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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1일 (토) 18:34 기준 최신판
안녕 ?
삼촌이 돌아왔다 !
목요일 밤이야. 어제 수요일, 水 요일은 또 비가 왔어. 그러더니 장마라해도 오늘은 화창한 날이 되더구나. 기분 묘했어. 햇살이 하두 좋아서 낮엔 바다가로 자전거 산책을 다녀왔단다. 자전거가 흔들거릴 만큼 바람이 제법 불어 제끼더라. 그 푸른 바람에, 바람이 난건지 바다물이 벌써 좋은건지 벌써부터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고 물장난 치는 사람들이 꽤 되었어. 부러웠어. 삼촌도 풍덩 들어가 폴짝폴짝 뛰어 놀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전거는 흔들려 앞으로 나가는게 뻑뻑했지만 살갗에 묻어나는 바다 바람이 그리 좋을 수 없었어. 마침 정리하고 싶은 생각들도 있었으니 자전거야 느리게 나간들 어떠리 !
그럼,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조금 낯선 주제가 될지 모르겠구나.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쨌든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주제라 이 기회에 정면돌파할 거야. 다른 게 아니라 문자를 가지고 계산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 사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 지금까지 편지를 써오면서, 은근슬쩍 써먹었던 것들이야. 어떻게 응큼을 떨었는지 모아볼까? 아래 문자들이 나열해 있어. 다 앞에서 나왔던 것들인데, 그 기호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보겠니?
- 수학 편지 04 , 05에서 :
- 수학 편지 06 에서 :
- 수학 편지 07 에서 :
- 수학 편지 08 에서 :
- 수학 편지 09 에서 :
- 수학 편지 10 에서 : ,
- 수학 편지 12 에서 :
- 수학 편지 13 에서 :
그 이후 몇 통의 편지에서도 꽤 나왔어. 삼촌은 특별히 말을 않고 은근슬쩍 넣어서 썼는데, 그때 잘 이해되었니? 문맥 안에서 있어서 아마도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지금은 어떠니? 문자들과 기호만 잔뜩 써둔거야. 무슨 말인지 스스로 위의 기호들을 풀어 생각해 보겠니? 무슨 암호같기도 하고 무슨 그림 같기도 하지? 이렇게 따로 떼어넣고 보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어. 왠만한 수학책을 보면 온통 저런 기호들 투성이지. 그래서 꾸준하게 수학 훈련한 사람이 아니면 책을 한 줄도 제대로 읽기가 힘들어져. 이런 삭막한 주제를 가지고 '따로'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되지만 어쩌겠어? 다른 수가 없는 걸. 수학 공부를 위해 지금 꼭 이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길로 가면 갈수록 무지 편해지거든. ' 좁고 험한 길을 가라, 그러면 넓은 길이 나올 것이고 지금 편하고 넓은 길을 가면 길은 점점 좁아지고 험해질 것이다.' 라는 말도 어디에 있었던 것 같다.
스티븐 호킹이라는 유명한 물리학자 아니? 루게릭 병으로 온몸이 뒤틀어졌고, 겨우 손끝을 까닥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의 상상은 우주라는 공간과 우주의 시간이라는 시원을 넘나드는 물리학자잖아. 그 분이 쓴 어떤 책에 보면 "수식이 하나 있을 때 마다 독자는 반으로 줄어든다." 라는 게 있어. 재미있는 표현이야. 수식이 있으면 벌써 사람들이 낯설어 하고 어려워하고 그래서 책을 아예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어.
그렇다고 모두 그런건 역시 아니지. 며칠 전 삼촌이 라디오를 듣는데, 젊은 피아노 연주자가 나왔어. 이름은 유영욱이라고 하더라. 외국에 오래 있었는지 혀가 약간 꼬여 있더구나. 하지만 멋진 목소리에 똑부러진 말투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서 듣는 사람도 시원해서 좋았어. 한국의 모짜르트니, 한국의 베토벤이니 하는 별명을 갖다 붙이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야. 라디오 사회자가 "어려부터 작곡도 했다고 하던데요?" 고 물었지. 그의 답은 이랬어.
- - 예, 악기를 배우면서 악보를 보는데, 그게 기호들만 잔뜩 써있는게 그 안에 그런 아름다운 음악이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 그리고 전 수학도 좋아했어요. 수학도 그렇잖아요. 낯설고 복잡한 기호들이 써있는데 그 안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아,물론 그 연주자가 꼭 그렇게 말한 것은 아냐. 특히 수학에 대한 부분은. 음악 공부하느라 수학 공부를 많이 못했을테니, 그냥 삼촌이 약간의 상상을 발휘한 것이란다. 모짜르트도 수학을 어려서 본격적으로 음악가로 나가기 전까지 수학을 잘했다고 하거든. 사실 수학과 음악은 매우 비슷한 데가 많은 것 같아.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줄줄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자.
