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 Power

DoMath
둘러보기로 이동 검색으로 이동
집합 이야기의 틀 로 돌아가기


집합의 크기와 기본적인 무한집합의 비교


집합은 덩어리 자체로, '총체적인 하나'로 보기 때문에 사실, 그 안에 어떤 원소가 있는가 하는 문제보다 그 '하나'를 탐구의 주요 대상으로 여긴다. 물론 집합의 원소들을 결정할 성격 P(x) 는 그 집합을 정의하는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집합을 특징짓는 유일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 원소가 몇개인가 하는 문제는 집합론에서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 '무한'에 대한 탐구에 뿌리를 두고 집합론이 싹을 텄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물론 원소의 성질과 원소의 개수의 문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원소의 개수 문제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몇 개'라고 하기 힘들다. 원소의 개수를 세어가다 언젠가 끝이 난다면 그때는 그런 용어를 썼겠지만, 사실 관심의 촛점은 '무한' 이었기 때문에 '몇 개'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유한집합에서의 '양'이라는 개념은 무한집합으로 넘어오면서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칸토르는 여기서 수들이 갖는 '순서적 성질'(order) 에 주목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세기(power)'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몇 개'라는 개념을 포괄할 수 있는 일반적 개념이어야 하는게 좋다. 마치 자연수에서 덧셈 곱셈 개념이 정수 유리수로 확장되어가면서도 그 일반적인 성질을 고스란히 유지하도록 하면서 확장되도록 정의했듯이.

먼저 학교 교육에서 흔히 등장하는 유한집합의 원소의 개수 문제들을 보고 그 다음 일대일 대응 에 대해 본 다음, 무한 집합의 크기 개념으로 넘어가자. 여기서부터는 놀랍기짝이 없는 숨겨진 사실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기대해도 좋다.

유한집합의 크기

유한 집합의 원소의 개수는 '몇 개'로 정의할 수 있다. 보통 기호로 '| |' 를 쓴다. 예들들어 집합 A 가 'W.A. 모짜르트의 교향곡'[1]라면,

| A | = 41

이는 '세어 가면 된다'. 마찬가지로, 집합 B 가 1억 보다 작은 소수[2] 라면

| B | = 5,761,455

다. 물론 찾는 것은 다음 문제고 다 찾았다고 해도 세는 데 힘이 꽤 든다. 어떤 알고리듬이 있을테니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면 될 것이다.

다음 집합들의 원소의 개수는 몇 개일까?
, { } , { , { } } , { 1, 2, { 3, 4 } , }


어떤 학교에 동아리가 두 개 있는데, 수학 동아리에 100 명, 그림그리기 반에 37명 있고, 수학동아리와 그림그리기 반에 모두 들어 있는 학생은 21명 이라 하자. 차례로 집합 A, B, C 라 하면

| A | = 100, | B | = 37, | A B | = 21 21.

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 동아리에만 들어있는 학생은 몇 명이고 그림그리기 반에만 들어 있는 학생은 몇 명일까?

| A - A B | = 79 , | B - B A| = 16,

그렇다면 학교의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모두 몇 명일까? 이는 집합 A 와 집합 B 어느 한쪽에라도 들어있는 사람의 수를 세면 될 것이다.

| A B | = | A | + | B | - | A B | = 116.

아래 이와 관련해서 더 복잡한 예와 문제들을 실었다. 문제는 직접 풀도록 애써보라.


다른 예들

일 때, x가 실수 범위 내에서는 이고 x 가 복소수 범위까지 허용한다면 | A | = 2.
일 때, x 가 복소수 범위까지 허용한다면 | A | = n. [3]
A := { 1, 2, 3 } , B := { 2, 4, 6 } 일 때, 두 집합을 연산한 집합의 크기는 다음과 같이 된다.
| A B | = 1 , | A B | = 5, |A B | = 9 , | A - B | = 2 , | A B | = 4

유한 집합의 원소의 크기에 대한 문제들

| A | = x , | B | = y, | A B | = z 일 때, | A B | , |A B | , | A - B | , | A B | 는 ?
| A | = x 일 때, A의 모든 부분집합의 크기의 합은 얼마일까?
| A | = 100 일 때, 의 부분 집합 중 그 크기가 53인 집합이 많을까, 47인 집합이 더 많을까?
다음을 증명하라. [4]
| A B | = | A | + | B | - | A B |
| A B C | = | A | + | B | + | C | - | A B | - | B C | - | A C | + | A B C |
을 표현할 수 있는 일반식은 ?

