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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한 주가 또 흘렀구나. 봄이 완연히 깊어간다. 한 달 한 달 보태가더니 오늘은 오월의 첫날. 이 주 수요일에는 드디어 비가 안왔단다. 아침에 안개만 희뿌옇더니 해가 높아지면서 맑고 투명한 날이 되었단다. 다른 곳들은 벌써부터 꽤 덥다지? 바닷가인 이곳은 창을 열어두고 있으면 아직 선선하고 때론 겉옷을 껴입어야 할 지경이란다. 명훈이 시험은 잘 끝내고 이제 건강하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니?

지난 편지에서 자연수와 0 의 세계에서 우리는 드디어 훌쩍 그 울타리를 넘어섰어. 기억나니? 자연수들이 있다가 0 의 울타리를 넘어서자마자 그 반대쪽도 끝없이 멀리 펼쳐지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 수를 음의 정수라고 불렀고, 자연수를 이제는 양의 정수라고 불렀지. 양(陽)이니 음(陰)이니 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이야. 다른 나라서는 달리 써. 대부분의 나라들이 '양' 이라고 하는 것을 '긍정적인'의 뜻인 있는 단어로 쓰고, '음'에 해당하는 단어는 조금 '부정적인' 뜻이 있는 단어와 함께 쓰곤해. 영어로는 '양의 정수'를 'positive integer' 라 하고, '음의 정수'를 'negative integer' 라고 해. negative 란 조금 부정적인 뜻으로 쓸 데가 잦아. 재미있는 현상이지. 아무 죄도 없는 음의 정수들을 유럽에서는 불과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 보았거든. 우리나라 식의 '음'과 '양'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 삼촌은 아주 마음에 든단다. 곧잘 우리나라 수학 용어 중에 꼭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말들이 있거든. 예를 들면, 흔히 '함수' 라고 하는 단어야.

함수(函數)란 수(數)가 아니거든. 수(數)를 함(函)에 넣는 것도 아니고, 수(數)만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야.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데, 그 진짜 내용을 심하게 오해시킬 수 있다면 고쳐야지. 영어로는 function 이라고 하고 대부분의 유럽어도 비슷해. 중국으로 그 단어가 넘어가면서 비슷한 발음으로 나면서 비스므리한 내용을 담는 단어를 골랐다나봐. 그런데 그때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지금도 중국은 그 단어를 쓰고 있고 일본도 처음엔 그러다가 지금은 관수(關數) 라고 '관계'를 중요시 하는 말로 바꾸었나봐. 고육지책인 것 같아. 그래도 함수보다는 훨씬 나아. 내 생각에는 시대도 바뀌고 function의 개념도 더 넓어졌으니 이제라도 고쳐야 할 것 같아. 어떻게 할까?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토론을 해야지. 더 늦기 전에. 그에 비해 대칭적인 수들을 '음'과 '양'으로 나눠 표현한 방법은 참 잘한 것 같아.

아이구, 서두가 또 길었네. 자, 오늘은 그럼 무엇을 할까요?

새로운 수가 있으니 이제 그것들 사이의 셈을 해야지. 덧셈과 곱셈만 하면 충분하지? 그럼 뺄셈과 나눗셈은 그것의 역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래, 처음엔 덧셈과 곱셈만 정해주자. 그리고 뺄셈과 나눗셈은 그것으로부터 이끌어내기로 해. 항상 그렇게 하면 너무 지겨우니까, 충분히 이해되었으면, 마지막으로 뺄셈과 나눗셈을 빨리할 수 있게 하자꾸나. 나눗셈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안봤으니, 우선 뺄셈까지만 보기로 해. 참, 덧셈이니 곱셈이니 하는 것도 다 'function'의 하나야.

셈은 왜 할까? 수(數)들만 있다면 그건 아직은 박물관에 놓인 박제들과 비슷해. 그런데 같음과 크고 작음,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수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것의 특수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 셈들까지 있으면 이제 수들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된단다. 생명의 바람이 분거지. 수들은 생명의 입김을 받아 하나의 푸르고 붉은 세계를 이루게 돼. 두 수를 셈해서 새로운 수를 만들기도 하고, 이 수와 저 수를 견주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 안에 숨죽인 듯 숨어있던 놀라운 성질들을 우리가 발견하기도 해.

