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m Construction Intro: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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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5일 (일) 10:57 기준 최신판

작도가능

내 앞에는 책이 놓여있다. 연필이 있고, 전등이 있다. 자전거 모양을 한 장식도 있고 찻잔이 놓여있다. 이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을 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 어느 것 하나 질서없이 제멋대로인 것도 없다.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건 직선과 원의 전부나 일부들로 잘 짜여져 있다. 이것들을 그린다면 사각의 도화지에 연필로 반듯한 선을 그리거나 휘어진 선으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그린다. 건물을 그릴 때도 그렇다. 건물에 문양을 넣을 때도 그렇다. 아르키메데스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힘안들이고 땅으로 끌어들이는 도구를 만들 때도 그랬을 것이다.

이렇듯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건물을 세우거나 예술적인 문양을 넣거나, 실용적인 기구를 발명할 때 직선과 원으로 그릴 수 있는 도구를 써왔다. 그 도구들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데 그것들이 바로 자와 컴퍼스다.[1]자와 컴퍼스로 그리고 도형들의 성질을 이용하여 계산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정밀한 형체를 완성해간다. 더 편리한 도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가장 단순한 도구들인 자와 컴퍼스를 응용하여 복합적으로 쓰는 도구다. 물론 그렇다고 자와 컴퍼스의 차원을 넘어서는 복잡한 도형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도 직선자 뿐만 아니라 직각자, 삼각자, ㄷ 자 모양의 자가 있어서 한 축이 움직이면서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자와 컴퍼스는 도형을 그릴 수 있는 가장 원초인 수단이다. 기계는 발전을 거듭하여 컴퓨터의 시대인 현대에는 직접 자와 컴퍼스를 쓰지 않고 프로그램에서 마치 자와 컴퍼스를 쓰는 것처럼 할 수 있게 되어 그림 그리기나 설계가 편리해졌다.

다시 말하지만, 자와 컴퍼스는 직선과 원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형을 그리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다. 따라서 이 두 도구만 써서 어떤 도형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수천년 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왔다. 따라서 이것은 수학의 영역에서 깊이 탐구해왔다. 직선으로 만들어진 가장 기초적인 도형인 삼각형과 원의 성질을 탐구하였고, 그 성질을 유도하는데 있어 자와 컴퍼스의 도움만 받아 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따져본 것이다. 그 중 수많은 문제들이 직선과 원을 그릴 수 있는 도구만을 써도 되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과연 자와 컴퍼스만을 써서 그릴 수 있는지 없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제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오래 걸린 문제들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문제들만 뽑아보면,

  • 정 17각형 그리기
  • 어떤 원과 면적이 같은 정사각형을 그리기
  • 어떤 각을 삼등분하는 반직선을 그리기
  • 어떤 큐빅(정육면체)의 부피가 두 배가되는 큐빅 그리기
  • 세 개의 원이 있을 때 그 세 원 모두와 접하는 원을 그리기(아폴로니우스 문제)

와 같은 것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류는 수천년을 기다려야 했다.[2].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처음엔 보이지 않았더 수많은 발견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 문제는 앞에서 가우스 '정 17각형은 자와 컴퍼스만으로 작도할 수 있다' 를 밝힘으로써 해결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그리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릴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열아홉살의 가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수학자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언뜻보기에는 순수하게 기하학적인 내용인 듯이 보였던 이 문제를 가우스는 복소수나 이차방정식의 개념들로 풀이해봄으로써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음 세 문제는 언뜻 쉽고 명쾌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유혹했지만, 가우스조차 이 문제에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사실 이 문제들은 모두 자와 컴퍼스만 써서는 그릴 수 없다. 가능함을 보이는 것은 가능한 어떤 방법 하나를 보이면 충분하지만, 불가능을 보인다는 것은 그 모든 가능성 중 어떤 것도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의 유명한 세 문제가 왜 수천년을 끌어왔는지 알만하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이미 '불가능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던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의 인류의 언어와 지성의 수준으로 이 문제들을 엄격하게 증명할 수 없었을 뿐이다. 수학의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던 대수와 해석학이 충분히 발전한 덕분에 이 문제가 해결된다.

인류가 보여준 지성사에서도 빛나는 전통인 이 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들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놀라운 사실들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수학 역사의 전통을 따라가다보면 알게 모르게 기하학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하나둘 익히게 될 것이고 앞으로 수리논리공리론적 방법에서 쓰일 논리적 추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자, 그럼 개나리봇짐을 지고 떠나보자.


보통 작도 가능을 이야기할 때, 자와 컴퍼스로 그릴 수 있다라는 말로 대신해서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직관적으로는 옳지만 모호한 부분이 많다. 자라면 어떤 자를 말하는지, 컴퍼스란 또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릴 수 있다'라는 건 무언지 따지고 들어가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먼저 정의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개념에 따라 실제로 어떤 작도를 할 수 있는지 본다. 예를들어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라거나 '직선이 주어지면 그 직선과 수직이 되는 직선을 작도할 수 있다'와 같이 기하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작도를 정확한 개념에 따라 해볼 것이다.
작도 일반
작도 가능의 기초
기하학에서 쓰이는 중요한 연산들이 있다. 어떤 도형이 주어지면, 그 도형을 평행이동 한다거나 어떤 직선에 대칭시켜 본다거나, 주어진 각만큼 회전시켜볼 수도 있다. 늘리거나 줄일수도 있다. 이런 연산을 쓰면 어떤 도형이 주어졌을 때 그것들을 다른 위치나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이런 연산들도 작도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면 기하학의 문제들을 푸는데 그 문제가 과연 작도 가능한지를 보이는데 일일이 작도하는 수고를 하는대신 '회전하는 것은 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작도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간단히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산이 '뒤집기(inversion;반전)'다. 뒤집기도 자와 컴퍼스를 써서 작도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컴퍼스만써도 작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기하학적 변환의 작도 가능
앞에서 작도 가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정한 가정을 한다. 자와 컴퍼스로 그릴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꼭 그래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의에서 어느 부분을 넓히거나 좁히면 문제 해결의 범위는 어느정도나 넓어지거나 좁혀지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의에서 쓰인 개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작도 가능의 축소와 확대
이미 이야기하였듯 수천년을 끌어온 작도 가능의 3 대 문제를 풀기 위해 들였던 노력의 흔적을 본다. 고대 그리스와 근대 유럽이 인류사에 남긴 정신적 유물들 중에서 일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Doubling the Cube의 고전적 해법
'각의 삼등분'의 고전적 해법
원과 면적 같은 정사각형 작도의 고전-근대의 해법
마침내, 그 세 문제가 제아무리 어떤 방법을 쓴다해도 자와 컴퍼스나 그 정도 기능을 하는 도구를 써서는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보인다. 여기서는 19세기 초중반 당시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수학의 도움을 받게 된다. 덕분에 대수학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성질과도 만날 수 있다.
작도 불가능성

요약

  • 작도를 배우는 이유 : 기계설계의 기초훈련, 중요한 개념을 느낌으로 알기 쉬움(알고리듬, axiom 으로부터 논리적 추출), 얻은 정리 자체의 수학적 진실과 아름다움.


Note

  1. 지금도 이것들은 단지 학교 기하 수업에서만 중요한 도구인 것이 아니다. 건설 현장이나, 설계할 때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도구다. 컴퓨터로 작도하는 프로그램들도 자와 컴퍼스를 실현한 기능(function)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기초가 된다.
  2. 아폴로니우스 문제는 아폴로니우스가 해법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증명이 담긴 "접함에 대하여" 라는 책이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많은 해법이 있다. 뒤집기의 응용 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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