덧붙이자면, 유한집합의 원소의 개수와 관련된 문제는 조합 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위의 세번째 예제도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꾸 곁길로 세는 것 같아서...

무한 집합의 세기 : 기초적인 무한 집합들 비교해보기

앞에서 유한 집합의 크기에 대해 말했다. 원소의 크기를 세다가 끝이 나는 집합들은 비교가 가능하다. 같거나 한쪽이 다른 쪽 보다 많거나. 그 뿐만 아니라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세어보기가 끝이 안나는 집합은 어떤가? 자연수 집합이 정수 집합에 포함되었으므로 정수 집합이 자연수보다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자연수 집합이 정수집합보다 더 많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 두 집합의 특성 중 '크기'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없을까?

무한 집합을 비교할 만한 자연스러운 기준은 없을까?

만약 해운대 모래밭에 사람들이 가득찼다고 해보자. 그때 남자와 여자의 수가 어느 쪽이 많은지 보려면 어떻게 할까? 월드컵 축구 경기장에 초대형 콘서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가득찼다면? 한 쪽을 세어보고 다른 쪽을 세어 그 결과를 견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남자의 집합과 여자의 집합을 구성하는 원소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려워진다. 그럴 때, 남녀 한사람씩 짝을 지어 보면 될 것이다. 남녀 한사람씩 손을 잡게 하고 춤을 추게 한다음 짝이 없어서 못추는 사람이 있는 쪽이 더 많은 것이다. 그 '짝짓기'를 하게 하려면 적당한 기준이 있으면 된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는 한사람씩 짝이 지어지지 않을 수 있다. 예를들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과 손을 잡아라' 하는 기준을 준다면 아마 해운대 모래밭이건 컨서트 장이건 난장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것이든 한사람씩 짝을 짓게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이 두 집단이 어느 쪽이 더 많은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다. 무한 집합에 적용해도 괜찮아보인다. 이미 중세에 갈릴레이도 무한 집합의 비교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더 뻗어나가지 않고 모든 무한은 그 크기가 같을 수 밖에 없다고 쉽게 결론 지었다. 19세기 초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칸토르 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상한 결론들이 자꾸 나오는 통에 사람들은 한발짝 물러섰지만, 칸토르는 뚝심있게 앞으로 앞으로 연구를 이어나갔다.

예를들어 자연수 집합과 짝수 집합은 하나씩 짝을 지을 수 있다.

더 많아 보이는 자연수 하나에 짝수 하나씩 대응시켰다.[5] 또는 자연수에 제곱수도 대응시킬 수 있다.

그것은 그나마 다행. 언뜻 보기엔 자연수에서 점점 띄엄띄엄 뽑아 올린 수들의 집합도 자연수를 일대일로 대응할 수 있다. 다음 집합을 어떻게 자연수에서 일대일로 대응시킬 수 있을지 찾아보라.

또는

그래도 위의 예는 자연수와 대응하는 수들에 자연수의 적용 규칙이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다.

자연수에 소수를 대응시킬 수 있는 규칙에 대하여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자연수 집합과 정수 집합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유리수와 실수 집합은 또 어떨까? 이 집합들 사이의 세기를 결정하다보면 우리는 수학의 기초에 감춰진 이상해보이는 진실을 만나게된다. 성급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자연수 집합, 정수집합, 유리집합은 세기가 같지만 실수는 그렇지 않다 ! [6]

무한 집합의 세기를 정의함

이제 다시 가려고 했던 길로 돌아가서 차근차근 짚어나가기로 하자.

정의 (같은 세기) : 어떤 집합 A 와 집합 B 에 일대일 대응을 정할 수 있으면, 집합 A 와 집합 B 는 같은 세기를 가졌다고 한다.

주목하라. 일대일 대응이 하나라도 있으면 같은 세기를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이 칸토르의 '같은 세기' 개념의 핵심이다. 어떻게든 A 의 원소 모두를 B 의 원소 모두와 하나씩 짝 지어 남는게 없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 수 있으면 같은 세기다.

