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Mail 20
여름 한 가운데, 명훈아, 건강하게 잘 지내니?
방학 하지 않았니? 전화도 못해보았구나. 여름 방학 계획은 세웠는지 모르겠구나. 더운 여름이니 우선 충분히 쉬는게 어떨까? 며칠 쉬면서 힘이 다시 돌아오거든, 평소 학교 다닐 때 하기 힘들었던 걸 두어가지 정해놓고 해보면 어떨까 ? 물론 엄마 아빠와 함께 잘 알아서 하겠지. 태풍 '갈매기'가 서쪽 바다로 올라오고 있단다. 명훈이가 사는 서쪽으로 태풍이 지나갈 것이라던데, 지금쯤 비가 세지고 바람이 점점 거칠어지지나 않았는지? 우리나라 동남쪽 끝인 청사포는 아직 바람만 시원하게 불어주고 있어. 하늘은 푸른데, 바다에 스칠 듯 낮게 자그마한 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난다. 태풍 덕에 구름이 파도타기를 하고 싶나봐.
오늘은 나눗셈은 어렵다 에 대해 이야기해 줄 께. 앞으로 몇 개의 편지가 그것과 연관된 이야기를 할 거야. 오늘은 그 중에서도 왜 사람들이 나눗셈을 어려워 했고 지금도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지 그 기원을 찾아보려고 해. 이탈리아 속담에도 '나누기는 어렵다' 는 말이 있나 보더라. 이 때 '나누기'란 수학에서 말하는 '나눗셈'만 말하게 아니겠지, 물론. 살아가다보면 나눠 주어야 하는 일도 많이 있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우리는 '나눗셈'이 만만치 않다는 것, 옛날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워했을까에 대해 오늘 함께 추적해보자꾸나.
- 아니, 나눗셈이 뭐가 어려워요? 그냥 하면 되지...
라고 답할지 모르겠구나. 그렇지? 어떤 수 a 가 있고 그것을 d 로 나누라면, 나누기 하는 방법에 따라 쓱쓱 쓰고, 곱셈과 뺄셈을 여러번 하다보면
꼴인 q 와 r 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이때 물론, r 은 d 보다 작을 때까지 나누어야 제대로 나누기를 했다고 보는 거지. 뭘 그렇게 쉬운 걸 어렵다고 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마 2008년을 사는 명훈이에게는 이미 나눗셈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걸거야. 그렇지만, 실제로 주위에 나눗셈을 아직도 어려워 하는 아이들 본 적 없니? 꽤 있단다. 그리고 명훈이도 '암산' 할 때, 곱셈은 그런대로 하지만, 나눗셈은 차원이 다를걸.
암산 : 눈을 감고 3718 을 15로 나누어 몫과 나머지를 찾아보아라. |
그래, 나눗셈은 분명히 어려웠어. 지금도 그래.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매우 어려워. 그건 참 자연스러운 거야. 나눗셈을 별 실수 없이 잘하고 있다면, 그건 우리가 참 대단한거야. 예전 편지에서도 말했듯이 나눗셈을 잘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던 시대가 있었어. 그때는 나눗셈만 잘해도 '나눗셈 박사' 나 '나눗셈도사' 라는 대접을 받았다니까.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껄끄럽고 오묘하고 부담스러워해서 가장 늦게 정착한 셈도 나눗셈이야. 그때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했길래 그랬을까?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아주 오랜 옛날, 그러니까, 이천년도 넘었을 때로 가보자. 사람들은 지금과 다른 숫자체계로 서로 다른 기호를 쓰고 있었다는 말 기억나니? 대표적인 문명권들은 바빌론, 이집트, 그리스, 인도, 중국, 마야 같은 문명들인데, 그렇게 유명한 대표들 말고도 또 있었겠지. 그것들까지 세세한 것은 잠시 눈감기로 하고, 그렇게 잘 알려져 있는 것들끼리 비교해봐도, 달랐어. 숫자 체계가 달랐으니 셈하는 법도 달랐을거라고 짐작은 해볼 수 있겠다, 그렇지? 무엇이 어떻게 왜 다른지를 추적하며 연구하는 수학자나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여기서 그 분들이 이미 밝혀놓은 것들 중 몇 개를 보기로 하자꾸나. 먼저. 60진법을 쓴 바빌론 문명. 이미 이야기했듯 그들은 '자리숫법'이라는 놀라운 방법을 썼어. 다른 문명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었지. 숫자 쓰기만 그 정도로 지금의 우리와 닮은 게 아니야. 나눗셈에서도 반짝이는 그들은 기지를 발휘했단다. 그들은 일단, 자연수에 대해 역수를 나타내는 수들을 적어 표로 만들어두었어. 그러니까, 2, 3, 4, ... 의 역수, 다시 말해 현대식으로 표시하자면, 를 만들어둔거지. 물론 60진법으로 표시를 했을거야. 그때 사람들이 했듯 쐐기 문자로 한다고 하면, 이렇게...
