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Mail 15

DoMath

안녕?

오늘은 잠깐, 멈추자.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우리가 어디서 와서 지금 어디에 와있고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보지 않으면 길을 헤맬 수 있거든. 그동안 편지들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볼께. 그러면서 채워 넣을 게 있는 부분은 조금만 채워 볼께. 처음 자연수도 없을 때 부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졌잖아. 이해가 정확히 안간다면, 그 편지를 꺼내서 다시 읽어보면 될 거야. 아무래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잘 다듬어서' 꼭 물어 봐주면 좋겠어. 이해가 안가는 것은 그때그때 이해하는 것이 나중을 기약하는 것 보다 훨씬 좋거든. 그렇게 물어 보면 삼촌도 다시 생각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부탁한다 !



그럼 먼저, 0 번째 편지 부터 슬슬 시작해 볼까. 여긴 다른 건 없고 '앞으로 이렇게 써 보겠다'는 내용 뿐이야. 지난 겨울이 다 끝나갈 무렵 대전에서의 일이 기억나니? 미산에서 캠프를 했던 게 쉽게 잊혀질까봐 염려도 되고, 혹시나 수학 공부하다 궁금해서 간지러운 데가 있을까 걱정이 되서 삼촌이 슬쩍 물어봤잖아.

"그럼 삼촌이 편지로 써서 보내줄까?"

그런데 바로 약속을 하진 못했었지. 사실, 자신이 별로 없었어.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일이 많을 것 같았거든. 또 무엇을 쓴다고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거든. 말로 하면 한시간짜리 수업 내용도 쓰면 여섯 일곱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 그래서 머뭇거렸어. 그렇게 뭉그적 거리던 어느 날 더 늦추면 안되겠구나는 생각이 들지 뭐니? 안쓰고 그냥 구렁이 담넘듯 슬그머니 넘어가 버리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편지쓰겠다' 는 편지를 쓴거야. 게다가 '쓴다면 이렇게 쓰겠다' 다짐을 일부러 크게 해버렸지. 그래야 내뱉은 말에 더 책임을 느낄 테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렇게 '0 번째 편지'가 시작했지. 처음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있지만, 그 0 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15도 없고, 앞으로의 30도 없지 싶다.


다음 편지는 그로부터 일주일 쯤 지나서 보내게 되었어. 수학 편지 01 . 자연수란 도대체 어디서 시작했을까? 라는 호기심을 던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상상해 가면서 그 문제를 풀어가보았어. 거기엔 핵심이 있지. 바로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했다는 것과 수는 '세다', '헤아리다' 라는 행위와 뗄 수 없었다는 거야. 그렇다고 이게 곧바로 진짜 '수'가 되었느냐. 그건 아니었지. 14 번째 편지 에서도 '어떻게 행동하는게 그 수인지' 말을 해줘야 수가 생명을 얻는다고 말을 했잖아. 어떻게 옷을 입혀서 말로 해주어야 하는지도 말해주어야 하고. 그런데, 수학 편지 01 에서만 해도 그 말을 드러내놓고 하진 않았어. 다만, 자연수는 '세어 간다'라고 하는 것과 한몸뚱이 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정도로 했지. 그렇다면 왜 '센다' 는 행위는 중요해졌을까? 그런 문제에 호기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분들이 답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명훈이도 그런 부류의 책을 읽어 가면서 수 천년의 시간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 주로 고대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고고학자나, 인류학자, 역사학자들께서 그런 문제로 명훈이와 대화를 하고 싶어 기다리실 거야.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사는 그런 호기심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수 천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지.

언뜻 드는 생각이 있긴 해. 우선 최소한 필요한 조건은 있었을 것 같아.

  • 셀 것이 많아졌고 ,
  • 세어야할 필요도 많아졌다.

가 아닐까? 그 정도 조건도 만족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 흘러내린 침을 닦고는, 눈꼽을 떼기도 전에 "자 지금부터 제대로 한번 세어보자" 라고 했을리는 없었을 것 같아. 안 그렇니 ? 세어야 할 것이 많아 졌다는 것은 그만큼 가지고 있는게 늘었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그건 아마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사냥이나 농사 가축 기르기 같은 데 필요한 '기술'이 늘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어. 단지 많다고만 세는 행위가 무척 필요했을 것 같진 않아. 세어야만 할 필요성도 높아져야지. 그래서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주고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짐작해보는 거야. 삼촌 생각에는 최소한 그런 '조건'은 충족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아직까지는 상상과 짐작일 뿐이고 진짜 그럴까 아닐까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야지. 역시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이 생각한 다른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다. 그때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주거니 받거니 했을까?