자연수와 0 만 있을 때 덧셈과 곱셈을 정해 줬잖아. 자연수와 0 과 함께할 때, 덧셈과 곱셈은 썩 괜찮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바로 셈을 하는 수의 순서가 바뀌거나 셈을 여러번 할 때 셈의 순서가 바뀌어도 된다고 했어. 그 성질들에 교환과 결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 그리고 어떤 두 수 a 와 b 를 더한 것에 c 를 곱하면, a 에 c 를 곱하고 b 에 c 를 곱한 다음 더해도 된다는 성질도 있었어. 일명 분배법칙이라 하지. 기억나지?

새로운 수들이 등장했으니 우리에게 이미 있던 자연수와 0 과 함께 어떻게 그것들이 어울리는지 보자꾸나. 차근차근 분명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해 정수 전체를 다시 나타내 볼께. 십진법으로 나타내기로 하자. 방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양의 정수 앞에는 + 기호를, 음의 정수 앞에는 - 기호를 붙이기로 하자. 그렇다면 자연수 1 은 이 되고, 그것의 반대쪽에 대칭으로 있는 수는 이 되겠지. 그런 식으로 대칭을 생각해서 좌악 써주면, 이렇게 쓸 수 있어.

양의 정수 :=
음의 정수 :=

자 그럼, 0 은 어떻게 하지 ? 그렇지 ! 0 은 +0 이나 -0 이나 아무것이나 같아. 수들 중 유일하게 + 로나 - 로나 같은 수야. 끝없이 양쪽으로 뻗어가는 수들를 0 이 한가운데서 거뜬히 지탱하고 있어.

이때, + 나 - 는 어떤 식이든 방향을 뜻한다고 볼 수 있어. 둘은 0을 중심으로 대칭적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어떤 수가 있을 때 방향은 잠시 무시하고 그것이 0 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순서나 크기만 나타내는 값이 있어. 그것을 '절대값' 이라고 불러. 예를 들어

+ 3의 절대값은 3, - 3의 절대값도 3, +27 의 절대값은 27, -99의 절대값은 99 이런 식이지.

이 절대값이라는 개념은 앞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꼭 필요해서 말을 하는거야. 오늘 편지가 아니라도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거야.

덧셈 부터 정의해볼까?

  • 양의 정수끼리 덧셈은 자연수에서 하던대로 하는 게 좋겠지? 자연수에서 했던 덧셈이 이름을 양의 정수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달리할 이유가 없지. 달리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 음수끼리의 덧셈은? 그렇지, 그것은 양수끼리 덧셈한 다음 그것에 대칭되는 지점에 있는 수니까, 절대값들끼리 더한 다음 거기다 방향을 나타내는 - 만 붙여주면 될거야. 그래서 예를들면
.

됐지? 괄호 앞의 - 부호는 뺄셈이 아니야. '음의 방향' 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럼 이제 남은 게 뭐니? 남은 경우는 덧셈에 참여하는 수가 하나는 양수고 하나는 음수일 때야. 이건 좀 조심해야해.

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정해주는게 더 좋다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고

현실에 적용할 때 이게 더 나아. 예를 들어볼까? 어느 날 아침 영하 3도였어. 그러다가 따듯한 공기가 4, 다시 말해 +4 도 만큼 더해지면 결과적으로 몇도겠니? 어느 날 아침이 +3 도 였어. 그러다가 찬공기가 4 만큼, 그러니까, -4도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음, 이런 걸 생각해봐도 되겠구나. 양성자(proton)가 셋 있었는데 반양성자(antiproton)가 넷 결합하면 ? 또는 반양성자가 셋 있었는데 양성자가 넷 결합하면?

정리하면 이렇게 돼.

  • 양의 정수 + 음의 정수 := 양의 정수의 절대값과 음의 정수의 절대값을 비교하여 그것의 차이만큼 쓰고, 부호는 절대값이 큰쪽의 것을 붙인다.

음의 정수 + 양의 정수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자연수에서 덧셈에 대해 교환 법칙이 성립했으니, 이때 갑자기 그게 깨질 이유는 없지. 그래서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야. 굳이 따로 분명하게 말해줄 수도 있어. 자, 봐.

  • 음의 정수 + 양의 정수 := 음의 정수의 절대값과 양의 정수의 절대값을 비교하여 그것의 차이만큼 쓰고, 부호는 절대값이 큰쪽의 것을 붙인다.

이렇게 드러내서 정의해줘도 되지만, 굳이 그렇게 않더라도, 교환법칙이 여기서도 통하도록 정하면 둘 중 하나만 분명하게 정의해 줘도 될거야. 어쨌든 결과는 같지. 그럼 다음을 계산해보겠니?