어쨌든, 수학은 숫자와 문자들로 나타내는 언어지. 바로 그것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수학을 싫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좋아해. 그런데 몇백년 전만 해도 수학이 이렇게 기호로 가득차진 않았어. 일일이 일상적인 말로 풀어서 했지. 그랬더니 풀기가 몹시 복잡했어. 예를들어, 이런 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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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질문이지? 그냥 토끼 따로 닭따로 세어보면 되는 것이지, 왜 하필 다리들만 세어보겠어. 하지만, '계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그냥 너그러이 풀어주기로 하자. 우리나라 조선시대 산수 문제집에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 푸는 방법은 여럿 있어. 그 책에서의 풀이는 이렇게 안했지만, 이렇게 풀 수 있는 것이지.
- 그 중 하나는 토끼가 x 마리, 닭이 y 마리라 하자. 그렇다면, 토끼의 다리는 한마디당 4 이고, 닭의 다리는 2 개이니,
- 토 닭
- 라 할 수 있고, 토끼든 머리든 닭은 머리가 하나씩이니,
- 토 + 닭
이것은 더 간단히 할 수도 있지. 토끼를 뜻했던 '토' 대신 x 를, 닭대신 'y'를 쓰면,
이겠지. 그래서 '잘 해보면' 토끼는 다섯 마리, 닭은 일곱 마리인 것을 알 수 있어. ('잘' 이라고?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일까?)
문자로 표현하는 기술이 없다고 하고 한 번 해볼께. 아마 이렇게 했을지 몰라.
- 토끼는 다리가 넷이고 닭은 다리가 둘이고 다리 모두를 합하면 서른 넷이라 하였잖소. 그런데 닭과 토끼를 합하면 모두 열두마리라 했고. 그러니. 열 두 마리에서 토끼만큼을 빼면 그게 닭이 몇마리 인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닭의 다리는 모두 스물 네 개에서 토끼 머리 수 만큼에 두 배에 해당하는 것을 뺀 것 만큼 이겠군요. 좋소. 그렇다면 이제 다 되어가오. 잠시만 기다리시오.
- (어디까지했더라? 다시 생각을 되짚으면서) 아, 그렇소. 전체 다리의 수 서른 넷은 스물 넷에서 토끼 머리수에 두배 만큼 뺀 것에 토끼 머리 수에 넷을 곱한 수만큼을 터한 것일 터. 음, 그 다음은 뭐더라...
- (음냐, 시간이 갈수록 점점 헷갈릴 것이 틀림없다) 앗! 그렇군 ! 그럼 결국 토끼 머리 수의 두 배 만큼의 다리에 스물 네 개의 다리를 더하면 모두 서른 네 개의 다리가 되는 것이지. 결국 토끼 머리 수의 두 배 만큼은 다리 열 개를 뜻하오.
- (의기 양양, 사기 충천) 어떻소? 내가 다 풀지 않았소? 토끼는 다섯 마리요. 토끼와 닭의 머리 수는 모두 열둘이니, 닭은 일곱마리요.
느낌이 어떠니? 삼촌은 쓰면서도 헷갈리는데, 읽기는 더 헷갈릴 걸.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읽다보면 토끼, 닭, 다리, 머리, 그리고 그것들의 수, 또 그 사람의 문체나 문장 때문에 헷갈리게 돼. 게다가 앞의 말이 다른 나라 말로 되어 있다고 해 봐. 그것 해석하려면 끔찍할 걸. 그런데 이걸 앞에서 처럼 식으로 썼다면? 이렇게 하면 아주 간단해지지 않겠니? 우리는 토끼니, 닭이니, 머리니, 다리니, 문체니 외국어니 다 잊어버려도 돼. 핵심은 문제에서 나온 것을 어떻게 수와 문자로 옮기느냐 에 달려 있어. 그래서 앞에서 삼촌이 한 것처럼 숫자와 문자를 써서 두 문장으로 옮겼다면 그때부터는 이런 절차를 따라가기만 하면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틀릴 리가 없어. 일상적인 말로 하는 것보다 틀릴 가능성은 확연히 줄게 돼.
- 이고
- 이니까,
간단하지. 물론 토끼-닭 문제는 꼭 앞에서처럼 풀어야 하는 건 아니야. 이렇게 풀수도 있지.