가끔 '대등하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농도가 같다' 라고 하기도 한다. 앞의 정의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보자.

일대일 대응에 대해서는 함수 에서 더 엄격하게 정의할 것이다. 요약하면, 두 집합의 원소 "전부"를 "하나씩" 대응 시킨다는 것인데,

  • 집합 A의 원소에서 집합 B 의 원소 전부를 대응시키되,
  • A의 다른 원소들을 B의 다른 원소들로 대응해야한다. [7]

따라서 집합 A와 집합 B 의 세기가 같은지 보기 위해서는 위의 조건을 만족할 대응 규칙 f 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8] 따라서 어떤 두 집합이 세기가 같지 않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 대응 f 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

그런 일대일 대응 f 를 정할 수 있으면, 다시 말해 두 집합이 세기가 같으면 기호로,

라고 쓴다. '모두 일대일로 짝을 지을 규칙을 찾을 수 있으면 같은 세기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9]

이 개념이 유한집합의 집합의 크기 개념을 포괄하고 있음에 주목하라. (과연 그런가?)

두 유한 집합이 같은 크기를 가지면 세기도 같고, 세기가 같으면 크기도 같게 된다.

'같은 크기' 관계의 성질

'같은 크기'는 집합의 세계에 새롭게 등장한 비교 관계다. 여기에도 어떤 의미에서 '같다'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는데 이게 진짜로 수 세계나 기하 세계의 '같다'라는 개념과 같은 성질을 갖을까? 그렇다. 아래 '같음'의 기본 성질을 보자.

  • 이면
  • 이면

다. 정의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증명할 수 있다.

  • 같은 집합에 대해서서는 입력값을 그래도 출력값으로 하는 함수를 정하면 된다. 집합 A 의 모든 원소 x 에 대해 f(x) = x 인 f .
  • 라면 일대일 대응 규칙 f 가 있다는 말이므로 그 f의 역함수는 집합 B 에서 A로 일대일 대응시킨다.
  • A 에서 B로 함수 f 와 B 에서 C 로 g 일대일로 대응하는 함수들이 있다면 그 합성 함수가 집합 A 와 C 를 일대일로 대응한다.


이미 예를 들었지만, 몇 개만 더 보자.

  • 실수 구간 [0,1] 과 [0, 10] : f(x) := 10x.
  • 0을 포함한 자연수 집합과 자연수 집합 : f(x) := x - 1.

다음에 대해서 스스로 일대일 대응을 찾아보라.

  • 홀수 집합과 자연수 집합
  • [0,1] 집합과 실수 집합
  • 과 실수 집합

자, 이제 가장 기본적인 수집합들의 관계에 대해 볼 차례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 실수는 같은 세기 관계일까?

과연 의 관계들에도 일대일 대응 규칙을 찾을 수 있을까 ?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앞의 세 집합에 대해서는 규칙을 찾을 수 있지만, 실수 집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는 보통 알려진 기초적인 증명을 하기로 하자.

다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우리가 집합 X 에서 Y 로 대응시키고자 할 때, X 집합 전체를 Y 집합 전체로 하면서 1 : 1 로 대응시킨다는 것이다. [10]


유리수와 자연수는 같은 세기다‎

자연수 집합은 정수 집합과 같은 세기다

짝수와 0을 포함한 양의 정수를, 홀수와 음의 정수를 대응하면 된다.

자연수 집합과 유리수 집합은 같은 세기다

정수집합과 유리수집합이 일대일로 대응하면 '같음관계'의 transitive 성질에 따라 자연수집합과 유리수 집합은 일애일로 대응한다. 양의 정수는 양의 유리수와, 음의 정수는 음의 유리수와 일대일로 대응시키면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양의 유리수와 양의 정수에 대해서 대응 규칙만 보자. 양의 유리수는 모두 꼴로 되어 있다. 이 때, b 는 0 이 아니다. 그런데 유리수 표현은 오른쪽 표와 같이 세어가면서 자연수 1, 2, 3, ... 과 대응시키면 된다.

물론 'f'의 규칙은 꼭 하나가 아니다. 다른 방법들도 있다. 몇 개의 다른 방법을 스케치 해보겠다. 스스로 완성해보라. 그리고 규칙들마다 어떤 장단점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 방법이 아닌 자기 만의 방법을 찾아보라.