이것을 지금 우리가 쓰는 말로 하면 왼쪽 줄에 2 , 오른쪽 줄에 30 이라고 쓴거야. 다시 말하면 2의 역수( 10진법으로는 ) 는 이라는 뜻이지. 그렇다면 왼쪽 줄에 3 이면 어떻게 될까?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지금 식으로 하면 20을 적어둔거야. 이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 3의 역수( 10진법으로는 ) 는 이런 식으로 좌르르 역수표를 만들어 두었어. .
그러다가, 나눗셈을 할 때는, 예를들어
- 셋 에서 둘을 나누어야 할 때
는, (놀랍게도...)
- 셋에 2의 역수를 곱해주는 것이지 !
간단히,
를
어떠니? 놀랍지 않니? 삼촌은 책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등꼴이 오싹했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눗셈이 복잡하니까, 참고할 표를 만들어서 더 쉬운 곱셈으로 바꾸버린거야.
표의 마지막 즈음을 보면 80에 대해서도 적혀 있었단다.
왼쪽에 자리수 하나 올라간 1 이 있고, 조금 칸을 떼고 10 이 두 개 있으니 지금으로 하면 80을 뜻해. 그리고 오른쪽은 지금의 45를 뜻해. 그럼 이게 뭐야?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야.
이라고 써 있었어. 이건 또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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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사람들의 지혜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지는 말자. 이 정도만 하고, 이제 수천킬로미터 동쪽으로 와 봐자. 지금 중국 지역의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우리 선조들도 다른 동양처럼 그 문명을 오랫동안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때 사람들이 셈한 방식을 지금 들여보는 건 우리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할아버지들의 할머니의 할아버지들... 이 어떻게 셈을 했나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로와. 동양에서 셈을 한 기록 중 지금까지 남은 가장 오래된 건 지금부터 2000년 전 쯤의 기록들이야. 그 중 '구장산술' 이라는 책이 아주 유명해. 우리말로 편하게 바꾸면 셈을 하는 기술에 대한 9 장(chapter)으로 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토지, 세금, 토목 건축과 관련되어 셈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으니까, 그런 예를 중심으로 셈하는 방법에 대해 엮어 놓았어. 아울러 비례나 넓이, 도형의 성질을 보고 있기도 하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써서 산의 높이를 재는 것과 같은 문제들도 있다고 해.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까지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되었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셈하는 기술에 대해 책을 쓰긴 했는데, 그 옛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 그 옛날의 성과를 이어 받아 다듬을 것은 다듬고 책을 쓸 때의 실정에 맞게 보태거나 뺀 것들이었지. 이 중에 덧셈과 뺄셈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는데 곱셈과 나눗셈이 문제였지. 곱셈은 지금 우리가 구구단을 외우듯 그때도 그랬단다. 우리가 어렸을 때 구구단을
- '이일은 이' ' 이 삼은 유욱 ~' '이 사 팔' ... ' 이 구~ 십팔!'