수학 편지 02 수학 편지 03 앞부분에서는 자연수를 기호로 쓰기 시작한 시대로 훌쩍 넘어갔다. 뼈다귀에 금을 그어 하나, 하나, 하나, 를 표시한 시대에서 아마 몇 천년을 한달음에 건너 뛰어버렸을 걸.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제 사람들이 그것을 '쓰기' 시작했다는 거야. 쓰는 방법은 민족마다 달랐지만 나름대로 표시할만한 방법이 있었다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돌에, 어떤 사람들은 나무에, 또는 양껍질 말려서, 실매듭으로 했겠지. 또는 진흙판에 한다음 구워 말린 것도 발견됬어. 물론 그것만 있는 건 아니고 다른 방법들도 많았을거야. 기호들도 모두 달랐지. 왜 하필 그런 기호를 썼는지 하는 호기심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리가 관심을 집중한 부분은 '쓰는 데 어떤 차이가 있었나?' 였어. 가장 뜨거운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지.

  • 얼마 단위로 끊어 표시했나 ? 몇개까지를 기본 단위로 했을까 ?
  • 수가 커질 때 마다 새로운 기호가 등장했는가? 아니면 작은 수의 기호가 큰 수를 나타내기 위해 다시 등장하였나 ?

예를들어 아홉까지는 조약돌이나 그런 모양으로 하나, 둘, 셋, 넷 으로 표시해가다가 '열'을 표시할 때는 꺽인 작대기 같은 새로운 기호가 나타나는가, 아니면 넷까지만 돌로 표시하다가 다섯째에서 그런 새로운 기호가 나왔나 분류를 해보자는 거야. 재미있는 것은 마구 다르지는 않더라는 거야. 아주 떨어진 지역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집단이라도 보통 10 이나 5 를 기본 단위로 하더라는 것이지. 그것만 주로 나온 게 아냐. 어떤 데서는 12를 기본으로, 어떤 데는 20을 기본으로 하기도 했다고 했지. 다른 몇개도 있지만, 마구 1, 2, 3, 4, ... , 17, 18 , 19, 같은 수들이 고루 기본단위로 나타나지는 않았어. 그리고 그것을 표로 나타냈는데 기억나니? 그 중 유별난 게 있었어. 바로 고대 바빌론의 표기법 ! 여긴 10과 함께 60이 기본이 된다는 것을 보았지. 그뿐만이 아니었어. 더 중요하고 매우 독창적인 방법이 있었단다. 랑 비슷하게 생긴 어떤 기호가 '하나'도 뜻하고 느닷없이 '예순' 도 뜻하는 놀라운 표시법을 하고 있더라는 거지. 대신 자리를 옮겨서 표시했지. 이 말은 같은 기호라도 다른 자리에 오면 그만큼 큰 수를 뜻한다 는 쓰기 법칙이 나온 거야. 사람들은 점점 큰 수를 써야하는 시대로 옮겨 가는데, 계속 새로운 기호가 나온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었겠지.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라, 바로 이 표시법이 0 을 '수'로 인정하도록 하는 물길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바위덩어리 구실을 했다는거야.


그러고나서 수학 편지 03 뒷부분 에서는 이미 기본 단위를 10 으로 하고, 자릿수법이 기본으로 통일된 방법을 보았어. 이른바 10진법(10-based numeral system) 이고 부르지.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그렇게 통일된 방법을 쓰고 있지. 다는 아냐. 동떨어져사는 원주민들은 안그렇고 현대화된 나라들에서도 아닌 흔적들은 남았어. 그리고 현대 컴퓨터는 2진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구 말야. 어떤 진법이 가장 좋을까? 이것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볼만 하지 않니? 하지만 나중에. 이 문제는 잠시 비껴 두었단다. 이어서

10진법으로 수를 표시할 때 '덧셈'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 살폈어. 자연수란 '하나'에 '하나'를 더해가면서 이루어지는 수잖아. 그러니까, '덧셈' 이라는 셈도 그것에 기초하고 있어. 어떤 셈이든 어떻게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덧셈은 크게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아.