- 토끼들이 모두 앞발을 들고 서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다리를 셀 때, 토끼마다 다리를 두개만 세었다고 상상한다. 그렇다면 토끼와 닭은 모두 열 두마리이니까, 다리의 수는 스물 넷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다리는 서른 넷이다. 이 차이 만큼 토끼가 앞발을 들고 서 있는 것이다. 차이는 열, 그래서 앞발의 수는 열, 그래서 토끼의 수는 다섯. 끝 !!
물론 '닭의 다리가 넷이라고 해보자' 라고 해도 풀리긴 하겠지. 그런데 이런 식의 풀이는 재미있고 빠르고 틀린 가능성도 적지만 있지만, 단점이 있어. 무엇일까? 그 문제에서 배운 풀이법이 바로 그런 독특한 유형의 문제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런데, 문자를 써서 푼 방법은 간단할 뿐더러 깔끔해. 게다가, 토끼, 닭, 다리, 머리를 잊어버려도 돼. 이렇게 풀었으니, 이제 이것을 가지고 문제로 다시 돌아가서 '토끼는 다섯마리' 이렇게 답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 배운 방법을 다른 데서도 폭넓게 쓸 수 있다는 거야.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하자.
- 우리집 마당엔 감나무도 많고 개도 많다. 개들은 모두 암캐고 나이도 같다. 개들은 불쌍하지만 목을 매놓고 있다. 감나무 하나에 개 세마리씩 묶어 두고 있다. 어느 날 암캐들이 이 모두 새끼를 낳았다. 두 마리씩이다. (참 신기한 일이지.) 그리고 감나무마다 똑같은 갯수만큼 감이 열렸다. 감나무마다 10개씩 열린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야!) 새로 난 새끼들과 새감의 갯수를 세었더니 80 이었다. 감나무는 몇개일까?
이 문제는 토끼-닭 문제와 달라 보이지만 푸는 방법으로만 보면 거기서 거기가 돼.
앞의 '감나무와 새끼 개'의 문제를 먼저 나름의 방식으로 풀도록 생각해보고, 나중에 수식을 세워 풀어보라. |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x 또는 y 와 같은 문자와 덧셈 곱셈 같은 기본셈으로 어떻게 나타내느냐에 달려있어. 앞에서 나온 두 문제처럼 단순한 것들에서는 그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문자의 도움 없이는 푸는게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점점 문자로 된 계산이 많아지는거야. 문제는 그 '문자 너머'에 어떤 뜻이 있는가? 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어. 문제 푸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 '너머'를 여러 가지로 상상할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수학의 지존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래야 비로소 수식이 때로는 그림이요 풍경이고, 노래요 시가 될 수도 있는 거야. 산중에서 도를 닦는 분들 중에는 벽에 원하나 그려 넣고 눕지도 않고 끝없이 그것만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대. 잘은 모르겠지만, 결국 그 분들도 '그 원 너머' 의 무엇을 끝없이 보고 듣고 하려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문자를 '다루기' 는게 처음부터 쑥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앞 문제와 풀이처럼, 쓰르륵, 바로 두 문장으로 식을 만들기도 어렵고, 설령 식을 만들어 두었어도 그것을 ' 다룰 줄 몰라서 ' 당황하곤 하거든. 그런데 수학의 언어는 수식에 얼마나 잘 익숙해졌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불충분하지. 하지만 그것이 안되면 여간 퍽퍽한게 아냐.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공부하듯이 자꾸 반복해보고 손으로 써보고 입으로 말해 봐야만 해. 눈으로만 봐서는 절대 안되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손으로 적어보고 입으로 응얼응얼해봐야지. 사실 우리가 우리말인 한글을 익히는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배웠단다. 하두 어려서 잘 기억이 안나서 그렇지. 시를 잘쓰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베껴쓰기를 해본 사람들이고 베토벤도 바흐의 악보를 베끼면서 공부했다고 그렇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흉내를 내면서 그 '언어'에 익숙해진단다. 수학이라는 언어도 처음엔 귀찮더라도 그렇게 '따라하기' 를 열심히 해야해. 그렇게 하다보면 숫자-문자와 친해지기가 되지. 여기 몇 개 문제를 내볼께. 이 문장을 수와 문자로 표현하면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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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으로 암산하도록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꼭 손으로 공책에 '식을 세워서 풀어보아야 한다. 알겠니?