라고 살짝 음과 리듬을 넣어서 외었듯이 그때도 그렇게 노래처럼해서 외었단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주 옛날 기록을 보면, 그 때 사람들은 지금 우리처럼 하지 않고, '구구 팔십 일' '구 팔 칠십이 ' ... '이 이 는 사' 처럼 거꾸로 외었대. 그러다가 어떤 책에서는 또 '일일은 일' '일이는 이' .... '구 구~ 팔십일'로 외우는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고 해.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에도 '나눗셈 암송곡'이 있었다 는 거야. 이건 곱셈표를 외워 노래하는 것에 비해 꽤 길 수 밖에 없겠지? 예를 들어 174 를 6 으로 나누면,
- ' 일을 육으로 나눌 때는 나누는 수는 그대로 두고 그 다음 수에 4를 더하여 1 을 앞으로 내보내라' 라는 식의 노래를 암송하면서,
- 1 은 그대로 두고 7 에 4를 더하는 것이지. 그럼 11 이 나오겠지. 1을 앞으로 내보내고, 11과 6의 차이인 5가 7 자리를 대신해.
- 그럼 1단계를 마치고 남은 수는 가 되는 것이지.
- 다음 이제 앞의 빨간 2는 그대로 두고, 54를 갖고 놀 차례야.
- '5 를 6 으로 나누려면 5 자리를 8 로 바꾸고 그 아래자리에 2 를 더해라' 는 노래를 부르면서 수모양을 고치는거야.
- 그럼 2 단계가 끝나는데 이렇게 하면
- 이제 마지막 3 단계 : '6이 6을 만나면, 10 이 되어 앞으로 나간다.' 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마지막 자리 6을 없애고 그 앞에 있는 8에 1을 더해주는 거야.
- 그 결과 야. 29에 6 을 곱하면 정말로 174 나오지?
이런 과정들을 모두 작은 나무 막대기들이 가득 들어있는 통에서 나무를 꺼내 바닥에 늘어놓고 이리저리 옮기고 옮기면서 했어. 다른 도구도 있었지만, 이런 작은 나무 막대기들을 가지고 하는 기술이 꽤 오래 가장 널리 쓰였던 것 같아.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익숙한 사람들은 무척 빨리 계산을 해냈대. 상상해 봐. 바닥에 나무들을 늘어놓고 손이 이리저리 휙- 휙- 왔다갔다 하면서 입으로는 '흥얼~흥얼~ 노래를 했던 모습을. 모든 단계가 끝나면 노래도 끝이 나고 바닥에는 답을 표시하는 나무 막대기 표시만 남겠지. 그 표시를 쓰던 숫자로 옮겨 쓰면 끝이야. 그때 셈을 하던 사람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테고, 그것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놀라와하며 와~ 탄성을 질렀을거야. 이렇게 노래를 불러 나뭇가지를 옮기는 방식도 여러 개가 있었어. 나눌 수자와 나누는 수에 따라 어떤 것이 더 좋고 어떤 것이 더 나쁜지에 따라 다른 방법을 적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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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유럽으로 넘어가보자. 우선 1000년을 훌쩍 뛰어. 지금부터 1000년 전쯤이야. 훨씬 더 전에는 이보다 훨씬 어려웠을거야. 그건 말할 나위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이때 중요한 일이 일어나게 돼. 1000년 만 건너 뛰는 거야. 이때 지금의 유럽 지역에는 게르베르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카톨릭 사제님이 계셨어. 이 분은 나중에 실베스터 2세라고 불린, 프랑스 사람으로서 최초로 교황이 된 분이지. 수천년 전 이집트에서도 그랬지만, 1000년 전인 이때도 수나 도형을 가지고 노는 걸 즐겼던 분들 중에는 종교 사제가 뜻밖에 많았어. 앞으로도 가끔 수학자가 아니라 본래 사제였던 분들의 이름이 나오곤 할 거야. 아무튼, 이 분은 수학을 매우 좋아하셨나봐. 이분은 계산기 또는 계산판을 발명하기도 했어. 아바쿠스(abacus)라고 불렀지. 또 이 분은 너무나 어려웠던 나눗셈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고민했다고 해. 그래서 '좋은 나눗셈 법'이라고 할만한 원칙을 정했어. '알고리듬'이라는 단어를 이해해보기 위해서도 이분이 정한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겠구나. 그 분은 세가지 원칙을 정했지. 나눗셈을 하는 과정에서,
- 할 수 있는 한 곱셈표를 보는 횟수를 적게 하라.