자, 이제 자연수라는 수들은 덧셈을 할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지까지 보았으니, '자연수'가 점점 더 생명을 얻어가고 있어.

다만, 자연수 덧셈을 말하기 위해서는 0 을 먼저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그 순서를 조금 뒤집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수학 편지 03 -1 에서 다시 0 에 대해 조금 보충하지 않을 수 없었어. 0 이란 자리수로 표시할 때 '없는 자리'를 뜻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아. '없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힘들어져. 곱셈이나, 지수셈, 나눗셈과 만나서 0 이 도대체 어떻게 행동하나 살펴야 할 때 난처해지지. 그래서 '불의 발견'에 견줄 정도로 중요한 수인 0 은 앞으로의 편지에서도 자꾸 나오게 돼. 이 문제와 더불어 1 + 1 = 2 이어야만 하나?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함께 따져보았단다.


수학 편지 04 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셈이라고 할 수 있는 덧셈에 대해 다시 살폈어. 덧셈이란 너무 쉬워서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잖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버리니까. 하지만,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때도 있어. 함부로 '이거다, 저거다, 당연하다' 하다보면 그 본래의 모습을 잘못 볼 수 있지. 처음엔 작은 차이였지만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이 엉뚱하게 잘못 생각할 수 있도 있어. 덧셈도 그랬어. 그래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본 거야. 낯설게 보기 위해 10진법이 아닌 다른 진법의 덧셈도 보았어. 게다가 덧셈이라는 것이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도 보았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덧셈의 순서를 바꿔도 괜찮다교환결합 법칙 을 확인했어.

수를 더한다는 처음의 생각을 따라 그것도 당연한 것 아니예요?

라고 물을 수 있지. '수를 더한다는 것은 본래 그런 뜻이었으니까 그렇게 된다' 고 여기는 거지. 물론 그렇기도 해. 덧셈을 처음에 필요로 했던 '생활 속 덧셈' 의 뜻을 굳이 벗어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꼭 그렇게 '덧셈이니 그렇게 된다'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그렇게 되는 것이 덧셈이다 라고 거꾸로 생각해볼 수 도 있다는 말이야. 이런 방식으로도 생각하는 게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나중에 자연수가 아닌 수들의 덧셈에 대해서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 교환과 결합 법칙만 간단한 기호로 다시 써볼께. a , b , c 가 자연라수라면,

어떤 수를 먼저 계산하든 상관 없다는 교환 법칙
어떤 덧셈을 먼저 하든 상관 없다는 결합법칙.

괄호가 등장했지. 괄호가 등장하면 괄호로 싼 부분 부터 먼저 셈한다고 약속하는 거야. 또 분명하게 짚지 않고 슬쩍 넘어간 구석이 있었는데 눈치 챘니? 다른게 아니고 a , b, c 같은 문자 기호들을 어떻게 셈할 수 있냐는 문제야. 벌써 편지 14 까지 오는 동안 이런 경우는 종종 나왔었어. 굳이 말을 않고 넘어왔단다. 조금 엉큼했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다음 편지 에서 보기로 하자. 아마도 수학 편지 17 (문자 계산하기) 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잠깐 비유만 들어 말해 볼께. 여기서는 a , b, c 는 희곡의 배역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자연수는 '배우'라고 여기면 될 것 충분할 것 같아. 배우가 결정되면 바로 연극(계산)이 시작되지. 덧셈이며 곱셈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이미 결정이 된 거야. 그러니까 앞에 '법칙'이라고 기호로 쓴 성질은 사실, 덧셈의 행동을 정해주는 '틀'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제 수학편지 05 수학편지 06. 덧셈을 했으니 이제 또 다른 가장 기초적인 셈을 봐야 할 차례지? 뭐냐고? 곱셈이지 뭐야. 이 두 편지들에서 곱셈을 되씹어보았어. 아주 어렸을 때 '구구단'을 무턱대고 외운 이래로 곱셈도 너무 당연한 것이 되버렸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거야. 곱셈의 원리까지 따지고 들기엔 그때는 너무 일렀거든.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가한테 축구공을 들고 공차러 나가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두 편지에서도 곱셈을 '낯설게 보기' 위해 10진법이 아닌 다른 진법의 곱셈을 해보았단다. 그렇게 낯선 방식으로 해 봐야

곱셈을 다시 보게 되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안에 어떤 원칙이 관통하고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수학편지 06 에서는 곱셈도 덧셈처럼 그렇게 좋은 법칙들, 교환과 결합 이라는 성질이 통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봤어. 이것도 덧셈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야.