덧셈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선 여러 경우를 더 연습해야 해야할거야. 연습할 때는 알지? 항상 그 절차를 빠뜨리지 말고 쓰는 습관을 들이거라. 그래야 실수가 줄거든. 우선 앞의 문제들을 공책에 깨끗하게 적어 봐. 그것만 다 맞았어도 벌써 덧셈은 거의 이해한 셈이지.

자, 그럼 벌써 얼마쯤 익혔다고 생각하고 이제 뺄셈을 해보자. 뺄셈은 덧셈의 '거꾸로' 셈이 잖아. 양의 정수끼리 뺄셈하는 것부터 보자. 덧셈을 자연수에서 했던 그대로 했으니 대체로 다를 바 없을 것처럼 보이지 않니 그런데 차이가 있지. 아주 중요한 차이야.

같은 경우를 볼까? 예전에 우리에게 자연수와 0 만 있을 때는 이 연산은 할 수 없었어. 이 말은

(+7) 에 어떤 수를 더해주면 (+1) 이 나올까?

를 셈해보는 절차인데, 그 '어떤 수'를 내기 위해서 우리가 찾아 헤맬 곳은 자연수와 0 의 풀밭 안 어야 했어. 그것밖에 없었지. 그 안에서는 그런 수 없지. 덧셈이란 '더해가는' 것이었으니까. 그 세계 안에서는 더했는데 줄어들 수는 없거든. 그게 자연수의 덧셈의 가장 기초적인 성질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어떠니? 우리에게는 음의 정수도 있어. 이제 적당한 수를 찾아내려고 봐야 할 대상 전체에는 자연수와 0 그리고 음의 정수 까지 있는거지. 어떻게 될까? 그렇지. 있어. 이제는 가능해.

이잖아. 그래서

이야. 이해되었지? 음의 정수끼리도 그렇고 음과 양의 정수도 덧셈만 이해되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자, 그럼 스스로 풀어보겠니?

꼭 스스로 풀고 공책에 적었니? 아직 안했으면 더 읽을 생각하지 말고 어서 공책에 해 봐. 기왕이면 다른 사람과 함께 풀어보고 답을 맞춰 보거라. 다르면 왜 다른 답이 나왔는지, 둘 중 하나는 정답이고 하나는 틀렸는지, 아니면 혹시 둘 다 틀린 것인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같은 문제에 다른 답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지? 이것은 셈에서 매우 중요한 성질이야. 어떤 정해진 두 수를 셈하면 단 하나의 답만 나온단다. 앞으로 분수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게 나와.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수 밖에 없어.

앞에서 뺄셈을 하다보니 조금 불만이 있지 않니? 뺄셈할 때마다 저렇게 덧셈으로 돌아가서 다시 오면 불편하고 그래서 틀린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어. 10진법을 써서 덧셈 곱셈을 할 때, 더 빨리 더 정확히 하는 알고리듬이 있듯, 정수들 사이의 뺄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보다 간단해. 먼저 예를 몇개 해볼께. 바로 앞에서 문제에 있는 것들도 있으니 공책에 적은 거랑 비교해 봐.

  •  : (+3) 에 (+5) 를 더해야 (+8) 이니 뺄셈의 결과는 (+5)
  •  : (+8) 에 (-5) 를 더해야 (-3) 이니 뺄셈의 결과는 (-5)
  •  : (-8) 에 (+5) 를 더해야 (-3) 이니 뺄셈의 결과는 (+5)
  •  : (-3) 에 (-5) 를 더해야 (-8) 이니 뺄셈의 결과는 (-5)
  •  : (-3) 에 (+11) 을 더해야 (+8) 이니, 뺄셈의 결과는 (+11)
  •  : (-8) 에 (+11) 을 더해야 (+3) 이니, 뺄셈의 결과는 (+11)
  •  : (+3) 에 (-11) 을 더해야 (-8) 이니, 뺄셈의 결과는 (-11)
  •  : (+8) 에 (-11) 을 더해야 (+3) 이니, 뺄셈의 결과는 (-11)

가능한 모든 경우를 봤지? 양수 정수 끼리, 음수의 정수끼리, 그리고 양의 정수와 음의 정수가 섞인 두 경우, 그래서 모두 네 경우가 있잖아. 모든 경우에 앞에 있는 수가 큰 경우와 뒤에 있는 수가 큰 경우가 있으니, 모두 여덟 경우야. 여기서 안본 것은 앞의 수나 뒤의 수가 같은 경우인데 이때는 어떤 경우든 0 이겠지. 잘 들여다 보면 뺄셈을 빨리 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찾을 수 있어.