- 할 수 있는 한 뺄셈 하는 횟수를 적게 하라 .
- 할 수 있는 한 앞단계를 덜 외우고 기계가 풀 듯 생각을 적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
이런 대원칙을 정했지. 그리고 이 방법을 적용해서 나눗셈을 개발했어. 그런데, 그 분이 이렇게 좋은 원칙을 만들었어도, 그 분이 개발한 나눗셈 법을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고 해. 그런데 이 즈음 그 동쪽 아랍에서 새로운 방법들이 들어와. 지금 우리가 하는 것과 매우 닮은 10진법 자릿수 법과 함께 나눗셈도 들어 왔대. 그것이 바로 우리가 쓰는 '길게 늘여쓰기 방법'이야.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래서 보기로 하자. 아랍사람들이 전수한 이 나눗셈 방법이 너무나 편해서 사람들은 여기다가 황금의 나눗셈 (golden division) 이라고 불렀다고 해. 존경을 보낸 것이지. 그에 비해, 나중에 교황이 된 게르베르의 나눗셈 법은 철의 나눗셈 이라고 불렀어. 승부는 보나마나 뻔한 것이지. 점점 '길게 늘여쓰기 방법'이 평정하는 국면으로 들어서게 돼.
그런데, 마지막까지 '길게 늘여쓰기 방법'과 경쟁하던 나눗셈 알고리듬이 있었어. 이 방법은 노젓는 큰 배 라고 불렀단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하는지부터 보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거야. '노젓는 큰배' 방법으로 나눗셈을 해보자꾸나. 설명을 위해 간단한 예에서 조금 복잡한 것으로 꾸며 보았단다. 첫줄 처음 건 37에서 5를 나누고, 그 다음은 371에서 5를 나누고, 그 다음은 3718 에서 5를 나누기 해보는 거야. 다음 줄은 같은 수를 나누는데 15로 나누는 경우야. 그림을 보고 아래 설명을 보면 이해가 될거야.
첫 줄부터 볼께.
- (a) : 37 나누기 5 야. 37 바로 아래 5를 줄맞춰 쓰고 그 옆 빈 칸에 5를 곱해서 37에 가장 가까운 수를 만들 수 있는 수를 써. 곱셈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그건 7 이야. 그렇게 하면서 30에 해당하는 3은 지워버리고, 7 을 지워버리고, 7에서 5 를 뺀 2 만 그 윗칸에 써. 그리고 나누는 5도 지우지. 그러면 7로 나누고, 나머지는 2가 되는 거야. 가 되었어.
- (b) : 371 나누기 5 야. 앞의 단계처럼 37 나누기 5를 하고 다 지운 다음, 남은 수들 2 와 한칸 다음 아래 1 을 다시 5로 나눠야지. 그러니까. 나누는 수 (여기서는 파란색으로) 5를 밑에 다시 쓰고, (여기서는 빨갛게 써진) 2와 1만 보면 돼. 21 나누기 5를 하는 것이지. 5를 곱해서 21에 가장 가까운 수 4를 몫으로 하면, 5곱사 4는 20 이니까, 2도 지워야지. 그리고 더 할 것이 없으니, 새로 쓴 5도 지워버려. 남은 것만 보면
- (c) : 3718 나누기 5 야. 아까처럼 다시 아래 5 를 써. 남은 앞단계서 남은 (빨간색)1 과 아직까지 다루지 않은 8 만 보는 거야.
- (d) : 18 나누기 5만 하면 되는 거야. 몫의 부분에는 (초록색으로 쓴 것 처럼) 3 이 추가 될 거야. 5 곱하기 3이 18에 가장 가까운 수를 만들어내니까. 그렇게 하고 지울 것 지우고 나면 으로 몫 743 과 나머지 3 만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어.