좋아. 우리는 그런 단순 무식해보이는 훈련을 자꾸 해서 숫자-문자 표현법과 친해져야 한다고 했어. 그렇다고, 무턱대로 따라할 수만은 없지. 왜 그렇게 되는지 '생각하면서' 따라해야지. 우선 앞의 풀이가 왜 그렇게 될까? 궁금하지 않니? 공책에 이미 풀었을지 모르지만, 삼촌이 한번 풀어볼께. 뭐 이렇게까지 해야해요? 라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삼촌은 꿋꿋하게 써 볼란다.
y 대신 x 입력 | |
분배법칙 | |
교환법칙 | |
분배법칙 | |
4-2 뺄셈 | |
등식의 성질 : 같은 만큼 빼기 | |
같은 수 빼면 0 ( 0 의 정의 ) | |
0 의 성질 : a + 0 = a | |
등식의 성질 : 같은 만큼 곱하기 | |
곱셈 |
표로 나타낸 것이야. 물론 '모든 과정'을 일일이 쓴 건 아냐.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표의 왼쪽에 쓴 건 숫자와 문자로만 된 식이고 오른쪽은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을 해둔거야. 예를들어,
- 처음 우리가 만든 두 식
이 모두 참이 되게 하는 x , y 를 찾으려고 한다. 아래 식에서 양쪽 모두 x 를 빼면 y = 12 - x 이니까, 그것을 윗 식의 y 대신 넣어주면,
이다. 그 다음은, 거기서
에 분배법칙을 적용 하면,
이고 그것을 대신 써주면
이 된다. 그런 말이지. 하나만 더 해볼까?
에서 양쪽에 어떤 것이든 같은 만큼 빼도 결과는 같을 테니까,
도 괜찮고,
고 괜찮겠지만, 기왕이면 양쪽에서 모두 24만큼씩 덜어낸다. 그래서
이것은 식의 성질에 따라 이렇게 될 것이고. 그 다음, 같은 수만큼 빼면 그것은 0 이 되니까, 그런 0 의 성질에 따라,
이 되는 거야. 또는 0 이란 본래 다른 어떤 게 아니고 같은 수만큼 뺀 수다 라고 '정의'로 받아들이면, 0의 정의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이지. 그리고 어떤 수에 0 을 더하면 그 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0 의 성질에 따라, 이 참이라면,
도 참일 수 밖에 없어. 나머지는 혼자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겠지?
그런 식으로 한단계 한단계 넘어갈 때마다 '그렇게 될만한 이유가 있어서' 넘어 갔던 거야. 무턱대로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예를 들어,
에서 그 다음에
로 느닷없이 넘어갈 수 없다는 말이야.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할 수 있겠어?
그렇다면 꼭 그런 순서로만 넘어갈까? 그렇지도 않지. 물론 이렇게 해도 틀리지는 않아.
에서 다시 12-x 는 y 니까,
이렇게 해도 틀리지는 않지만, 얻은 게 아무 것도 없지. 또는
라고 해도 돼. 충분히 그럴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불필요한 과정이지. y 대신 x 로 넘어와 놓고 다시 그걸 하다니, 그건 돌고 돌고 돌다 이것만 하다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 그렇지않니?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필 그렇게 했을까? 그건 우리의 전략이었어. 문제를 풀기 위한 전략 ! 문제를 풀어서 x 든 y 든 하나만 찾으면 남은 하나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일단 하나를 정한 것이지. 바로 표의 첫번째 줄은 'x 를 찾겠다' 라는 방향을 공략을 시작했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바라는 식은
- x = 어떤 수
꼴로 나와야지. 그렇게 한다는 것은 등호의 왼쪽에는 더하거나 빼는 수가 없게 만든다는 말이야. 그렇게 만들 때, 목표달성 ! 고지 점령 ! 이 되는 것이잖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계속 몰아 간 것이지. 단, 어떤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는 분명히 '가능한' 법칙만 썼어. 이제 확실히 이해되었니?
이런 식으로 모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찾아낼 것을 '어떤 것'이라고 하면서 문자로 쓴 것은 불과 한 오백년 쯤 전에 서서히 시작하게 되었어. 그 긴 수학의 역사에서 말야. 물론 그 이천년 전 그리스에서도 그런 시도들은 있었어. 앞의 문제에서 나온 디오판토스라는 분의 책 '산술(arithmetica)' 라는 책이 벌써 그런 심오한 작업을 시작했지. 그런데 그건 묻혀버리고 더 발전을 못했어. 그러다가 1300년 전 쯤, 아랍의 '알 콰리즈미' (al-Khwarismi)라는 사람이, 그리고 500 년 전 쯤,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의 카르다노(Cardano) 같은 사람들이 쓰면서 점점 더 유행이 되었어. 알 콰리즈미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의 히바(Khiva)지역 사람이라고 보는 것 같아. 아, 히바!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 지금은 작은 도시이지만, 흙으로 둘러싼 성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 이 년전 이곳을 들렀을 때, 그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는구나.