  • 유리수는 (a,b) 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을 찾으면 된다. 주의해야할 것은 (1,2) 와 (2,4) , (3,6) ,... 는 같은 유리수 이므로 이런 '흠'을 피해야 한다. 같은 유리수에 대해 몇 개(사실은 무한개)씩 대응하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 분자 분모를 더한 수로 '층'을 나눌 수 있다. 1/1 은 2 층, 2/1과 1/2 은 3층, 3/1, 2/2, 1/3 은 4층, 4/1, 3/2, 2/3, 1/4, ... 같은 식으로. 그러나 여기서 2/2와 1/1은 같은 유리수가 두번 등장했기 때문에 높은 층에 유리수를 하나씩 들여놓을 때마다 낮은 층에서 나온 유리수는 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층마다 정해진 수만큼 유리수가 있다. 그러면 아래층 첫번째 방부터 차례로 양의 정수와 대응시키면 된다.
Q : '층'의 개념으로 유리수를 센다고 가정하자. f 는 유리수에서 자연수를 '세어가는 알고리듬'이라고 할때, 다음을 찾아보라.
더 일반적으로 f(x) 는 어떻게 될까? 이때, x 는 어떤 유리수다.


자, 지금까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자연수의 부분인 무한 집합들도 자연수와 같고, 자연수를 포함하는 집합들도 자연수와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겠지만, 유리수를 포함하여 우리가 수학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수들이 다 들어있는 대수적 수의 집합과 자연수 집합도 일대일로 대응한다. 그렇다면 갈릴레이가 짐작했던 것처럼 모든 무한 집합은 '크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 같을까? 그렇게들 짐작했다. 그러나 칸토르는 다음의 사실을 발견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와~

=== 자연수 집합은 실수 집합과 세기가 같지 않다. === 이 위의 사실까지 증명한 칸토르는 이른바 '대각선 방법' 이라는 독창적인 생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한들끼리 일대일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생각은 갈릴레이도 했었지만, 성급하게 모든 무한은 같은 '크기'라고 여기고 있었던 데 비해 칸토르는 '연속적'인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아래 증명을 보자.

  • 만약 자연수와 실수의 일대일 대응이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모든 실수를 '차례로 하나하나' 늘어 놓을 수 있다. 실수 전부도 아니고 (0, 1) 사이 구간의 집합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구간의 실수들과 자연수가 일대일로 대응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세기가 같다고 가정했으므로, 정의에 따라, 이 수들은 구간의 수들 '모두' 대응했다.

  • 어떤 수 를 하나 만들어보자 : f(1) 에서 소수점 이후 첫번째 수를 빼내 우리가 만들 수의 소수점 아래 첫번째 놓고, f(2) 에서 소수점 이후 두번째 수를 빼내 우리가 만들 수의 소수점 아래 두번째 놓고, f(3)에서 소수점 이후 세번째 수를 빼내 우리가 만들 수의 소수점 아래 세번째 놓고, ....이런 과정을 계속했다고 하자. 골라내는 수들을 빨간 색으로 표시했다.

새로운 수 이고 '분명히' 이 구간에 있는 어떤 수다. 다시 말해 어떤 n 에 대해 f(n) = 다.

  • 함수를 하나 정의하자. 이런 함수는 반드시 존재하며 알고리듬은 분명하다.
  • 이제 에 대해 를 정의 하자.

는 수는 어떤 수인가? 0.0100100001...꼴인 수다. 분명히 0과 1 사이 소수다. 그렇다면 f(n) 이 이 수와 같은 자연수 n 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 그런데 그런 n 은 없다. 다시 말해 자연수와 대응하여 차례로 줄세워 놓은 수들의 목록 안에 없다. 왜냐하면 소수점 아래 첫번째 수가 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f(1) 과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소수점 아래 두번째 수 때문에 f(2) 와도 같을 수 없다. 세번째 수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아무리 계속해봐도, (0,1) 구간 안에 실수인 것이 분명한 는 어떤 자연수 n 에 대해서도 f(n) 과 같은 게 없다. 모순이다.