이제 조금 복잡한 것을 해볼까? 이제 나뉘는 수는 그대로 두고 나누는 수를 15로 조금 키워보자.
- (e) : 37 나누기 15야. 몫에 2 를 하면, 2 곱하기 1 는 2 이니까, 이것을 3에서 빼서 3 위에 1만 써. 이제 나뉘는 수 부분의 3 과 나누는 수 부분의 1 은 끝났으니 지워. 다음 나뉘는 수 부분에 남은 건 3 위의 (빨간색) 1 과 원래 있던 7 그리고 나누는 수 부분에서는 5가 남아있지. 5와 나누는 수 2 를 곱하면 10이 되니까, 빗금 쳐버린 3 위에 있는 1을 지워버려. 그리고 7 은 그대로 위로 올려 써 줘. 나누는 수 5가 할 일 다 했으니 지워버려. 남은 건 몫 2 와 나머지 7 만 남았어.
- (f) : 371 나누기 15를 해보자. 앞의 단계에서 한 것처럼 다 지우고 남은 것들만 있다고 해봐. 나뉘는 수 부분엔 (빨간색) 7 에 아직 다루지 않은 1 이 있어서 71 나누기 15를 해야할 차례야. 나누는 수에 아무것도 없으니 (초록색) 1 을 아래에 다시 써주었지. 7 을 나눌 가장 가까운 수는 4 잖아. 그래서 몫에 앞 단계서 한 2 다음에 (연두색) 4 를 써. 7 에서 1 곱하기 4 를 빼면 3이 남으니 그것을 (빨간색) 7 위에 (연두색) 3 을 쓴 거야. 1과 7은 다 썼으니 지워버려야지. 이제 남은 단계는? 우린 아직 나누는 수 15 에서 5를 하지 않았잖아. 5를 다시 (파란색으로) 써서 부활시켰어. 몫인 4 와 나누는 수 5 를 곱하면 20이니까, 앞에서 남은 3 을 지우고 2와의 차이인 1만 그 위에 (보라색)으로 써준거야. 그리고 원래 남았던 1 은 그래도 두지. 결국 무엇만 남았니? 그래, 몫 24와 나머지 11 만 남았어. .
- (g) : 이제 3718 나누기 15. 바로 앞의 단계에서 다 하고 남은 건, 나뉘는 수 부분의 (보라색) 1 과 (검은 색 ) 1 그리고 아직 다루지 않은 8 이 있어. 나누는 수 15 를 부활 시켜야지. 그래서 (보라색으로) 줄을 맞춰서 아래 써주었어.
- (h) : 118 을 15로 나누기 해야지. 좀 복잡해. 이부분이 상당히 어려웠을거야. 나누는 수 15만 보면 당장 나뉘어야 하는 11을 넘었잖아. 그러니, 118 을 바로 15로 나누기 해야지. 그런데 곱셈표에 15 의 곱이란 없었으니까. 어려웠을거야. 어쨌든 118에 15를 곱해서 가장 가까운 수는 7 이야. 그래서 7을 몫의 자리에 (빨간색으로) 써. 7과 1의 곱은 7이고, 먼저 나뉘는 수는 11 이니까, 11 에서 7을 빼서 남은 걸 써야지. 1 위에 (주황색으로) 4 라고 쓴 게 바로 그거야. 이제 남은 건, 나뉘는 수 부분의 48 과 나누는 수에서 아직 다루지 않은 5 부분이지.
- (i) : 마지막 단계. 이제 나누는 수 부분 5를 할 차례야. 5 곱하기 7 은 35 니까. 4 빼기 3 인 1 을 (노란색으로) 4 위에 써주고 4는 지워버려. 8 에서 5를 뺀 3 만 (노란색으로) 8 위에 써 줘야지. 그리고 나누는 수는 5까지 다 했으니, 5 도 지워야지. 남은 건 뭐지? 그래, 몫인 247 과 나뉘는 수 부분에 남은 (노란색으로 쓴) 13 이야. 결국 .
