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m Construction Intro
작도가능
내 앞에는 책이 놓여있다. 연필이 있고, 전등이 있다. 자전거 모양을 한 장식도 있고 찻잔이 놓여있다. 이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을 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이 어느 것 하나 질서없이 제멋대로인 것도 없다.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건 직선과 원의 전부나 일부들로 잘 짜여져 있다. 이것들을 그린다면 사각의 도화지에 연필로 반듯한 선을 그리거나 휘어진 선으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그린다. 건물을 그릴 때도 그렇다. 건물에 문양을 넣을 때도 그렇다. 아르키메데스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힘안들이고 땅으로 끌어들이는 도구를 만들 때도 그랬을 것이다.
이렇듯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건물을 세우거나 예술적인 문양을 넣거나, 실용적인 기구를 발명할 때 직선과 원으로 그릴 수 있는 도구를 써왔다. 그 도구들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데 그것들이 바로 자와 컴퍼스다.[1]자와 컴퍼스로 그리고 도형들의 성질을 이용하여 계산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정밀한 형체를 완성해간다. 더 편리한 도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가장 단순한 도구들인 자와 컴퍼스를 응용하여 복합적으로 쓰는 도구다. 물론 그렇다고 자와 컴퍼스의 차원을 넘어서는 복잡한 도형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도 직선자 뿐만 아니라 직각자, 삼각자, ㄷ 자 모양의 자가 있어서 한 축이 움직이면서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자와 컴퍼스는 도형을 그릴 수 있는 가장 원초인 수단이다. 기계는 발전을 거듭하여 컴퓨터의 시대인 현대에는 직접 자와 컴퍼스를 쓰지 않고 프로그램에서 마치 자와 컴퍼스를 쓰는 것처럼 할 수 있게 되어 그림 그리기나 설계가 편리해졌다.
다시 말하지만, 자와 컴퍼스는 직선과 원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형을 그리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다. 따라서 이 두 도구만 써서 어떤 도형을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수천년 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왔다. 따라서 이것은 수학의 영역에서 깊이 탐구해왔다. 직선으로 만들어진 가장 기초적인 도형인 삼각형과 원의 성질을 탐구하였고, 그 성질을 유도하는데 있어 자와 컴퍼스의 도움만 받아 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따져본 것이다. 그 중 수많은 문제들이 직선과 원을 그릴 수 있는 도구만을 써도 되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과연 자와 컴퍼스만을 써서 그릴 수 있는지 없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제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오래 걸린 문제들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문제들만 뽑아보면,
- 정 17각형 그리기
- 어떤 원과 면적이 같은 정사각형을 그리기
- 어떤 각을 삼등분하는 반직선을 그리기
- 어떤 큐빅(정육면체)의 부피가 두 배가되는 큐빅 그리기
- 세 개의 원이 있을 때 그 세 원 모두와 접하는 원을 그리기(아폴로니우스 문제)
와 같은 것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류는 수천년을 기다려야 했다.[2].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처음엔 보이지 않았더 수많은 발견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 문제는 앞에서 가우스가 '정 17각형은 자와 컴퍼스만으로 작도할 수 있다' 를 밝힘으로써 해결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그리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릴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열아홉살의 가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수학자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언뜻보기에는 순수하게 기하학적인 내용인 듯이 보였던 이 문제를 가우스는 복소수나 이차방정식의 개념들로 풀이해봄으로써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음 세 문제는 언뜻 쉽고 명쾌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더 유혹했지만, 가우스조차 이 문제에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사실 이 문제들은 모두 자와 컴퍼스만 써서는 그릴 수 없다. 가능함을 보이는 것은 가능한 어떤 방법 하나를 보이면 충분하지만, 불가능을 보인다는 것은 그 모든 가능성 중 어떤 것도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의 유명한 세 문제가 왜 수천년을 끌어왔는지 알만하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이미 '불가능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던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의 인류의 언어와 지성의 수준으로 이 문제들을 엄격하게 증명할 수 없었을 뿐이다. 수학의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던 대수와 해석학이 충분히 발전한 덕분에 이 문제가 해결된다.
인류가 보여준 지성사에서도 빛나는 전통인 이 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들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놀라운 사실들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수학 역사의 전통을 따라가다보면 알게 모르게 기하학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하나둘 익히게 될 것이고 앞으로 수리논리 나 공리론적 방법에서 쓰일 논리적 추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자, 그럼 개나리봇짐을 지고 떠나보자.
- 보통 작도 가능을 이야기할 때, 자와 컴퍼스로 그릴 수 있다라는 말로 대신해서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직관적으로는 옳지만 모호한 부분이 많다. 자라면 어떤 자를 말하는지, 컴퍼스란 또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릴 수 있다'라는 건 무언지 따지고 들어가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먼저 정의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개념에 따라 실제로 어떤 작도를 할 수 있는지 본다. 예를들어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라거나 '직선이 주어지면 그 직선과 수직이 되는 직선을 작도할 수 있다'와 같이 기하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작도를 정확한 개념에 따라 해볼 것이다.
- 기하학에서 쓰이는 중요한 연산들이 있다. 어떤 도형이 주어지면, 그 도형을 평행이동 한다거나 어떤 직선에 대칭시켜 본다거나, 주어진 각만큼 회전시켜볼 수도 있다. 늘리거나 줄일수도 있다. 이런 연산을 쓰면 어떤 도형이 주어졌을 때 그것들을 다른 위치나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이런 연산들도 작도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면 기하학의 문제들을 푸는데 그 문제가 과연 작도 가능한지를 보이는데 일일이 작도하는 수고를 하는대신 '회전하는 것은 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작도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간단히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산이 '뒤집기(inversion;반전)'다. 뒤집기도 자와 컴퍼스를 써서 작도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컴퍼스만써도 작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 앞에서 작도 가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정한 가정을 한다. 자와 컴퍼스로 그릴 수 있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꼭 그래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의에서 어느 부분을 넓히거나 좁히면 문제 해결의 범위는 어느정도나 넓어지거나 좁혀지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의에서 쓰인 개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 이미 이야기하였듯 수천년을 끌어온 작도 가능의 3 대 문제를 풀기 위해 들였던 노력의 흔적을 본다. 고대 그리스와 근대 유럽이 인류사에 남긴 정신적 유물들 중에서 일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마침내, 그 세 문제가 제아무리 어떤 방법을 쓴다해도 자와 컴퍼스나 그 정도 기능을 하는 도구를 써서는 그릴 수 없다는 것을 보인다. 여기서는 19세기 초중반 당시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수학의 도움을 받게 된다. 덕분에 대수학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성질과도 만날 수 있다.
요약
- 작도를 배우는 이유 : 기계설계의 기초훈련, 중요한 개념을 느낌으로 알기 쉬움(알고리듬, axiom 으로부터 논리적 추출), 얻은 정리 자체의 수학적 진실과 아름다움.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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