양수 - 양수 : 두 수의 절대값을 비교해서 그 차이를 써주고 앞의 양수가 크면 + 부호를 뒤의 양수가 크면 - 부호를 붙인다.
음수 - 음수 : 두 수의 절대값을 비교해서 그 차이를 써주고 앞의 음수가 크면 - 부호를 뒤의 양수가 크면 + 부호를 붙인다.
양수 - 음수 : 두 수의 절대값을 더하고 앞에 + 를 붙인다.
음수 - 양수 : 두 수의 절대값을 더하고 앞에 - 를 붙인다.

앞에 3 과 8 로 된 예와 비교해보거라. 간단해. 게다가,

이야. 이래서 보통 빼기의 빼기는 더하기라고 말하곤 하지.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중간에 있는 - 은 뺄셈을 뜻하는 '셈의 기호' 이고, 괄호 안의 - 는 음의 정수를 뜻하는 '방향의 기호' 야. 그런데 왜 다른 기호를 안쓰고 같은 기호를 쓸까? 게다가 앞의 편지에서 음수를 나타내기 위해 옛날에 어떤 이는 + 라는 기호도 쓴 적이 있었고, 어떤 이는 그 수 위에 점을 찍기도 했다고 그랬잖아? 이 문제를 한번 생각해보겠니? .

뺄셈의 기호와 헷갈릴텐데, 왜 하필 지금은 음수를 나타내기 위해 - 라는 기호로 정착이 되어가고 있을까?

어떤 답을 공책에 적었을까? 궁금하구나. 답이 어디 있는게 아니니, 나름대로 상상을 해보고, 그 상상이 충분히 남을 설득할 수 있으면 좋겠지? 설득을 잘하기위해서는 근거가 탄탄해야지.

자, 이제 우리의 드넓은 수의 세계에서 곱셈은 어떻게 하는지 볼 차례야. 여기도 마찬가지. 양의 정수와 양의 정수의 곱은 자연수의 곱셈과 같지 않다고 생각해야할 이유가 없어. 같다고 하는게 훨씬 합리적이고 실제로도 도움이 돼. 그렇다면,

.

됐지? 이건 대체로 (+3)이 다섯번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어. 그렇게 시작했을거야. 그 생각을 연장하면,

로 볼 수 있으니까, ('볼 수 있다'야 '꼭 그렇게 봐야 한다' 가 아니라) 그럼 결과는 (-15) 겠다. 그렇지? 하지만,

처럼 '몇 번'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으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겨. 거기 머물러 있기에는 사람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워낙 왕성해. 0을 곱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에게는 음의 정수도 있기 때문에

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지. "몇 번을 센다 " 는 것은 특정한 어느 방향이거든. 이미 양수를 전제하고 있어. 그러니, 음수를 생각할 수 없지. 이제 우리를 곱셈으로 이끌었던 그 사다리를 버리고 곱셈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수 밖에 없어. 곱셈은 이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해주어야 하는 셈(function 또는 operation) 이라는 생각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지점에 이른거야. 덧셈을 잘하기 위해서 곱셈표를 만들어 곱셈을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어. 물론이지. 하지만, 설령 아주 오래 옛날 사람들이 아직 눈을 못떠서 그런 실용적인 필요로 곱셈을 시작했다고 쳐. 그렇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더 길러지면서 깨닫게 되어 갔어. 덧셈과 곱셈에는 그보다 깊고 신비한 그 무엇이 있었던 거지. 앞으로도 이 이야기거 더 나올거야. 놀라운 사실들이 기다린단다. 얼마 안남았어.

그렇다면 이제 음의 정수가 끼어드는 곱셈은 어떻게 정의하는게 좋을까? 로 귀결될 수 밖에 없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사람들이 쓰는 곱셈에 따르면 방금 앞에서 던진 두 문제는 이렇게 답을 할 수 있지.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누가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 좋은게 분명히 있기 때문이지. 바로 자연수의 곱셈에서 통했던 성질들이 여기서도 깨지지 않도록 정해주려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 덧셈, 뺄셈에서도 그랬지?

이잖아. 자연수 세계에서 곱셈에 교환법칙이 통했으니, 여기서도 통하려면,

가 자연스럽지. 그리고, 같은 이유로,

도 그럴 거야. 그래서, 여기까지 정리하면,

.