왜 하필 '노젓는 큰 배 방법'이라고 불렀을까? 왜냐하면 앞의 그림에 있는 것들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 회전해보면 쭉-쭉 그어진 것들이 마치 긴 노처럼 생겨서 그랬다는데... 이름이야 어쨌든,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 않니? 지금 우리가 쓰는 ' 길게 늘여쓰기'에 비해 어려워 보이는데 왜 오랫동안 둘이 경쟁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지금 위에 쓴 방식이 '설명을 위해' 종이로 쓴 것이라는 데 있어. 당시에는 모눈종이처럼 칸이 나뉜 네모판에 모래를 살짝 뿌려 했대. 이런 '계산판'에 넣고 하면 위에 종이에 쓰는 방식보다 훨씬 편해져. 빗금을 그어도 되지만, 아래처럼 지워버려도 되거든. 아래는 지우면서 해봤어. 이제 수백년 전으로 돌아가 '노젓기 큰배 방법을 쓰는 나눗셈 도사' 가 되어 보자꾸나. 나누는 수도 더 큰 153으로.
- (j) : 나뉘는 첫수 3 에서 나뉘는 수 1 에 몫 2를 곱해서 빼. 그 남은 것만 (빨간색으로) 1을 썼어. 3 은 빗금을 긋는게 아니라 아예 지워버린다.
- (k) : 나누는 수 153 중에서 아직 다루지 않은 53 과 몫으로 둔 2 도 해야지. 5 곱하기 2는 10 이니까, 3 위의 (빨간색) 1 도 지워. 5 곱하기 2 는 10으로 끝났으니 7 은 그대로 있어도 되는 것 같아. 그런데, 나누는 수 마지막 부분 3 과 2의 곱인 6을 다음 수 1에서 못빼잖아. 7 에서 1 을 빌려오고 7 위에는 6이라고 썼어. 그리고 빌려온 10과 원래 있던 1 이 만든 11에서 6을 뺀 결과인 5만 1 위에 써주는 거야.
- (l) : 이제 658 에서 153을 나눗셈 할 차례. 몫은 4 가 될거야. 나뉘는 첫수 6 에서 나누는 첫수 1 과 몫 4를 곱해서 빼니 2 만 남지? 그것을 (초록색으로) 6 위에 써두었어. 이제 나누는 수 5 차례지. 몫 4와 곱하면 20 이니까, 방금 전 (초록색으로) 써둔 2도 다시 지워야지. 마지막으로 나누는 마지막 수 3 과 몫 4를 곱해서 빼. 다시 말해 58 - 12 = 46 이야. 끝.
보다시피 이 방법이 처음엔 어렵지만, '계산판을 놓고 지워가면서 하면 덜 헷갈리고 익숙해지면 빨리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오래 경쟁했던 것 같아. 게다가 그때만 해도 아직 종이가 지금처럼 흔할 때가 아니었거든. 그 반대야. 종이는 커녕 쓸만 한 것이 얼마나 귀했는데. 중국서 개발된 종이는, 고선지 장군이 이끄는 당나라 군대가 파미르 고원을 넘어 원정할 때 아랍으로 전해졌다고 해. 지금부터 한 천 백 오십년 쯤 전이야. 그런데 이 싸움에서 당나라 군대가 대패해. 그 결과 포로들이 많이 남았단다. 이 중 종이만드는 기술자가 있었대. 그래서 사마르칸드라는 당시 번화했던 도시에 제지 공장이 만들어져서 기술을 전수받았지. 사마르칸드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 있어. 지지난 편지에서 '알고리듬'이라는 이름을 준 알-콰리즈미도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다는 거 기억나니? 그런데 종이 만드는 기술이 유럽으로 넘어가는데 또 몇 백년이 걸렸어. 1000년 전에는 유럽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종이란 듣도 보고 못한 편리하고 좋은 것이었어.