아니, '곱셈 이란 2 를 3 번 덧셈한 것이다' 라고 이해하면 도 되죠. 당연한 것 아녜요? 그래서 다른 어떤 자연수에 대해서도 항상 인 것이죠. 당연히 믿을 수 있는 거 아녜요?

라고 할 수 있어. (곱셈기호를 대신 를 쓰기로 약속했는데, 기억나니?)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서 그런 성질이 통하는 것이 곱셈이라고 생각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지. 그리고 어떤 수에 0 을 곱하면 셈의 결과는 항상 0 이다 ' 라는 결과도 '0 이란 없는 것이니까 당연하다' 라고 하는 대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0 이며 그것이 곱셈이다. 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거, 다시 한번 짚었다 ! 결국,

인 것이 0 이며, 우리의 곱셈이야. 마찬가지로
인 것이 바로 1 이며, 우리의 곱셈이지.

또, 덧셈을 불러 와서 보면,

인 것이 0 이고 우리의 덧셈이기도 해. 어떠니 받아들일 수 있겠니?


수학 편지 07 에서는 덧셈과 곱셈이 결합할 때, 어떤 성질이 있는가 보았지. 소위 분배의 성질이었지. '생활 속의' 덧셈과 곱셈을 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 별 거부감 없고 당연한 것으로 느껴져. 예를들어

이잖아. 교환이 성립하니까,

인 것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다고

일 수는 없었어. 이렇게 되는 걸 '분배법칙' 이라고 불렀지. 사실 '법칙'이라니까, 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어감이 매우 강한데, 삼촌 생각에는 '분배의 성질' 정도로 조금 누그러뜨려서 부르는게 어떨까 해. 문자 기호로 정리하면 이렇게 돼.

하지만, 역시 여기서도 덧셈과 곱셈은 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방식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 덧셈과 곱셈이다. 로 생각을 더 넓게 할 필요가 있어. 참, 맨 아래 있는 식은 분배, 교환, 결합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거야. 확실히 교환, 결합, 분배 를 믿는다면, 이것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확실한 '법칙'인 셈이지.



다음은 수학 편지 08 . 이제까지 자연수와 셈은 '덧셈' 과 '곱셈'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셈을 보았다면 새로운 셈이 등장하는 거야. 지수셈이라고 불렀지. 이것은 덧셈이나 곱셈만큼 기초적인 셈이라고 할 수는 없어. 덧셈이나 곱셈과 비교해 볼 때 태어난 이유도 조금은 달라. 덜 자연스러워. 이것을 굳이 미리 했던 이유는 앞으로 설명하는데 쓰는 것을 편하게 해보려고 그렇게 했어. 꼭 그렇게 게을러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덧셈의 여러번 한 것이 곱셈이라면, 곱셈을 여러번 하는 셈을 또 정할 수는 없을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지. 어쨌든 이 새로운 셈은 수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비로소 등장해. 따라서 덧셈이나 곱셈에 비해 훨씬 젊어. 예를들어

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지. 2 를 다섯번 곱한다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할 수 있어. 문자식으로 다시 써주면,
야. a 를 n 번 곱하는 것으로 표시하기 위해 탄생했어. 탄생할 때는 그랬지.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 그게 지수셈이 탄생한 배경일 수 있지만, 거기 머물러 있으면 곤란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면, 과 같은 수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거든. 게다가 이제 우리는 정수도 알고 있으니, 같은 수도 이해라 수 없지. 왜냐하면 2 를 -5 번 곱한다는 게 도대체 뭐겠니? '몇 번'이라는 것은 이미 자연수를 전제로 하고 있잖아. 그러니 이것은 그냥 그렇게 작용하는 것이 지수셈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아. 물론