히바 사진을 하나 보탠다. 인터넷에서 찾은 거야. Wikipedia라는 아주 좋은 사이트에서 빌렸어. 삼촌 사진도 어디 있는데, 어디있지? 그리고 히바에 대한 책도 있어.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으니 나중에 보여줄께.
잠깐만 알 콰리즈미에 대해 몇가지만 말할께. 그당시 아랍 사람들 이름은 길었어. 그의 이름도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야. 콰리즘 지방 출신이라는 말이지. 그는 유명한 책을 하나 쓰거든. 수학의 역사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책이야. 자세히 말하기는 그렇고 그 책의 제목이 '채우고 균형을 맞추어 계산하는 법에 대한 간명한 책' (영어식 번역은 The Compendious Book on Calculation by Completion and Balancing) 이야. 우리가 했던 앞의 방식이 어떠니? 바로 그런 방법을 따른 것 같지 않니? 더하거나 빼면서 양쪽의 균형을 흐뜨리지 않고 계산을 해갔지. 그의 방식으로 계산을 하면 계산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한단계 한단계 해가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줄고 곱셈 나눗셈 계산도 빨랐어. 이 방식이 점점 다른 나라로 넘어가. 지금 우리가 다른 수학이나 과학 선진국에서 좋은 방법을 배워 오듯 그의 계산 방법이 아랍 나라들이나 유럽에 퍼져. 그래서 그의 방법이 점점 더 유행해. 그런 계산법을 사람들은 "알콰리즈미' 방식 하다가, 점점 말이 바뀌면서 '알고리듬'으로 이름이 정착이 된단다.
알고리듬이라는 이름에만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게 아니야. 앞의 책 이름의 아랍어를 당시 유럽의 학술 공용어 였던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남은 말이 있어. 오늘날 영어로 algebra 라고 하지. 대수학이라는 우리말로 번역 돼. 대수학은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것이 주요 관심이 학문이었지. 지금은 훨씬 넓은 의미로 쓰이지만 말야.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문자로 된 계산을 말하는 영역인거야.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을 수학의 세계에 남겨준 알 콰리즈미는 인생의 대부분을 그 당시 세계의 주요 중심지였던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이라는 연구소에 일했어. 그가 인류의 문명에 기여한 것은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구나.
오늘은 이만 할까? 처음 삼촌이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길로 와버렸네. 문자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문자 계산에서 흔히 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거든. 그러면서 문자 계산의 첫발을 떼려고 했어. 그런데, 문자 계산이 왜 필요한가? 이야기와 함께 훨씬 깊은 곳까지 들어가 버린 것 같구나. 오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할께. 오늘 최소한 이것만은 잊지 않기로 하자.
- 문자로 나타내고 문자를 숫자처럼 다루는 것은 수학이랑 깊이 친해지기 위해 꼭 필요하다.
- 일상의 언어로 된 문장을 문자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그 반대로 문자식으로 된 '너머'에 대해 우리는 여러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 문자식을 풀어갈 때는 항상 그럴만한 성질을 따른다. 그래서 처음에 수학 공부할 때는 어떤 성질로 그 다음 단계가 되는지 '생각하면서' 해야한다.
- 또한 문자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손'과 '입'과 '머리'를 자꾸 쓰고, 따라하기를 한다.
- 가능한 법칙 중 우리가 어떤 법칙을 쓸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와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휴~ 지치네. 앞뒤가 바뀌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잘못되지는 않은 것 같아. 어쩌면 말하려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까지 드는구나. 그러면 다음 편지에서 우리가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문자식들을 초대해서 친해지기로 하자. 어쨌든 계산을 잘하기 위해 도입했던 문자계산은 계산하는 능력만 발달 시킨게 아니라, 예상하지도 못한 신비로운 성질들을 밝혀내게 되었어.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가고,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MP3 로 음악을 듣고, 인터넷을 쓰고, e-mail을 주고 받고, 게임을 하고 컴퓨터 그래픽이 현란한 영화를 보고, 더 좋은 요트를 만들고,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데 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었단다.
차차 알아가기로 하자.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건조하고 좁은 문이지만, 잘만 가면, 보통 사람들은 느끼기 힘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될거야. 삼촌이 약속하지.
장마라, 내리는 비를 따라 착 가라앉는구나. 이럴 때 일수록 명훈이 몸과 마음 건강하게 돌보고, 엄마, 아빠, 동생에게도 작은 햇빛을 선사하는 멋진 날들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쓸께. 곧 다음 편지에서 보자꾸나.
- 수학 편지 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