야. 어때 ? 간단히 결과만 말하면,

우리의 곱셈은, 음의 정수와 양의 정수를 곱셈할 때, 절대값만 곱한 다음 - 로만 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 이미 앞의 여섯번째 편지 에서도 보았던 방식이야. 예를 들어 을 보자.

까지 보자. 곱셈의 앞에는 (+5) 가 있는 것은 같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면, +3, +2, +1 로 하나 씩 줄고 있지? 그럴 때 마다 곱셈의 결과는 +5 씩 줄고 있어. 그 다음은 ? 물론 0 을 곱하는 것일테고, 그 다음은 ? 그래, 이제 (+5) 에 하나씩 하나씩 줄여나간다면 (-1), (-2), (-3) 들이 곱해지겠지. 써볼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올수록 (+5) 씩 줄어 들면서 오고 있잖아. 그렇다면 셈을 한 결과는,

가 돼. 이렇게 살펴 봐도 ,

인 것이 자연스럽지 !

이제 남은 것은 음의 정수와 음의 정수의 곱셈이야. 지금까지 보았듯, 음의 정수는 자연수에 방향이 다를 뿐 '힘'은 같다고 볼 수 있잖아. 그래서 곱셈을 할 때도 음이냐 양이냐 상관없이 절대값으로 계산을 해야지. 그리고나서 정해주어야 할 것은 방향이야.

"음이냐 양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것을 정하기 위해 덧셈과 곱셈을 함께 셈할 때 분배 법칙이 성립했다는 사실을 되살려보자. 이건 참 중요하거든. 우리의 수가 음의 정수까지 넓어졌다고 해도 이 성질이 깨져야할 어떤 이유도 없지. 이것을 지켜주기로 한다면, 음의 정수와 음의 정수의 곱셈도 알게 돼.

이잖아. 빨간 색으로 표시해둔 첫 항과 마지막 항만 볼까? 첫항은 어떻게 되니?

이고, 이것이 마지막 항과 같아야 하니까,

일테고, 그렇다면,

여야지.

자 그럼 요약해볼까?

  • 양수 양수 = 두 수의 절대값을 곱하고 + 부호를 붙인다.
  • 양수 음수 = 두 수의 절대값을 곱하고 - 부호를 붙인다.
  • 음수 양수 = 두 수의 절대값을 곱하고 + 부호를 붙인다.
  • 음수 음수 = 두 수의 절대값을 곱하고 + 부호를 붙인다.

이것을 보면 음수가 홀수번 곱해지면 음수가 되고, 음수가 짝수번 곱해지면 양수가 된다는 뜻이 되겠지? 된 것 같다. 우리는 곱셈의 모든 경우에 대해 다 보았어. 이제 무엇을 할까? 그렇지. 연습을 해볼 차례야.

곱셈까지는 이제 조금 알겠니? 나눗셈을 이제 할 차례로구나. 자연수의 나눗셈에 대해서도 아직 우리는 충분히 해보지 못했어. 음의 정수의 셈에 대해 너무 짧게 한 것 같은데, 벌써 이것만해도 너무 지루했을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나눗셈에 대해서 보자꾸나. 그리고 익숙해지면 다시 양의 정수 음의 정수들의 셈을 해보는게 낫겠다. 문제도 더 풀어 봐야 하는데, 이건 이미 여러번 만났을테니 굳이 다시 안쓸께. 대신 그때 문제들을 꺼내 스스로 몇개 고라서 다시 천천히 생각하면서 풀어 보기 바란다.

명훈아, 수학이란 상당히 사람을 지치게 할 때가 있단다. 뻔해 보이는데 일일이 따져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너무 지칠 만큼 계산이 길거나 복잡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런 것들을 충분히 견뎌 낸 사람은 누구도 쉽게 만나기 힘든 수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단다.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더 가보자꾸나. 삼촌이랑 함께 가는 것이니,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물어 보거라. 물론 처음에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 보는 것 처럼 좋은 것은 없어. 거의 그것만큼 좋은 건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는거야. 서로의 생각을 비교해보는거지.

삼촌은 내일 아침 일찍 베낭을 메고 지난 겨울 캠프했던 강원도 미산 계곡으로 떠난단다. 며칠 있다 올거야. 다녀와서 또 이야기 해줄께. 오늘 편지에는 그림 한장도 없이 말과 수, 식만 나왔구나. 다음엔 재미있는 이야기 + 재미있는 그림 많이 보여줄께.




5월, 초록이 땅가득 물들어가는 봄에 삼촌이


수학 편지 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