이어야 할한 이유가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증명' 이 아니라, 그렇게 받아들일만 하다고 하는 이유를 든 것일 뿐이야. 상식을 말하는 것이지. 상식에 굳이 어긋나게 정할 필요 없잖아? 그래서 그렇게 정해준거야. 지수셈에서 지수가 0 이 오면 항상 1 이다! 이렇게. 충분히 받아들일만 하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지. 그런 이유로,

가 돼. 이 편지 쓸 때만 해도 음의 정수, 분수 또는 유리수가 아직 등장하지 않아서 그때는 이말을 아직 하지 않았어. 이제는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충분히 쓰기엔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구나. 다음 편지에 이것에 대해 더 해보자. 수학 편지 16 : 지수셈 보충 을 이어서 읽어다오. 수학 편지 08 을 다시 읽어보고 이어서 읽으면 더 낫겠다.


이제서야 뺄셈, 나눗셈이 나오게 되었다. 수학 편지 09 야. 덧셈 곱셈을 할 때도 "뭐 이런 걸 자꾸 따지지? " 라고 했을지 몰라. 그런데다가 아직 뺄셈, 나눗셈도 안나오고 다소 낯선 셈인 지수셈을 했잖아.

'아니, 뺄셈과 나눗셈은 어떻게 된 거예요? 학교에서는 4대 기본 연산이라고 배우는데? ' 라고 여기지는 않았니?

맞아. 덧셈, 곱셈, 뺄셈, 나눗셈은 4대 기본 연산이야. 어렸을 때 우리는 뺄셈이란 어떤 수에서 어떤 수만큼 덜어내 가는 절차라고 배웠을거야. 하지만, 삼촌은 조금 다른 위치에서 뺄셈을 보았단다. 다름아닌, b 에서 a 를 뺀다고 하는 것은 a 에다 얼마를 더해서 b 가 나오게 하는가 답하는 문제야. 그 '얼마를 찾는' 절차지. 기호로 써서,

가 참이 되게 하는 x 를 찾는 절차라고 한 것이지.

삼촌이 모스크바의 시장에서 이쁘고 탐스럽고 늘씬한 흰장미를 살 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말했어.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뺄셈이란, 결국 덧셈의 거꾸로, 조금 유식한 말로 '덧셈의 역연산' 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했어. 나눗셈은 곱셈의 거꾸로 연산이고 말야.


자연스럽게 수학 편지 10 의 주제인 정수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어. 뺄셈을 그렇게 보니까. 그렇다면, 2 - 3 은 뭔가? 그런 수는 없지. 그런 수는 없는게 맞아. 단 조건이 있지.

자연수 일때는 2-3 의 계산을 할 수 없다.

라고 해야 정확한 답일 거야. 왜냐하면 이란 가 참이 되게 하는 x 인 절차이자, 바로 그런 x 인데, 3 에 어떤 수를 더해서 2 가 나온다는 것은 자연수와 '덧셈' 의 덧셈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 돼. 드러내고 말은 안했지만,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었어. '자연수 a 에 b 를 덧셈하면 a 를 크게 한다'는 전제야. 이건 기본이지. 그렇게 보면 큰 수 3 에다 더해서 더 작은 수를 만들 재주는 없는거지. 남은 선택은 '덧셈'을 다시 정의하거나, '자연수' 대신 다른 수를 생각하는 방법이야. 그 중에서 자연수 대신 다른 어떤 수, 자연수와 더해서 자연수를 작게 하는 수 를 생각해주는 방법이 나아. (왜 그럴까?) 실제로 우리도 그렇게 했고, 그런 수는 0 을 중심으로 자연수와 대칭인 수들인 '음의 정수'라고 했어. 그래서

이고 다시 말하면 .

새로운 수가 탄생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서 바로 수학 편지 11 에서, 그런 수들로 덧셈, 곱셈은 어떻게 정의해주어야 하나? 를 생각해 봤어. 뺄셈과 나눗셈은 물론 덧셈과 곱셈, 그리고 역연산을 이해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이때 참 중요했던 것이

같은 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라는 문제였어. 앞에서 벌써 여러번 나왔더 말인데, '덧셈을 몇 번하는 것을 곱셈이라고 한다.' 에 머물러 있으면 이 문제에 답할 수 없는 거잖아. 3개를 -2 번 더한다라는 말은 너무 모호해. 대신 다른 해석을 내놓았지. 자연수 세계에서의 덧셈과 곱셈은 교환, 결합, 분배와 같은 아주 쓸만한 성질들이 모두 통하고, 마찬가지로, '교환, 결합, 분배 라는 것이 모두 통하는 것이 자연수에서 덧셈과 곱셈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정수에서도 이 법칙이 통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음의 정수가 곱셈에 참여한 경우인 앞의 계산은,

이다.
라고 했던 것이야.