자연수는 실수와 세기가 다르다 : 의미와 그 이후

칸토르는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

앞에서 라는 기호는 '집합 A 보다 집합 B 가 더 세다' 라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일대일 대응을 만들 든 집합 B 에는 남는 원소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앞의 문장은 자연수 집합과 정수 집합, 유리수 집합까지는 세기가 모두 같은데, 그것들은 실수 집합보다는 '작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 그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궁금한 것은 과연 그 사이에 어떤 집합이 있을까? 자연수 집합보다는 세기가 크고 실수 집합보다는 세기가 작은 어떤 집합이 과연 있을까 ? 이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과연 무한집합의 종류가 또 있을까?

유리수를 포함하는 충분히 '많고' 실수 집합에는 포함되는 충분히 '적은' 집합이 그 후보가 될 것이다. 이런 후보로 첫손가락에 꼽을수 있는 집합으로 대수적 수들의 집합이 있다. 이 집합은 매우 의미있는 집합이다. 대수적 수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11]

여기서 꼴은 모두 정수다. 이 집합에는 유리수는 물론 근호()와 사칙연산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우 복잡하고 괴물같은 모양을 하는 수도 들어 있다. 이 집합은 과연 어떤 운명을 가진 집합일까? 놀랍게도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대수적 수의 집합은 자연수 집합과 세기가 같다.

증명은 무한 집합의 비교에 관한 증명들 모음 을 참고하라.

이 사실은 집합론적으로 '초월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월수가 어떤 것인지 그 수를 드러낼 수는 없어도 초월수는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는 실수가 단속적인(discrete) 세계를 넘어 연속적인(continuous) 세계로 된 것은 바로 유리수도 대수적 수도 아닌 바로 그 '초월수'들 때문인 것이다. 그때까지 알려진 초월수는 몇 종류 없었지만, 유리수나 대수적 수보다 '훨씬 많은' 수들이 실수의 빈틈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던져 놓은 질문이다.

자연수 집합보다는 세기가 크고 실수 집합보다는 세기가 작은 어떤 집합이 과연 있을까?

이 문제는 백여년 동안 수학계의 심각한 문제였다. 자연수 집합과 세기가 같은 모든 무한 집합을 '셀수 있는 집합'(denumberable set)으로 부르고, 실수 집합과 대등한 모든 무한 집합을 연속체(Continuum)라고 부른다. 칸토르는 질문을 던지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878년 칸토르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냈다. 이를 연속체가설’(Continuum Hypothesis)이라 부른다.

(연속체 가설) 실수 집합의 모든 무한 부분집합은 자연수 집합과 세기가 같거나, 실수집합과 세기가 같다. 그 사이는 없다.

이는 수학사에 남을만한 유명한 가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볼 수 밖에 없다.

연속체가설 을 참고하라.

대신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 무한집합도 모두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not trivial)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한 집합 중 가장 작은 무한 집합은 무엇일까? 자연수 집합보다 더 작은 무한 집합이 있을 수 있을까?
  • 실수 집합보다 큰 무한집합이 있을까?
  • 가장 큰 무한 집합은 도대체 무엇인가?
  • 평면에 서로 만나지 않은 8자들을 늘어놓았다고 해보자. 그것들이 이루는 집합과 자연수 집합은 세기가 같을까 ?
  • 0과 1 두 숫자로 된 끝없는 수열이 있다고 해보자. 그 수열들을 모두 모아 놓은 집합과 자연수 집합은 세기가 같을까?

무한 집합을 비교하는 문제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사실을 속속 드러내었다. 다음에 이 사실들을 하나하나 만나보기로 하자.

