제 현상으로 다시 돌아가서, 어떤 실험에 대해 얘기해 드리겠다. 일부 성공했고, 보존 법칙을 터득하도록 이끈 유일한 예다. 얀 스메드슬런트의 <<인지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것에 대해서는 상기된 존 플레이벨의 저서에서 다루고 있다). 인용해보면,

<<예를 들어, 공모양을 잡아 늘리면 점토량이 늘고, 한 조각을 줄이면 그 양이 줄어든다고 피험자가 생각하게 되었다 하자. 그렇다면 실험자는 당장 이것도, 저것도 실험해 보았을 것이다. (...) 피실험자를 잠깐 멈춰세워서 상호 갈등 전략 사이에서 망설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식의 절차가 선택된 것이다. [2] ; 결국 아이가 더 단순하고 연속적인, 감소-증대 도식(scheme)을 점점 따를 것이라고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했다.(...)>>


정말 특징적인 것은, 이 실험에서 아이에게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고, 무게도 전혀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13명의 아이 가운데 4명의 아이를 <<가르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 거꾸로 <<배우게 하는>> (또는 잊게 하는... 번역 수정 요... )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근거가 불충분한데도 내가 결론을 멀리까지 뻗어내곤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내 자신이 모순적일 때도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아이들에게 보존법칙을 가르칠 뜻이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어느 순간, 어떻게 할 수 있겠는지 설멸하려 들기도 했다.)

어쨌든! 내 교수법의 기초에 근본 원리로 삼고 싶은 말이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 잠깐 멈춰세우기, 상호 갈등 전략 사이에서 망설이게 하기. 퍼즐을 빨리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지능이라고 여기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접근법이 있다. 그런 접근법을 나의 접근법과 대조시키고자 한다. 벌써 소리지르는 지경에 한번 더 이르게 된 것을 감수하고,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 어쩌면 생각에 잠기는 사람 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구체적인 예들은 앞으로 나올 것이다.


유아와 수학 : 서론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 제10장 | 맺음말


Note

  1. 이 부분은 실험을 한 바우어의 책을 봐야 잘 알 수 있겠는데,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짐작은 이렇습니다. 0 은 왼쪽으로 고개 돌리는 것을, 1 은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을 뜻합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램프가 깜박이도록 합니다. 아이는 반복하면서 왼쪽으로 돌리면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될테죠. 그런데 또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안들어오겠죠. 대신 왼쪽 왼쪽을 이어서 하면 전구가 들어도록 하고... 그렇지만, 왼쪽 왼쪽 왼쪽 세번 하면 안들어오게 하고... 왼쪽왼쪽 오른쪽 하면 들어오게 하고.. 이렇게 실험장치를 해두면 아이는 왼왼오른오른 일때 항상 불이 들어오는 것을 알기 위해 죽기살기로 탐색을 해나갑니다. 학습하려고 한다는 것이죠. 아이들을 참 못살게 했군요... 짐작일 뿐이데, 맞는지 확인해야겠어요. 나중에 책을 구해서.
  2. 이탤릭체로 구분한 것은 내가 한 것이다 - 저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