마지막으로 수학편지 12 수학 편지 13 수학 편지 14 에서 다시 새로운 수가 등장했어. 매우 특별한 수였지. 이 수는 사실 '음의 정수'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어. 그만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필요했고 그래서 음의 정수보다는 자연스러웠어. 따라서 설명하는 데 있어 도입부는 쉬었어. 1 개의 빵을 잘라 3 명에 나눠주는 경우나, 자로 길이를 재야 하는 경우나 모두 그런 게 필요했다. 그래서 자연수만 있으면 부족하다. 무언가 다른 수가 필요하다. 아주 오래전 부터 땅의 넓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나 물건을 나눠야 하는 경우가 있었을테니까 그런 필요가 오래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억지가 아니겠지?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런 수들을 자유자재로 쓴 건 아냐. 어쨌든 이 수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고, 계산하기도 너무 어려웠어. 그래서 왠만하면 피했다고 해. 그러다가 나눗셈을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좋은 알고리듬이 나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도 높아지면서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지. 마침내 우리 시대처럼 초등학교 때도 나오는 거야. 기억나니? 수백년 전만해도 나눗셈 잘하면 외국으로 특별 강연까지 나갔다는 걸?

어쨌든, 그렇게 1개의 빵을 잘라 3 명에 나눠주는 경우나, 단위 길이가 1 일 때, 그것을 세조각 낼 때 첫번째 해당하는 길이를 어떤 식으로든 나타내야 했어. 그것을 이라고 쓰고 있지. 그런데 이번에도 '거기 머물러 있으면 안돼'.

그런 형태가 '진짜 수가 되려면' 두 정수 a , b 의 관계를 나타내는 기호가 있어야 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밝혀 주어야 했어.

어떻게 할까? 그렇지. 덧셈과 곱셈을 잘 정해 주면 되는 거지. 정수에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마찬가지로 그 수들이 처음 탄생했을 때의 기본 원리를 어긋나게 하면 안돼. 그래서 은 1 을 3 으로 나눈 결과 로 이해해도 되어야 했어. 이렇게 함으로써 드디어 우리는 b 가 0 이지만 않는다면,

가 참이 되게 하는 x 를 항상 찾을 수 있게 되었지.

왜 b 가 0 이면 안되나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했던 것 같구나. 그때 이해가 되었니? 이런 '수'들을 '유리수'라고 부르기로 했어. 그런데 유리수는 매우 특수한 성질을 가졌지. 이전의 수들은 갖지 않았던 성질들이었어. 무어냐면,

  • 처럼 같은 수를 표현하는 방법이 끝도 없이 많다.
  • 의 바로 다음 수, 또는 에 바로 이웃하는 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어떤 두 유리수 사이에는 항상 끝없이 많은 유리수가 있어 !

이렇게 하고 났더니, 이제 비로소 우리는

덧셈, 곱셈, 뺄셈, 나눗셈 어떤 것을 해도 항상 괜찮은 매우 넓고 안정적인 수의 세계에 들어선 거야.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유리수만으로 충분한가?

라는 문제를 바로 이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으로 미뤄두자. 더 멀리가는 대신, 뒤돌아서 우리에게 이미 있는 세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천천히 둘러보자꾸나. 지금까지 했던 것 보다 느릿느릿 산책해야 할 거야. 그렇게 둘러가다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연수, 정수, 유리수, 그리고 덧셈과 곱셈, 나눗셈 같은 것들이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신비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본격적으로 그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지수셈과 문자 계산 부분을 좀 더 다듬어 튼튼하게 한 다음 나서기로 하자. 그게 앞으로 말하고 쓰기가 훨씬 편할 것 같아. 이어지는 다음 편지 두어 개에서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볼 거야. 그러고 나면, 다시 자연수 세계의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 보자. 기대되지?



수요일, 오늘도 역시 비오는 밤, 청사포에서 삼촌이


수학 편지 대문으로.