무한 집합의 비교에 대해 알고 싶은 몇가지 것들


집합 이야기의 틀 로 돌아가기


Note

  1. 현재 알려진 전악장이 있는 교향곡을 말한다. 교향곡의 일부 악장만 작곡한 것은 더 있다. 그것까지 포함하거나, 어느날 우연히 어느 한적하고 길가에 옛날 책과 엽서 악보들이 수북하게 쌓인 고서점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교향곡이 우연히 하나 더 발견된다면 이 수는 바뀔 것이다.
  2. '박사가 사랑한 수식(영어제목 : Professor and his beloved equation)'이라는 일본영화에 이 부분이 나온다. 새로 일하러온 파출부가 오자 박사는 전화번호가 뭐죠? 라고 묻는다. " 576-1455 입니다"라고 하자, 그 박사는 '아, 1억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군' 이라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주어진수 x 보다 작거나 같은 소수의 개수를 나타내는 함수를 보통 pi(x) 라고 쓴다. pi(1억) = 5,761,455. 이 함수는 소수 세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개념중의 하나다. 소수의 분포 를 참고하라.
  3. 이것을 대수의 기본법칙 라 부른다.
  4. 이 아래의 증명들을 수학적 귀납법 을 쓰는 증명과 쓰지 않은 증명을 모두 시도해보라.
  5. 모든 짝수와 자연수를 대응하지 않고, 짝수 일부와 자연수도 대응할 수 있다. 1을 2에, 2를 4에, 3을 8에 .. 또는 1을 2에, 2를 8에, 3을 12에, ... 물론, 짝수 일부라도 '무한개'여야 할 것이다.
  6. 우리는 수의 세계와 확장을 하면서 유리수까지는 대상들이, 제아무리 촘촘하다고 해도, 끊긴(discrete) 세계이며, 실수 세계로 접어들면서, 드디어, 연속적인(continuous) 세계로 넘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 우리는 '수렴'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이를 기초로 미적분학을 포함한 해석학 분야가 등장하게 된다. 자연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들인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사회의 법칙을 이해하는 사회과학에도 현대 고등 수학은 폭넓게 응용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아마도 미적분학라 할 수 있다. 이 미적분학은 '연속성'의 기초 개념을 딪고 있다. 이 불연속과 연속의 본질적인 차이와 '집합의 세기' 개념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다 !
  7. 기호로 또는
  8. 어떤 무한 집합에서 다른 무한 집합으로 일대일 대응하는 알고리듬 f 를 찾아간다는 것에 대해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자. 우리의 f 는 사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알고리듬 f 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것은 끝없이 입력하는 input 에 대해 겹치지 않게 하나씩 대응시켜준다. 우리는 그것이 끝없이 일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이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전부' 를 대응시켜주어야 한다. 우리가 대응시키고자 하였던 집합(정의역)은 모두, 그것에 대응되는 경우도 일대일로 대응되면서 모두. 만약 일대일로 '대응되는' 집합이 우리가 원했던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대응시켰다면, 거꾸로 시 대응시켰을 때도 그것이 성립해야한다. 다시 말해 X 전부 에서 Y 의 일부로 일대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면, 반드시 Y 전부에서 X 일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9. 일대 일로 짝을 지어 두 집합의 세기를 비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그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의심을 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아주 깊은 ‘사고의 전환’이 있었다. 두 집합의 세기를 견주어 보면서, 집합마다 절대적 기준인‘세어보기’라는 틀을 깨고 집합들 사이의 상대적 기준인‘짝짓기’라는 틀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은 중세 갈릴레이의 노년기 저작 "수학적 증명과 대담"이라는 책에서도 그런 사고의 씨앗이 보인다. 또,‘무한’의 세계의 본질에 깊이 들어갔던 볼짜노 도 이런 방식으로 무한을 탐구해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연구 결과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짝수 집합과 자연수 집합처럼, 어떤 집합과 그 진부분 집합이 '같은 세기를 갖는' 경우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더 나아간 연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칸토르는 달랐다. 왜 어떤 집합의 부분집합과 그 자신의 세기가 같으면 안된단 말인가? 유한의 세계에는 그럴 수 없지만, 우리는 '무한'을 탐구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가 어쩌면 칸토르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할만하다. 수학의 역사를 보면 '상식' 속에 숨은 오류를 드러내고 끊임없이 새롭게 진실을 탐구해 들어간 인류의 위대함에 경이로움을 갖게 된다. 그런 뜻에서 일까, 칸토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학의 본질은 자유이다”
  10. 물론 칸토르-베른쉬타인 정리에 따라, X 에서 Y 의 일부로 대응하고, Y 전체에서 X 의 일부로 대응해도 된다.
  11. 대수적 수와 초월수에 대해서는 대수적 수와 초월수 를 참고하라.


Math : Math글쓰기 | Math번역 | MathBoard | Math&Culture | MathMoim
OnLineMathCenter | MathCamp | SoftMathJournal | MathBook | CyberAcademia | Academ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