좋아, 그건 그렇다차지. 그럼 1000 여년 전 유럽에는 '길게쓰기 파'에 속한 나눗셈 고수와 '노젓는 큰배 파' 에 속한 나눗셈 고수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거야. 더 많은 분파들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두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었고 둘이 오래 경쟁하다가 마침내 '길게쓰기 파'가 이겼어. 자, 그렇다면, '길게쓰기 파'는 어떻게 하는 것이지? 그래, 우리가 보통 하는 방식이야. 해볼까? 오른쪽 그림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 지금 우리가 쓰는 방법이니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길게쓰기 파'에 소속되어 있어. 우리 선조들이 이게 더 좋아, 라고 선택해준 방식이니까,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린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을 꼭 따라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의 나눗셈은 충분히 좋아 보이긴 한데, 지금까지의 역사를 잘 들여다보면, 삼촌은 이런 질문들이 든다.
- 과연 우리의 나눗셈이 항상 옳은 답을 준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혹시 앞의 예에서나 자연수 중 특별한 경우만 되는게 아닐까?
- 우리가 하는 나눗셈 알고리듬 보다 더 좋은 나눗셈은 없을까?
- 왜 처음부터 '길게 쓰기' 방법으로 하지 않고, 그다지도 나눗셈은 어려웠던 것일까?
- 어떤 수 a를 b 로 나누어서 나머지가 0 이 되는지 아닌지 계산하기 전에 미리 할 수는 없을까? 또는 어떤 수 a 를 나누어서 나머지가 0 이 되게 하는 b 는 몇개나 있을까? 그런 b 를 빨리 찾는 알고리듬은 없을까?
이것말고도 질문들은 줄줄이 따라 나오는데, 앞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가기로 하자. 다음 편지를 받기 전에 명훈이가 답을 해보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물론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라, 당장은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여러개의 자연수들을 골라서 늘어놓고 한번 시도를 해보면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도움이 될거야. 또는 삼촌이 앞에서 든 질문들 말고 명훈이만의 새로운 질문을 시도해볼수도 있겠지. 처음엔 낯설겠지만, 지식을 빨리 빨리 먹어버리려고 하기 보다는 멈춰서서 생각해보고 상상해보고 수를 가지고 놀아보는 것이 훨씬 크게 도움이 된단다.
씹지도 않고 빨리 빨리 먹는 건 체하기도 쉽고 몸으로 잘 퍼져나가기도 어렵거든.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쉬타인도 어렸을 때, 셈을 빨리 잘하거나, 많은 것을 빨리빨리 알지는 않았대. 대신 혼자 앉아서 생각하고 상상하고, 이런저런 물음표들을 많이 가슴속에 간직했다고 해. 아인쉬타인만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의 유명한 수학자들이나 과학자들, 예술가들, 문학가들이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글을 잘 쓴 사람 중 으뜸의 자리를 다투는 연암 박지원도 책을 무척 천천히 읽었다고 해. 그 덕분에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 하지만, 한권을 읽더라도 그는 온전히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어. 한장 한장 넘길 때 의심나면 멈추어 생각하고, 자연과 비교하면서 따져보았거든. 그리고 스스로 앞뒤가 잘 맞아떨어져서 이해했다고 하면 다음으로 넘어갔지. 글을 쓸 때도 그랬대. 쓰기 전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모아서 정리하고 다 되었다 싶으면 써내려갔단다. 삼촌도 그런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구나. 이미 고치기 어려울 만큼 습관이 단단하게 박혀 버려서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명훈이는 아직 그런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어. 노력해보거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수학 공부는 큰 도움이 될거라 믿어. 그래서 지금도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야. 알겠니? 새겨 들어주었으면 고맙겠구나.
오늘은 이만쓸께.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오늘까지 며칠이 지났다. 태풍은 그새 다 지나갔고, 청사포 바다는 오랜만에 푸르르다. 그날 아래 바람은 서늘하고 습하디 습해서 끈적거리던 공기도 오늘은 가볍게 부는구나. 다음 편지까지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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